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뉴스만 되풀이'.. 뉴스특보 딜레마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04.21 10: 51

편성 시간 못따라잡는 콘텐츠.. 시청자 불만 
큰 일만 벌어지면 자동적으로 편성되는 지상파 뉴스특보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방송사는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난 16일 이후 거의 모든 정상 방송을 중단하고 특보 체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그 뉴스의 내용과 질이 만족스럽지 않아, 오히려 시청자들의 우울증만 가중케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같은 꼭지를 계속 되풀이하는 방식의 앵무새 뉴스는 큰 불만을 사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지난 주말 KBS 2TV를 제외하곤 거의 하루 종일 뉴스특보 풀가동에 돌입했다. 20일 기준 MBC는 새벽 6시부터 오전 11시, 오후 2시부터 4시, 오후 3시반부터 6시, 7시부터 10시, 11시40분부터 새벽 1시까지 뉴스프로그램을 운영했다. SBS는 새벽 5시부터 오전 11시, 정오부터 오후 2시, 오후 3시부터 5시, 오후6시부터 자정까지 뉴스프로그램을 방송했다. 하루 평균 한 채널에서 13시간이 넘는 뉴스특보가 진행된 셈이다.
사안의 경중을 따져보면 이번 일은 24시간 편성도 무리는 아니나, 문제는 그 '질'에 있다. 시청자들은 화장실만 다녀와도 똑같은 뉴스가 또 나온다며 불만을 보이고 있다. 관련 브리핑, 오열하는 유가족, 생존자들의 트라우마만 건조하게 오가고 있다는 것. 벌써 사고 엿새째지만 전문가 의견이나 깊이 있는 보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꼭지가 지상파 3사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시청자들은 차라리 정상 방송을 하라는 의견도 내고 있다. 예전의 추모 분위기에서도 방송 편성 갑론을박은 있었으나, 당시에는 "내가 예능 보겠다는데 남들이 슬프다고 같이 슬퍼하라는 건 전체주의적 발상이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도 있는 의견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뉴스가 너무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인터넷이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정보의 양을 TV가 따라가지 못하는데다 차별화된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는 데에 따른 불만으로 풀이된다.
물론 TV 뉴스도 할말은 있다. TV는 보다 더 공신력있는 매체이므로, 정보를 취합해 검증하는 데 시간이 지체된다는 것. 그러나 이번 사고 관련해서는 허둥지둥 사고를 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해 이같은 해명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MBC는 '겨우' 사고 첫날 여행자 보험금을 운운하는가 하면, KBS는 시신을 묘사하면서 자극적인 표현을 쓴데다 이마저도 오보로 알려졌다. JTBC는 생존자에게 친구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가 하면, SBS는 뉴스 진행 도중 웃으며 사담을 나누는 기자의 모습을 방영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가장 화제를 모은 뉴스 영상이 각 방송사가 뉴스 보도와 관련해 사과를 하는 영상이라는 점은 씁쓸하다. 
특보 시간은 '넘쳐나'고, 보도할 건 그만큼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무리수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의 관심이 진도로 쏠려있는데, 정상 방송으로 전환해버리는 것에도 문제는 있는 상황.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난 대응 메뉴얼 뿐만 아니라 보도 방침에도 대수술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ri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