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태 관전평]'맞춤형' 선수들의 대표팀만이 세계 무대 통한다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4.06.27 09: 27

■ 한국-벨기에(6월 27일, 상파울루)
박주영을 빼고 김신욱을 구자철과 선발 투톱으로 배치한 전술 변화는 좋았으나 템포가 느린 공격 스타일을 답습, 결과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대가 전반 막판 한 명이 퇴장 당하는 뜻밖의 호기가 왔음에도 후반 들어 전방서 압박이 부족했고 미드필드서 템포 있는 팀플레이가 안 이뤄지며 슈팅 기회가 적어 우리 스스로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어차피 러시아와 알제리가 비겨 우리가 이겼어도 탈락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벨기에전에 국한된 평가는 개인적인 평점(손흥민 7, 김신욱 구자철 이근호 이청용 김승규 6, 기성용 김영권 홍정호 이용 윤석영 한국영 지동원 김보경 5)으로 대체하고 벨기에전을 포함 이번 월드컵을 통해 드러난 전반적인 문제점을 짚어 봐야 할 것 같다.

우선 우리 선수들은 개인별 능력에서 세계 수준에 미달했다. 수비수 골키퍼는 물론이고 유럽 무대서 뛰고 있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들도 그러했다.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국내 지도자는 없다. 홍명보 감독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준비가 소홀했다는 결론부터 나온다. 월드컵 예선과 본선은 상대가 다르다는 점을 반드시 전제하고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아시아권에서도 상대 밀집수비를 쉽게 뚫지 못했던 한국 축구가 월드컵서 훨씬 강한 수비력을 지닌 상대들에게 골을 넣기는 쉽지 않다. 개인 능력 차이 때문이다.
따라서 본선에서는 기습 공격과 전방 압박이 최우선의 전략이어야 했다. 전방 압박도 볼을 따라가는 정도로는 안 되고 적극적인 몸싸움과 태클이 가능한 선수들이 필요하다. 이들이 전반부터 상대 수비를 지치케 만들고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기술 좋은 선수들을 투입해 득점을 노리는 게 한국 축구의 현실에서는 효과적이다.
그러나 전진 압박 수비가 안 된 상태서 정상적인 플레이만으로 찬스를 만들어 골을 넣으려 하다보니 아시아권에서도 쉽지 않은 득점이 더욱 힘들어졌던 것이다.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고 볼을 빼앗으면 1~2번의 패스로 슈팅까지 연결하면서 득점 기회를 노렸어야 했다.
이런 면에서 홍명보호는 우리보다 강한 팀들을 상대로 '귀족적인 축구'를 시도,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임했다. 세계적인 흐름이던 패싱 게임이 우리 축구에도 도입돼 성행하면서 우리 선수들이 볼을 돌리는 능력은 좋아졌는지 모르겠으나 연습 때부터 숏패스만을 강조하다보니 돌파력은 실종됐고 패스 미스를 안하려고 오히려 백패스만 늘어났다.
이는 플레이 템포를 더디게 만들어 미드필드진은 공격시 빠른 패스가 안 나와 찬스 포착이 힘들어졌고 결국 슈팅 기회는 줄어들었다. 단번에 빈 공간에 때려주는 침투 패스가 필요할 시점에 볼을 끌다 타이밍을 놓쳐 이미 제 자리를 잡은 상대 수비와 경합 중인 선수에게 볼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패스가 차단되면 곧바로 역습을 내주기 마련이다.
역습에 대한 수비수들의 대처 또한 고지식했다. 이번 대회서 여러 차례 드러났듯 중앙 수비라인이 너무 일자 형태만을 고집, 나가야 할 때 나가지 못하고 커버플레이도 안 되고 결국은 뚫려 쉽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우리 대표팀은 국내에서는 가장 개인 능력이 좋다고 평가되는 선수들을 모아 놓은 팀이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선수 구성을 반복한다면 1960년 이후 우승하지 못하고 있는 아시안컵(2015년 1월 4~26일, 호주)서도 정상 탈환이 힘들다.
특히 우리보다 약한 상대가 없는 월드컵서 이기려면 개인의 기술적 능력에 치중한 선발로는 안 되고 포지션별 특성에 가장 적합한 선수들로 맞춤형 팀을 구성해 임해야 한다. 즉 기술력과 함께 '공격성'이 중요한 기준이어야 한다. 한국 축구의 전통적인 장점인 정신력 투지 지구력 민첩성을 기본적으로 갖춘 선수를 뽑아야 한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세계 축구의 흐름에 무조건 따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우리만의 축구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이 왜 최근 들어 기술에서 앞서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유럽 무대를 평정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4년 전 월드컵 우승국 스페인의 티키타카, 이를 흉내 내며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하며 4강까지 호언했던 일본 축구의 몰락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김희태축구센터 이사장 겸 의정부 FC 감독
상파울루=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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