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 "'댄싱9' 무조건 해..내 춤은 지금도 정점" [취중 인터뷰]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07.02 10: 07

[OSEN=이혜린, 선미경 기자] 가수 이민우는 참 재주꾼이다. 춤으로 세상에 알려져서, 노래까지 하더니, 작곡을 하고, 프로듀서로도 자리잡았다. 모두 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 있는 것들이지만, 서로 유기된 듯 하면서도 각기 다른 재능을 요하는 일이라, 한 사람이 이 모두를 해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신화 무대의 센터를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쏘며 신화 전체 이미지를 좌우했던 이민우는 어느새 올해 11주년을 맞은 솔로가수 M으로, 신화 앨범을 프로듀싱하는 프러듀서로 어엿한 중견 뮤지션이 됐다. 그런 그가 요즘 마음껏 초심으로 돌아가 한바탕 즐기는 곳이 있으니, 바로 엠넷 '댄싱9'다. 오랜만에 댄서 이민우를 전면에 내세운 그는 참가자의 춤에 더 신이나서 엉덩이를 들썩이고 환호를 내지르며 춤의 매력에 다시 빠진 상태다.
신화 내에서도 주량이 꽤 센 편인 그는 연거푸 돌아가는 술잔에도 끄떡없는 체력을 자랑하며, 자신의 춤, 음악, 그리고 신화에 대해 요목조목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는 대중에게 매우 익숙한 스타지만, 학창 시절 얘기, 작곡 뒷 얘기들은 새삼 재미있다. 다음은 편집이 크게 필요하지도 않았던, 은근히 달변가인 이민우와의 취중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그의 단골집인 신사동 '게판 오분전'에서 이뤄졌다.

# '댄싱9' 시즌2,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OSEN(이하 O) - 이민우, 하면 세가지 테마가 있어요. 프로듀서 이민우/ 댄서 이민우/신화 이민우. 무슨 얘기부터 해볼까요?
이민우(이하 M) - 댄서 이민우부터 하죠!
O - '댄싱9'이 물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시즌1이 기대만큼 폭발적이진 않았잖아요? 그래서 사실 시즌2에 들어가단다고 해서 좀 놀랐어요. 
M - 시즌1이 기대치 이상을 더 가길 바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기대치 이하도 아니었어요. 나도 너무 춤을 추게끔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스트리트랑 케이팝 장르만 접하다가 순수 무용인 클래식을 봄으로써 '클래식이 이렇게 매력 있었던 장르구나' 다시 한 번 느끼고, 그 매력에 빠져서 다시 한 번 춤을 더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O - 그래서 큰 고민 없이 시즌2에 합류하신 거예요?
M - 네. 시즌2도 당연히 무조건 하겠다고 제가 먼저 제시했었어요. '댄싱9'가 가져다준 큰 선물은 또 따로 있죠. 댄스에 정말 다들 최고봉인 마스터들과 친목이 다져지는 거잖아요. 저에게 큰 선물이었어요. 지난해 제가 사람을 사귄 것 중에 정말 뿌듯했던 사람들이에요. 단순히 친해졌다가 아니라 '같이 춤을 좋아하는 분야로서 만난 사람들이 정말 잘 통하는 구나' 그런 것들이 고맙다는 생각을 했어요.
O - 클래식의 매력은 뭐던가요?
M -  아름다움? 몸의 선이 정말 아름다워요.
O - 전 좀 어렵더라고요. 만약 허각이 노래했다, 그러면 누가 봐도 잘하는구나가 되는데 사실 춤은 조금 어려운 거예요. 노래보다 생소해서 그런가. 
M  - 노래는 듣는 거죠. 들었을 때 노래 멜로디가 기승전결이 있어서 하이라이트에서 소름이 돋고 감동을 받잖아요. 춤도 같아요. 다만 보는 거예요. 가수가 진정성을 갖고 노래하듯이 댄서가 진정성을 갖고 춤을 추는 게 가능해요. 굉장히 폭발적인 것이 있어요. 소름이 돋고, 그리고 내가 갑자기 엉덩이가 떨어지면서 '이건 뭐지?'하면서 박수가 나오고. 내 속으로 계속 미쳐가면서 나오는 그런 흥분? 그런 소름? 그런 감동? 거기서 마스터키를 돌리고 선발자를 뽑죠. 
 
O - 후배 그룹들도 많이 참여했던데요. 
M - 설 무대가 많지 않아서 나오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짠했어요. 세대가 바뀌었잖아요. 우리 세대만해도 설 무대야 행사도 많았고, 가요 프로그램도 그때가 더 활성화된 즐거운 느낌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정말 공장처럼 찍어내서 만들어져서 나오고, 인기 없으면 처분하고 또 다시 찍어서 내고 그런 게 너무 빠르니까. 이제는 정규앨범에 몇 개월씩 힘을 쏟아서 나와서 몇 달 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은 한 곡가지고 나와서 4주나 길면 8주인데, 거의 3~4주죠. 거기서 놀랐어요. 그래서 이렇게 도전하는 후배들의 의지가 대단하구나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어요.
# 춤, 내 그림자 보면서 연습했다  
O - 자, 입장을 바꿔서, 지금 이민우씨의 춤실력은 본인의 정점과 비교했을 때 몇프로인가요.(웃음) 
M - 더 나아지고 있는데!(웃음) 지금이 정점인데! 춤에도 경력이 중요하다고요.
O - 죄송해요.(웃음) 경력은 언제부터라고 보면 돼요?
M - 사실 춤을 춘지는 30년이 됐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춘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그때는 정말 미친 듯이 연습하고 음악 좋아해서 춤만 춘 것 같아요. 텔레비전 보고 교재가 없어서 현진영,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뉴키즈온더블록, 마이클잭슨 등을 엄청 열심히 봤죠.
O - 그때는 유튜브도 없었을 텐데요. 
M - 그런 자료들을 쉽게 볼 수도 없으니까 유선방송 사장님에게 전화해서 한 번만 틀어달라고 하기도 했어요. 동네가 조그맣다 보니까 틀어주시거든요.(웃음) 그럼 그거 녹화하고 그거 보면서 연습했어요. 어머니가 미용실을 하셔서 거울이 많았어요. 그거 보면서 연습하고, 엄마가 일할 때는 또 나가야 하니까, 넓은 공원이나 다리 밑이나 가로등 밑에서 그림자 보면서. 그림자 보면서 연습 제일 많이 했어요.
O - 제가 몸치라서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정말 영상을 보면 바로 동작이 몸으로 나오나요? 그건 재능이죠? 보통 사람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안되는데.
M - 연습에 연습을 했죠. 유전도 있나? 아버지가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세요. 어머니도 유연하시고. 에어로빅 경력이 10년이 넘어요. 지금 댄스스포츠 배우신 경력도 거의 8년이에요. 아무래도 어머니의 끼를 닮은 것 같아요.
O - 우와, 그럼 모자가 함께 춤을 즐길 수 있겠군요.
M - 가끔 집에서 '엄마 댄스스포츠 뭐 배웠어?'하면서 같이 배워가면서 춤추기도 해요. 
O - 춤에 소질을 깨달은 건 언제였어요?
M - 어려서부터 유일한 내 친구였다고 표현해야 하나. 어렸을 때 공부에 대한 압박이 별로 없었어요.(웃음) 어렸을 때 사실 놀 데라고는 물놀이와 친구들하고 구슬치고, 딱지치기하고 그런 게 다였는데. 저는 유일하게 춤추는 게 재미있었어요. 친구들 가르쳐주고, 그러다 보니까 정식적으로 제가 팀을 만들고 대회에 나가서 상금을 타오면 그걸로 용돈 벌이도 하고요. 그렇게 고등학교 때까지. 자연스럽게. 전주예술고등학교가 신생 학교라서 당시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제가 팀을 만들어서 입상해오니까 선생님들도 좋아하셨죠.
O - 어떤 팀이었어요?
M - 댄스팀 디키더키라고 만들었어요.(웃음) 춤추는 즐거운 사람들의 활력소의 집합, 장소, 사실 별 뜻은 없어요.(웃음) 그때부터 제가 스케줄 잡고, 녹음 온 걸 들어보고 딜하고 그랬죠.
O - 딜이요?
M - 출연료 얼마까지 주셔야 한다고, 4명이라서 짝수에 맞춰야 한다고 하면서 출연료도 요구했어요.(웃음) 못해도 정말 낮아도 20만원 정도.
O - 부모님이 걱정은 했을 것 같아요. 물론 어머님도 춤을 좋아하시지만 속으로 '쟤가 계속 춤 추면 어떡하나'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웃음) 
M - 제가 소질이 딱 두 가지가 있더라고요. 제가 손재주가 좀 있어요. 뭐 손만 대면 뚝딱 잘 고쳐요. 엄마 드라이기가 망가지면 풀어서 고쳐서 주고요. 또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 좋아해서 대회에도 많이 나갔었어요. 전라도 대회에 나가서 금상도 받고요. 여러 상을 받았었어요. 학교에서 방학 과제물로 포스터를 그리면 항상 복도에 걸려 있고요. 그림만 그리면 너무 편안하고 집중하는 것에도 좋고요.
O - 미술학도, 좋은데요?
M - 그런데 포기하게 된 일이 있었죠. 아빠가 분재를 좋아하셔서 분재에 취미가 있으셨어요. 그래서 집에 분재가 많았었어요. 정말 예쁜 것, 난, 미니어처 나무들이요. 마침 방학 숙제로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보라고 했는데 그 집 마당에 나무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모래를 뿌리고 분재를 잘랐었어요.(웃음)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아버지에게 딱 보여드렸는데, 하시는 말씀이 '어디서 많이 본 거다'. 하하.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많이 맞았어요. 
O - 그래서 또 다른 소질인 춤으로 나아가게 됐군요.(웃음) 
M -  네.
O - 그런데 당시만 해도 댄서는 나쁜 길로 보였잖아요? 유혹이 많았을 텐데?
M - 어려서는 제 주변에 나 말고 춤추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독립적으로 길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끌려가는 춤 생활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서 내가 끄는 춤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 반항아? 엄마 일 돕는 착한 학생
O - 그래서 주체가 되는? 그런데 지금 보면 한 카리스마 하시니까 좀 괴롭히기도 하고 그랬을 것 같아요.(웃음)
M - 아직도 이민우 하면, 말썽을 많이 피웠을 것 같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어요.
O - 그냥 반항아 아우라가 있어요.
M - 그러니까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엄마의 일도 도와드리고, 마늘도 많이 빻고 파뿌리도 많이 잘랐어요. 예전에는 카리스마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느 중간 타이밍에 '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더라고요. 진짜 나는 그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정글의 법칙'에서 보여 준 내 모습이나 신화로서 보여준 내 모습이나 두루두루 10여 년을 같이 한 사람들은 알고 있어요. 이제야 조금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O - 그렇긴 한데, 아직은 신화 무대 중간에 서서 눈빛을 쏘는 모습이 강해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도 좀 놀았을 것 같고.(웃음)
M - 성적도 상위권이었거든요! 학력 우수상을 몇 번이나 받았는데요.
O - 안믿겨요. 
M - 거짓말 아니에요!
O - 지난번 인터뷰서 전진 씨는 수학경시대회에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M - 전 과학경시대회 나갔어요(웃음). 만드는 것을 잘하니까. 공부를 하기 싫다고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수업 시간이 사실 지루하고 따분할 수는 있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하냐는 것을 그때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공부할 땐 해요. 그리고 시험 볼 때는 정말 미친듯이 외워요.
O - 몇 학년 때까지 열심히 했어요?
M -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 올라갈 때쯤까지? 그 이후로는 가수, 연습생이 됐죠.
O - 춤을 그렇게 잘 추고 좋아하면 가수가 되겠다고 예상했겠어요. 춤으로 좀 한 획을 그겠다는 식으로요.
M - 아니요. 내가 왜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었는지 그게 신기하네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데'라고 그때 좀 느꼈던 것 같아요. 춤만 접해봤지 노래는 접해보지 못한 거예요. 흉내는 내봤지만 노래까지 생각을 안 해봐서 그랬던 건가, 아무튼 고등학교 1학년 올라가면서 제안을 받기 시작하고 '해볼까?' 생각했는데, 비참하게 배신을 당하고 또 배신을 당했죠.
O - 이상한 기획사에 가신 거군요?
M - 계약은 안 했어요. 그런데 여기저기서 배신이 좀 많았어요.
# 운명과 같은 SM 캐스팅
O - 그래서 포기했었어요?
M - 그래도 댄스 대회는 많이 나갔었어요. 고등학교 올라갔을 때부터는 창작 댄스를 좋아했었어요. 그 전에는 가수의 흉내를 내는 것을 좋아했던 거고요. 고등학교 올라가서 창작 댄스를 하면서부터 더 만들어가는 것 같은 희열을 느꼈던 것 같아요. 사실 '해결사'에 있는 안무에 제가 고등학교 때 췄던 안무들이 대부분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춤을 그냥 창작하면서 즐기다가 내 꿈을 다 내려놨었거든요, 배신을 당하다 보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와중에 '우리 고3 때 대학도 가야하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 가자' 그랬어요. 상금도 컸어요. 500만원인가? 그랬는데 그 대회에 나가서 SM에 캐스팅됐어요.
 
O - 그게 인생을 바꿨군요?
M - 인생을 바꾼 건 CD 한장이었어요. 우리가 깜빡하고 음원을 안가져온 거예요. 그 음원을 구하려고 대학로도 가봤는데 거기에도 없었어요. 접수 못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서울 온 김에 구경이나 할까 하고 댄스 장소 열리는 곳에 갔는데 거기 CD가게가 있는 거예요. 그 음원이 있었어요. 겨우 줄서서 참가하고, 결승 여덟 팀 안에 들어갔어요.
O - 그때 만약 CD가게를 못 찾았다면?
M - 지금의 제가 없었겠죠. 그러니까 그게 행운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절실하기도 했고요. 1차 예선 붙고, 2차 예선 올라가기 전에 신발끈 딱 묶고 있는데, SM 명함이 저에게 왔죠. 그때 SM 이사님이 심사를 직접 봤는데 우릴 보고 너무 마음에 드는 팀이라고 했어요.
O - 캐스팅된 거군요! 
M - 예선 두 번 하고 밥 같이 먹자고 하셔서 밥 먹고, 밥 먹는 중에 SM사무실에 갔죠. 텔레비전에서 봤던 사무실이 나오니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사실 H.O.T 팬이었고요. 정말 꿈인가 했죠. 춤추는 거, 프로필 다 찍고 고향으로 내려갔는데 바로 연락이 오더라고요. 노래 불러서 녹음테이프를 보내달라고 하셨어요. 노래방 가서 에코 빼고 생목소리 들리게 녹음했어요.
O - 바로 계약했나요?
M - 어머니, 아버지께 좋은 선물 드린다고 이야기하고 불러서 계약서를 썼죠. 그리고 바로 다음 날부터 숙소로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O - 연습생 중에서도 춤으로 두각을 좀 나타내셨나요?
M - 뭐, 잘난 척으로 이야기하기 싫지만.(웃음)
O - 솔직히!(웃음)
M -  다른 연습생이 몇 개월 했던 것을 단 3일 만에 했어요!(웃음) 
O  - 그 부분은 기사에 꼭 넣을게요.
M - 으하하!
O - 만약 제가 이 기사를 보는 중학생이에요. 그런데 나는 춤이 너무 좋긴 하지만 보고 바로 따라하지는 못하겠다. 재능은 없는 것 같다 그러면 포기하는 게 맞아요? 그래도 하는 게 맞아요?
M -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라면 금방 포기할 것 같은데, 저는 포기를 안 했어요. 어떤 테크닉이 있으면 만약 윈드밀 동작이다, 하면 그게 될 때까지 했어요. 하면 되더라고요. 사람이 누구나 단순히 보고 그걸 혼자 트레이닝하면 힘들죠. 그런데 전문가의 손길을 타고 트레이닝을 하면 할 수는 있죠. 저는 그냥 혼자 하는 게 편해진 거고요. 누구나 뭔가 획기적인 동작들이 나왔을 때 캐치하고 보고 머릿속에 담고 그걸 움직이고 움직여서 몸에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데 거기서 어느 정도 자기가 갖추게 되면 거기에서 짜릿함이 느껴지는 거죠. 노래와 마찬가지예요. 일단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댄서를 멘토로 삼아서 그 댄서와 최대한 비슷하게 춤을 춰보겠다고 생각하면 돼요. 노래도 우리가 좋아하는 어떤 가수들의 창법을 따라하는 그런 게 있잖아요. 그러다보면 자기 스타일도 발견하게 돼요.
O - 어려워요. 노래는 연습하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춤은 정말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유전자가 다르지 않을까?
M - 아무 것도 모르는 애를 1년 가르쳐서 잘 추게 된 적 있어요. 그게 돼요.
O - 그럼 일반 사람들도 마음만 먹으면 되나요?
M - 만약 내가 기타를 잘 못 치는데 그걸 1년 치면 잘 칠 수 있잖아요. 그거랑 똑같은 거예요.
# 춤꾼, 작곡도 접수하다
O - 더 신기한 건, 춤으로 SM 연습생을 평정하고(웃음) 가수가 됐잖아요. 또 초반에 댄스 가수로 있었던 건데, 또 작곡은 다른 영역이잖아요. 
M - H.O.T 숙소에 놀러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각자 방에 우주 비행선처럼 막, 건반도 있고. 그것만 보면 우주 조종실 같았어요. 그런데 스페이스바 하나 눌렀는데 음악이 나오니까 그걸 보고 자극을 받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영진이 형을 찾아갔어요. 작곡하고 싶다고 했죠. 그러니까 '그래 해라'라고 정말 단호하게 말씀하셨어요. 뭐부터 하면 되냐고 하니까 '너도 춤을 추잖아. 나도 춤을 췄던 댄서였던 거 알지?'라고 하시더라고요.
O - 아, 그래요?
M - 네. 댄서였어요. 턴 한 번에 열세바퀴로 유명했어요. 전설이에요. 형님께서 넌 리듬감이 있으니까 리듬을 잘 찍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그리고 사실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작곡가들을 보면 코드를 모른다. 하지만 불협화음이나 음은 다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해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장비들이 다 비싸니까 다 갖춰놓고 쓰려고 하지 말라고 하면서 노하우를 하나씩 알려줬어요. 건반은 재원이가 선물을 줬고, 컴퓨터는 나랑 가장 죽마고우 친구가 조립해서 주고, 그리고 가불해서 샘플러랑 모듈을 사서 독학하기 시작했어요. 신화 1집 끝나고였으니까 스무살 때.  
O -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다 연결되네요. 곡도 오물조물 만드는 거잖아요. 처음 만든 곡 기억나요?
M - 창작은 아니었고, 작곡 노하우 중에 하나가 좋아하는 곡의 사운드를 똑같이 만들려고 해보라는 것이었어요. 그 곡을 들으면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분석을 하고,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하나하나 찾아서 펜으로 적는 거예요. 그걸 하나씩 해가고, 리듬부터 찍고, 똑같은 느낌을 만들 수 있는 소스를 찾아서 만드는 거죠. 만들어서 들리는 코드를 입히라고 했었어요. 노래 제목은 생각이 안 나는데, 어떤 힙합가수의 노래였어요. 그때 3일을 밤새웠는데 하나도 안 피곤했어요. 작업하는 거요. 멤버들이 와서 뭐하냐고 물어보면 틀어주고요. 굉장히 초라한 숙소생활의 제 작업 공간이었는데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어요. 다 완성하고 영진이 형에게 전화해서 너무 재미있다고 했어요.
O - 그 다음 단계는?
M - 좋아하는 곡을 하나 잡아서 그런 스타일의 곡을 쓰려고 해보라고 했죠. 그래서 썼는데 그게 신화 3집 앨범에 있는 '소울(Soul)'이예요.
O - 우와. 첫 자작곡이 바로 들어갔다고요?
M - 여러가지 스타일을 했었는데 멤버들이 '이게 좋다. 난 저게 좋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많은 표를 받은 게 그 곡이었어요. 그땐 배우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베이스에서 '웅~'하는 소스가 있어요. 그런데 건반을 쫙 밀면 '웅~'하는 소리가 나요. '소울'을 들어보면 그 소스가 들어갔어요. 그렇게 배우고 물어봤죠. 들어서 모르는 것들은 작업실 찾아가서 배우고요.  
O -그들 입장에서는 스무 살짜리 아이돌 스타라 진지하게 안 봤을 것 같아요.
M - 이수만 선생님께선 우리가 작곡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창작을 하는 거니까요. H.O.T 때부터 그러셨었죠. 그래서 이렇게 작곡을 하다 보니까 100곡이 넘었어요. 정확히 몇 곡인지는 모르겠어요.
 
O - 왜 이렇게 소질이 많은 거예요?(웃음)
M - 저는 약간 혼돈이 있었어요. 너무 작곡만 하다 보니까 춤에 대한 것이 또 시들더라고요. 그런데 멜로디가 잘 나올 때 또 특성이 있어요. 일어서서 제가 작곡하는 패턴을 플레이한 후에 춤추면서 노래하면 잘 나와요. 그걸 녹음을 해놔요. 그러면서 막 혼자 누가 보면 미친 사람처럼요.
O - 춤과 작곡은 완전 상극일 것 같은데 연결이 되네요?
M - 어려운 설명이긴 한데 우리가 그냥 일반 비트에 노래를 넣으면 유치하잖아요. 그런데 안에 나눌 수 있는 멜로디가 있어요. 쪼개는 멜로디요. 이게 춤으로 표현이 되니까 더 잘나오는 것 같아요. 리듬은 정해져 있지만 그 리듬 안에 몸을 쓰면서, 나누면서 그 비트감을 자연스럽게 할 수가 있으니까요.
O - 아~ 내 몸이 여러 비트로 움직여지니까? 연결이 되네요.
 
M - 그래서 이렇게 가만히 있을 때는 잘 안 나오더라고요. 서서 막 움직여야죠. 카리스마 있는 곡 쓸 때는 옷 다 벗고요. 엄마가 들어와서 '미친놈, 뭐하냐?'고 하면 전 '엄마, 냉장고에 소주 있어?'하고 묻죠. 그렇게 만든 거예요. 춤추면서 만들 때가 더 잘나오더라고요.
O - 그래서 춤도 녹슬지 않았다는 거죠? 보통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에이 30대, 40대에 춤을 어떻게 춰?'라고 생각하잖아요.
M - 전 여전히 자극받고 있어요. 물론 이민우하면 사람들이 춤을 먼저 생각하니까 고민스러울 때도 있어요. '내가 노래도 만들고, 작곡도 하는데 히트곡이 없어서 그런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O - 이민우씨 노래는 트렌드를 많이 앞서가죠.(웃음)
M - 하하. 그런데 이제 춤꾼 이민우로만 아셔도 좋아요. 내가 왜 그 소리를 싫어했었지? 철 없었던 것 같아요. '춤 이미지 하나가 굉장히 좋은 거구나' 느끼게 됐거든요.
O - 그러니까 나이와 춤은 아무 관계없다는 거죠?
M - 나이와 춤은 관계없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춤이 줄거나 그러지는 않죠. 자신을 자꾸 나이에 비유해서 숨는 것 같아요. 물론 나이대에 맞게끔 할 수는 있죠. 제가 이번 '택시' 활동도 그랬어요. 예전에 그 바닥을 부술 듯한 퍼포먼스도 지금 나이에 하면 '애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여유를 갖자는 거예요. 거기에 맞게끔 하는 거죠. 그렇다고 그런 춤을 못 추는 것도 아니고요. 춤이라는 것은 사실 내 몸에 큰 이상이 오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에게 가장 좋은 친구고,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에요.
 
# 신화, 이제 '감히 신화'가 되겠다
O - 아, 그런데 신화 컴백이 내년으로 연기됐다면서요. 좀 안타까운 게 지난해 신화가 스타트를 잘 끊어서 올해 90년대 아이돌들, god와 플라이투더스카이가 이어가고 있는 거잖아요. 신화도 같이 나오면 좋을텐데 아쉽지 않아요?
M - 아니에요. 우리 활동에 그렇게 의미를 부여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죠. 특히 god는 우리와 같이 활동했었잖아요. 김태우 씨가 이번 컴백 관련해서 많이 물어봤어요. 어떻게 도와줄까하다가 설명도 해주고 그랬죠.
O - 예전 아이돌이 그렇게 핫하게 되니까 뿌듯하더라고요. '우리 세대 죽지 않았어'라는 느낌? 이제 신화의 길은 어떨까요. 앨범 프로듀싱을 주로 맡고 계신데.
M - 열심히 해서 신화 앞에 '감히'를 붙이고 싶어요. '역시 신화야', '꾸준한 것 보면 역시 신화야' 그런 말은 많이 들었잖아요. 후배들한테도 많이 들었고요. 이제는 '감히'가 앞에 붙는, 독보적인.(웃음)
 
O - 장수그룹, 그 다음 단계인 거죠?
M - 신화는 멈추지 않아야죠. 계속 경력이 높아지니까 우리에게 책임감이 더 높아지더라고요.
O - 그럼요. 가요계 전체가 신화에게 책임감을 주고 있죠.(웃음)
M - '우리가 참 잘 지켜냈구나. 더 예쁘게, 멋있게 잘 지켜야겠구나' 해서 책임감이 올라가더라고요. 신화는 매년 나와야 하는데 올해는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아서 팬들에게도 굉장한 미안함이 있어요. 사실 예정은 하반기였지만, 좀 더 나은 신화 활동을 위해 내년을 보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해서 내년 초반부터 활동을 길게 하자는 계획이에요. 좋은 거 있으면 계속 하는 거고, 길게 보고, 유닛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가주고요. 아시아 투어를 비롯해서 월드 투어까지 해볼 수 있는 예정이에요. 사실 솔로 활동보다 신화 활동이 더 재미있어요.
O  - 그래도 솔로 활동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M - 아니에요. 예능도 빨리 신화 멤버 모두 나갈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O - 평소 술을 마시면 장난기가 많은 편이라 걱정했는데, 오늘은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M - 저 벌써 경력 16년이에요.(웃음) 상황에 따라 잘 맞출 수 있어요. 여우랍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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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인터뷰 동영상(U+Shar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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