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되고픈 ‘표적’, 류승룡 표 으르렁인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4.25 13: 35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영화 ‘표적’(창감독)은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2011)를 리메이크 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얼개의 영화는 ‘아저씨’다. 조용히 살고 싶었던 전직 특수부대 요원의 사적 복수와 처절한 응징,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공권력과 분노, 여기에 뜻하지 않게 사건에 동승하게 되는 3자와의 우정 또는 연민까지 여러모로 겹쳐진다.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대표 정서인 가족애를 원작에 덧붙인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표적’은 류승룡이라는 믿고 보는 배우를 100% 활용하지 못한, 그래서 결과적으로 ‘아저씨’가 되고 싶었지만 류승룡 표 ‘으르렁’에 그친 순도 낮은 액션극에 머물고 말았다.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이라는 선입견을 지운다 해도, 엉성한 스토리 전개와 종종 파열음을 내는 매끄럽지 않은 서사가 98분간 이어진다. 웰메이드 서스펜스를 기대했지만 킬링타임용 팝콘무비에 턱걸이한 느낌.
 좀 더 손봐야 했을 것 같은 시나리오도 아쉽지만, 어느 정도 준비된 식재료마저 마음껏 버무리지 못한 인상도 받았다. 마치 3중 코팅 구조로 마감된 럭셔리 명품 냄비로 고작 라면을 끓여 내놓은 느낌이랄까. 주인공의 사적 복수가 전개될수록 극의 긴장감도 빠르게 달궈져야 하지만, 속도와 레벨이 동반 상승하지 않아 흥미를 반감시켰다. 너무 서둘러 광역수사대 송반장(유준상)의 실체를 공개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기승전결이 아닌, 기승만 반복되고 있다는 헛헛함이 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초반부 복부에 총을 맞고 응급실에 실려 간 여훈(류승룡)을 빼내기 위해 틱장애를 앓고 있는 그의 동생(진구)이 주치의(이진욱)의 만삭 아내(조여정)를 납치해 거래에 나선다는 설정이야 원작에 충실한 결과겠지만 부실하게 다뤄졌고, 류승룡이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려 쫓기는 과정 역시 엉성하게 연출되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졌다. 의사로 위장한 누군가가 류승룡의 호흡기 튜브를 절단해 살해에 나서지만, 이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도 슬쩍 생략해버리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미드 때문에 눈높이가 높아질대로 높아진 관객의 기대치를 '표적'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류승룡을 좋아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첫 원톱 액션극인데 동갑내기 이병헌 만큼은 아니더라도 몸을 만드는데 더 시간을 썼어야 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런 부분이 ‘배우가 끝까지 작품에 정성을 다 했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판단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수가 된 남자치곤 상체 근육이 다소 펑퍼짐했다는 말이 나왔다.
 극중 몰입도가 높아진 건 의외의 케미를 보여준 여자 투캅스 김성령과 조은지 대목이었다. 특히 김성령은 왠지 어딘가에 저런 여형사가 한 명쯤 있을 것 같은 현실감 넘치는 몸놀림을 잘 보여줬다. 살인병기 류승룡과 사투를 벌일 때는 과연 어디까지 대역일까 궁금할 정도로 액션 합이 훌륭했다. 일찍 퇴장하지만 누구보다 임팩트가 강했다. 조은지 역시 모처럼 웃음기를 내려놓고, 정글 같은 남탕 경찰 사이에서 예리한 육감 수사를 펼치며 '표적'을 풍성하게 했다.
 돈에 눈이 먼 ‘각본 짜는 형사’의 우두머리 격인 악의 축 유준상은 30분마다 서로 다른 안면 근육을 쓰며 한 인물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 폭의 변화를 점층적으로 잘 표현했다. 처음 나긋나긋하던 말투가 서서히 시니컬해지고, 급기야 악마로 변할 때 예상 못한 쾌감까지 자아냈다. 언제부터인가 CJ 투자작의 단골로 출연하는 이진욱은 ‘수상한 그녀’에 이어 이번에도 훈남 전문직으로 나왔지만, 호평 받은 tvN 드라마 ‘나인’ 때보다 어쩐지 연기력이 겸손해지고 있다는 인상이다. 15세 관람가로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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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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