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로, 류중일 고민 말끔히 씻어주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4.04.23 06: 12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오승환과 배영섭의 공백을 메우는 게 관건"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팀 전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의 공백을 해결하는 게 통합 4연패를 위한 선결 과제다.
오승환 대신 임창용이 뒷문 단속에 나서게 돼 마운드 약화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떨쳐냈다. 하지만 배영섭의 빈자리는 더욱 커졌다. 정형식과 박한이가 1번 타자로 나섰으나 1할대 빈타에 허덕이는 등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고심 끝에 야마이코 나바로(내야수)에게 1번 중책을 맡기기로 했다. 그동안 나바로의 1번 기용에 관한 물음마다 "국내 무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공격력 회복을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결과는 대성공. 나바로는 20일 창원 NC전에 1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3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타구의 방향과 질 모두 합격점. 이날 삼성은 NC를 5-1로 꺾고 시즌 첫 위닝 시리즈를 장식했다. 나바로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22일 대구 LG전에서도 나바로 1번 카드를 꺼냈다. 정형식과 박한이의 잇따른 부진 속에 골머리를 앓았기 때문일까. 류중일 감독은 "나바로가 1번 타자로서 계속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 보루와 같은 나바로마저 제 몫을 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나바로의 활약은 돋보였다. 1회 LG 선발 코리 리오단의 1구째를 잡아 당겨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박한이 타석 때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리오단의 폭투를 틈타 3루까지 내달렸다. 채태인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 때 리터치로 홈을 밟았다.
나바로는 3회 3루 땅볼, 5회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6-1로 앞선 6회 1사 3루서 좌전 안타를 때려 김상수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잠재우는 한 방이었다.
나바로는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시즌 타율 2할8푼4리(67타수 19안타)까지 끌어 올렸다. 삼성은 LG를 8-1로 꺾고 2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그동안 1번 타자 때문에 고민했었는데 나바로가 잘 해준 덕분에 타선의 연결이 잘 됐다"는 게 류중일 감독의 평가.
류중일 감독은 배영섭의 공백을 메울 후보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던 찰나에 나바로의 깜짝 활약에 반색하고 있다. 더욱이 류중일 감독이 선호하는 오른손 1번 타자이기에 그 기쁨은 배가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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