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친구'에 할말 잃은 염경엽 감독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04.24 06: 12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의 사퇴 소식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지난 23일 전격 사퇴를 표명했다. 이날 대구 삼성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 감독은 구단에 사퇴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고 구단이 이를 수용하며 팀의 지휘봉을 내려놨다. LG는 이날 삼성에 3-7로 역전패당하며 4승1무13패를 기록, 최하위에 머물렀다. 떠날 때까지 슬픈 이별이었다.
염 감독은 이날 목동 롯데전을 마치고 나서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야구를 했고 최근까지 같은 프로야구 감독으로서의 애환을 나눴던 절친 김 감독의 사퇴 소식을 접한 뒤 말을 아꼈다. 염 감독은 "친구기 때문에 이럴 때는 다른 분들보다 더 뭐라 말할 수가 없다. 다만 그 친구의 성격상 급하게 정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염 감독과 김 감독의 인연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돼 LG 때도 이어졌다. 염 감독은 LG 운영팀장 시절이던 2009년 김 감독을 LG 2군 감독으로 선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LG의 차기 감독감을 찾던 구단은 김 감독을 2군 감독, 수석코치로 부임시킨 뒤 2012시즌을 앞두고 감독 제의를 했다. 염 감독으로서는 자신이 데려오다시피한 김 감독이 물러나는 것을 보는 마음이 아픈 듯 보였다.
김 감독은 2012년 LG 사령탑에 앉은 뒤 끊이지 않은 사건사고 속에서도 그만의 리더십으로 지난해 팀을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진 구단과의 크고 작은 마찰과 올해 바닥친 성적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시즌 시작 18경기째만에 사퇴를 표명했다. 또 한 명의 프로야구 감독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도와줄 수 없는 친구는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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