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하이브리드앵글] 홍명보호, 손 들기 전에 발 내밀어라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6.19 06: 10

홍명보호가 2014 브라질월드컵 첫 단추를 잘 뀄다. 러시아와 조별리그 첫 판을 무난하게 마감했다. 열세가 예상됐지만 승점 1점을 획득하며 16강 진출의 등불을 밝혔다. 아쉬움도 남는다. 오프사이드 논란이 된 실점 장면에서 집중력 부족을 드러냈다. 일부 선수들이 중요한 순간 심판 판정에 손을 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실점을 허용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지난 18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벌어진 2014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와의 H조 조별리그 첫 경기서 1-1로 비겼다. 한국은 후반 23분 이근호의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29분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바로 한국의 실점 장면. 러시아의 자고예프가 슛을 시도할 때 황석호와 김영권은 자고예프가 볼을 받는 순간이 오프사이드라고 주장하며 손을 들었다. 그러나 주심과 부심은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매한 장면이 이어졌다. 정성룡이 자고예프의 슛을 쳐내자 황석호는 자신에게 온 볼을 걷어냈다. 하지만 쇄도하던 예셴코의 몸에 맞았고 케르자코프의 동점골로 연결됐다. 황석호는 이 순간 다시 한 번 김영권과 함께 손을 들었지만 심판은 요지부동이었다.

순간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다. 답답한 선수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휘슬이 울릴 때까지는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굳이 그 상황에서 손을 들었어야 했는지 궁금하다. 손보다는 발을 먼저 내밀었어야 했다. 한국은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논란이 됐고, 뼈아팠다. 스위스와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서 오프사이드 논란의 희생양이 됐다. 한국은 쐐기골을 내주며 0-2로 패했고, 결국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삼켰다. 홍명보호 선수들은 선배들의 과오를 되풀이하면 안된다. 반드시 이 점을 상기해야 한다. 한 순간의 안일함이 영영 돌이키지 못할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운택 한국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회 위원장도 같은 뜻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18일 오후 OSEN과 전화통화를 통해 "오프사이드이든 온사이드이든 심판 판정이다. 선수들은 경기에만 집중하고 판정은 심판에게 맡겨야 한다"면서 "손을 들 시간이 있으면 상대 선수를 따라가야 한다. 선수가 오프사이드라고 손을 드는 건 말이 안된다. 손을 든다고 해서 부심의 판정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월드컵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안타깝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유독 오심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오심성 짙은 애매한 판정도 많았다. 홍명보호가 반드시 떠올려야 하는 부분이다. 급할 필요 없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주심의 휘슬이 울릴 때까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심판 판정에 대한 이의 제기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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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아바(브라질)=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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