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 vs.375’ 윤석민 역설적 성적의 진실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25 06: 30

3경기의 평균자책점은 2.40이다. 좋은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피안타율은 3할7푼5리다. 낙제점이라고 볼 수도 있는 성적이다. 공교롭게도 윤석민(28, 볼티모어)은 이 수치를 동시에 품고 있다. 가능성과 보완점을 모두 보여주는 역설적 동거라는 지적이다.
올해 볼티모어와 3년 계약을 맺은 윤석민은 산하 트리플A팀인 노포크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다. 계약이 늦어 몸 상태가 아직은 절정이 아니고 현지에 적응이 필요한 탓에 성적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4경기에 선발로 나가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 중이다. 그다지 인상적인 성적은 아니다. 메이저리그(MLB) 승격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그러나 정신없이 지나갔던 첫 경기를 빼놓으면 성적은 사뭇 달라진다. 윤석민은 첫 경기였던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그윈넷과의 경기에서 2⅓이닝 11피안타 9실점의 최악 피칭을 선보였다. 이 경기를 빼면 나머지 3경기에서는 15이닝 동안 4점의 자책점을 내줘 평균자책점이 2.40이다. 서서히 한계투구수를 끌어올리면서 최근 2경기에서는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24일 리하이밸리와의 경기에서는 승리투수 요건까지 갖췄다.

점차 상태가 좋아지고 있음은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하다. 첫 경기까지만 해도 윤석민의 것이라고 볼 수 없었던 직구의 위력이 살아났다. 얼굴 표정도 많이 침착해졌다. 자주 터져 나오는 팀 동료들의 실책에도 웃음으로 보듬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피안타율은 ‘글쎄’다. 윤석민은 최근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하는 와중에서도 3할7푼5리라는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대개 피안타율이 높으면 실점이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때문에 윤석민의 이 수치들은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수치가 동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4일 리하이밸리와의 경기에서 어렴풋이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요약하면 여전히 제구는 불안하다. 안타를 많이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득점으로 이어질 만한 위험한 안타는 줄어들었다. 자책점이 적은 이유다.
이날 경기는 쌀쌀한 날씨 속에 펼쳐졌다. 관중들은 물론 선수들도 방한 용품을 착용할 정도였다. 몸이 덜 풀린 탓인지 1·2회에만 6개의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크게 날아가는 장타는 없었다. 1회 선두 질리스와 토마스에게 맞은 안타는 모두 빗맞은 안타로 코스가 좋았을 뿐이었다. 프랑코에게 맞은 좌전안타가 그나마 잘 맞은 타구였는데 수비수 글러브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포구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한 차례 더듬기까지 해 실책으로 기록됐다. 자책점이 올라가지 않은 이유였다.
2회에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안타는 없었다. 선두 서스도프에게 맞은 안타는 유격수가 잡았다 놓친 내야안타였다. 톨버트에게 허용한 3루수 방면 내야안타는 잘 맞았다기 보다는 코스가 좋았다. 3회 머피에게 맞은 안타도 2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였다. 오히려 가장 잘 맞은 타구는 중견수 보본의 호수비에 걸렸던 4회 한자와의 타구였다. 맞았다 하면 크게 뻗어나갔던 첫 1~2경기와의 안타 타구와는 차이가 있다.
직구 구속이 올라오면서 많은 땅볼을 유도하는 등 구위가 점차 좋아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날은 쌀쌀한 날씨 탓에 변화구를 최대한 줄이고 직구로 승부를 했는데 10개의 땅볼을 유도해냈다. 몸이 조금 뜨거워진 3회 이후부터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섞으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날씨 때문에 전력 투구가 아니었음을 고려하면 분명 윤석민의 구위는 점차 나아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피안타가 많은 것은 결국 제구의 문제로 보인다. 직구는 좌우 코너워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향이 있고 변화구는 높게 떨어지다 방망이에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맞을 공을 맞는다”라는 느낌이다. 이는 언제든지 장타를 허용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부분이다. 여기에 윤석민은 한국에서 뛸 때에 비해 왼발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밸런스를 잡아가는 과정으로 보이는데 이는 제구와도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재정비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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