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하이브리드앵글] '자진사퇴' 홍명보, 레전드는 그렇게 떠났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7.10 14: 00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이 결국 스스로 사령탑에서 물러나며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했다. 한국 축구가 낳은 전설의 뒤안길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씁쓸했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거취를 밝혔다. 골자는 2014 브라질 월드컵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A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것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 자리에서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 지난 월드컵을 출발하기 전에 국민들께 희망을 전해 드리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과적으로 실망감만 안겼다. 정말 죄송하다. 그동안 1년여 정도 시간을 보냈다. 나 때문에 많은 오해가 생겼고, 실수와 잘못한 점도 많았다. 죄송하다"면서 "1990년부터 지금까지 24년간 국가대표 생활을 해왔다. 부족한 저에게 많은 격려를 해주셨지만 오늘로 감독직을 사퇴하겠다. 앞으로 발전된 사람으로 많은 노력을 하겠다"라며 A대표팀 감독으로서 마지막 소감을 전했다. 24년간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고, 쌓았던 공든탑이 단 1년 만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가 낳은 레전드다. 차범근, 박지성과 함께 오랜 시간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었고, 앞으로도 전설로 남을 한국 축구의 귀중한 자산이다. 그는 1990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 한일 대회 4강 신화까지 4회 연속 꿈의 무대를 밟았다. 특히 대학생으로 처음 나왔던 1990년부터 황혼의 2002년까지 월드컵 전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대부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국 축구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홍명보 감독은 한일 월드컵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2006 독일 월드컵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한 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코치로 참가해 지도자로서 시야를 키웠다. 2009 FIFA U-20 월드컵은 지도자 인생의 전한점이 된 무대였다. 구자철 김승규 김보경 지동원 등 현 A대표팀 주축 선수들을 이끌고 8강 신화를 써냈다. 2012년엔 정점을 찍었다. 런던 올림픽서 사상 첫 동메달 신화의 대업을 달성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그래서 더 달콤할 것만 같았다. 선수로나 지도자로나 '탄탄대로' 성공무대만을 달려왔던 홍명보 감독이었기에 그 기대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없이 장밋빛 미래를 기대한 건 과욕이었다.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자신의 화려했던 국가대표 인생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은 1년여 전 A대표팀 사령탑에 오를 때부터 지금까지 논란의 중심이었다. 비판을 넘어 수위 높은 비난도 받았다. 레전드에겐 어울리지 않는 대우와 칭호였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그가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었다. 뒤늦게나마 모든 것을 내려놓은 지금이라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국 축구를 위해 그동안 정말 고생이 많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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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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