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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톡] ‘개과천선’, 무례한 시대 인간성을 말하다



[OSEN= 정유진 기자] 로맨스의 단골 소재 기억상실증이 이렇게 쓰일 줄 몰랐다.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극본 최희라 연출 박재범, 오현종)의 주인공 김석주(김명민 분)에게 기억상실증이란 이익만을 추구하다 냉혈한이 돼 버린 한 남자의 잃어버린 양심을 되찾게 해 준 아이러니한 선물이다.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는 돈 많은 의뢰인들의 신뢰를 져버리는 대신 따뜻한 심장을 되찾았다.

지난 14일 방송된 ‘개과천선’에서는 자신의 비인간적이었던 행적에 충격을 받는 김석주(김명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석주는 시스타호 서해 기름 유출사건의 협상을 앞두고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던 중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어민들의 피해를 모른 척 했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됐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자금난에 시달리고 지쳐서 적은 금액에도 합의하겠다는 어민들이 나올 거다. 그때 우리 측 실험결과에서 폐사한 비율만 보상하겠다고 제시하면 된다”라고 말하며 어민들을 궁지에 몰았던 스스로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어 벌어진 협상에서 어민들은 5년이 지나도 여전히 어업 활동을 할 수 없는 피폐한 바다의 상황을 전했다. 생선, 조개, 미역 등 어폐물을 직접 가져온 그들은 기름 유출 피해로 여전히 코를 찌르는 냄새를 풍기는 생산물들을 책상위에 던지며 울분을 토했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를 지켜보는 김석주는 과거의 김석주가 아니었다. 과거 어민들의 보상액을 지능적으로 깎으며 기업의 편에 섰던 그는 이번엔 시스타호 피해 어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어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연히 클라이언트는 반발했다. 그들은 최대한 어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주자는 석주에게 "다음 협상에는 우리가 원하는 금액으로 합의되도록 하던가, 아예 결렬되도록 손을 떼라"고 압박했다.

이후 김석주는 로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어민들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받는 현재의 고통이 모두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모습이었다. 기억을 잃은 직후 "변호사라고 하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도 했을 것이고"라고 자신에 대해 '상식적'인 예상을 했던 그는 이제 자신의 실체에 대해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변호사이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더 큰 누군가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보며 회의에 빠지고 있다.

이처럼 '개과천선'은 2014년,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이윤을 위해, 경제적인 성장을 위해 양심과 인간성을 버리고, 그 결과로 힘없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힘없는 이들이 받는 피해는 치명적이다. 극 중 시스타호 기름 유출 사고 피해 어민들처럼 생존 환경이 파괴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 혹은 자기 자신의 건강이나 생명을 잃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다.

그 가운데 '개과천선'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쾌하다. 우리 모두가 기억상실증에 걸려보자는 거다. 나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던 일상의 패턴을 떠나 진짜 좋은 게 뭔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김석주처럼 생각해 보자는 거다. 인간성을 되찾을수록 김석주는 더 매력적인 사람이 돼가고 있으며, 앞으로는 약자들을 변호하는 진짜 변호사로서의 미덕을 발휘할 예정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김석주가 걸린 이런 종류의 기억상실증에 걸린다면, 지구는 아마 조금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이다.

한편 '개관천선'은 '골든타임'을 집필한 최희라 작가와 '스캔들', '보고싶다' 등의 박재범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거대 로펌 에이스 변호사인 김석주(김명민 분)가 우연한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참된 변호인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법정드라마다.

eujenej@osen.co.kr

<사진> '개과천선'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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