‘멘탈갑’ 양학선, 이렇게 겸손한 세계 1등 또 있나요?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4.21 08: 06

‘과연 저 선수가 세계 1등이 맞는 걸까.’
‘도마의 신’이라 불리는 양학선(22, 한국체대)을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할 수밖에 없는 궁금증이다. 그의 실력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세계최고 선수라고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겸손하고 순박한 그의 모습 때문이다.
양학선은 19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개최된 코리아컵 월드톱 2014 인천국제체조대회 도마에서 신기술 ‘양학선2’를 처음 선보이며 평균 15.412점을 받아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현재 도마에서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양학선은 20일 마루와 링에 출전했다. 사실 전략적으로 도마에만 집중해도 되는 상황이다. 자칫 다른 종목에 출전했다가 부상이 나올 수 있기 때문. “다른 종목 입상도 욕심내겠다”던 양학선은 마루에서 14.825점을 받아 기어코 은메달을 땄다. 링에 출전해 착지 실패를 한 양학선은 11.925점을 받아 최하위인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출전을 후회하지 않는 눈치였다.
도마 경기 후 금메달의 주인공 양학선과 만날 수 있었다. 취재진을 보더니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웃었다. ‘이 친구가 세계 1등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 동안 만났던 세계정상급 운동선수들은 인기와 비례해 성격이 무척 까다로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말 한마디 잘못해서 구설에 오를 수 있는 언론과의 인터뷰는 선수입장에서 매우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양학선은 자신의 이름을 딴 고난도 기술 ‘양학선1’과 ‘양학선2’를 갖고 있다. ‘양1’만 제대로 성공해도 무조건 금메달이다. 그런데 양학선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제패한 뒤 6.4난도의 신기술 ‘양2’의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는 “올림픽 후에 심리적 변화는 없었다. 1등보다 신기술의 성공유무에 더 신경을 쓴다. 악착같이 하자는 마음이다. 이번에 우승을 위해 신기술을 꼭 써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양학선 정도면 세계에서 적수가 없는 독보적 1등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끝이 없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료이자 선배인 김희훈(23)도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었다. 양학선은 “사실 외국선수들과 경쟁은 동기부여가 잘 안 된다. 대회에 나가면 외국선수들이 ‘오늘 양2를 할거냐?’라고 묻곤 한다. 그런데 최근 김희훈 형이 기술난도를 높이면서 옆에서 동기부여가 100배 된다. ‘희훈이 형한테 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양학선의 목표는 무엇일까. “사실 양1과 양2는 착지가 불안한 기술이다. 내 이름을 딴 기술을 하나 더 갖고 싶다. 신기술을 더 연습해야 한다. 언제 괴물 같은 선수가 나올지 모른다.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 모든 대회를 2연패 하고 싶다” 양학선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라이벌을 생각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었다. 과연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세계 1등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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