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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cm’ 땅꼬마 선수도 코트를 지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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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168cm의 신장으로도 코트를 지배할 수 있다.

미국농구하면 보통 운동능력이 뛰어난 거구의 흑인선수를 떠올린다. 하지만 168cm의 신장으로 미국대학농구(NCAA) 디비전2에서 주전급으로 뛰는 동양계 선수도 있다. 한국을 찾은 브리검영 하와이대(이하 BYU)의 가드 저스틴 얌존(19)이 주인공이다.

BYU는 10일 오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KCC와 함께 하는 2014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3,4위전에서 경희대를 88-75로 물리치고 3위에 입상했다. 4강에 오른 네 팀 중 유일한 해외대학이었던 BYU는 처음 출전한 대회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2미터가 넘는 덩치 큰 선수만큼 돋보인 선수가 있었다. 168cm의 키로 코트를 빠르게 가로지르는 저스틴 얌존의 플레이에 경희대 선수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19분을 뛰면서 6점, 3어시스트, 2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특히 승부처에서 터진 속공과 3점슛이 백미였다.

얌존은 국가대표팀과의 연습경기서도 돋보였다. 박찬희(190cm), 김선형(188cm) 등 프로농구서 내로라하는 가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작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체격이 당당하다. 198cm 이승현과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또 코트에서 공을 갖고 치고 나가는 스피드가 매우 빨랐다. 드리블을 치는 자세도 낮아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니다.

켄 와그너 BYU 감독은 “가드는 신장보다 스피드와 체격이 관건이다. 개인기는 타고난 부분이 있다. 물론 팀에서도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킨다. 작은 선수들이 경쟁하려면 키도 중요하지만 체격이 좋아야 한다. 빠른 스피드로 슈팅도 좋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하루에 얼마나 체격과 개인기를 갈고 닦아야 이런 기량이 나올까. 경희대전이 끝난 뒤 얌존을 만나 물어봤다. 프로필 신장은 174cm였지만 실제 신장은 168cm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어려운 경기였다. 상대팀이 파이팅이 좋았다. 한국최고의 선수들과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했다. 이어 “시즌 중에는 두 시간정도 개인훈련을 한다. 방학 때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개인기 훈련을 합쳐 하루에 6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고 밝혔다.

얌존은 필리핀계 아버지와 일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시민이다. 동양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그가 당당한 체격을 갖춘 것은 순전히 후천적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렇다면 한국 선수들도 노력에 따라 제레미 린 같은 체격과 기술을 갖출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

김현국 경희대 감독이 해답을 제시했다. 김 감독은 “공을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노느냐에서 기술의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서 외국선수를 1 대 1로 제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우리나라 농구는 주입식이다. 초중고부터 5 대 5 게임을 한다. 최소 5~10년은 해야 기술이 숙달된다. 대학에서 연습을 시키지만 이미 늦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NCAA에서는 비시즌에 팀 훈련을 일주일에 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생선수는 시즌 중에도 일주일에 20시간만 운동하고 나머지는 공부를 한다. 규정을 어기거나 기준학점을 못 따면 학생선수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미국선수들도 운동시간은 길지 않다. 대신 미국선수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 개인훈련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반면 팀 훈련을 강조하는 우리나라는 개인기를 계발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새벽운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도 게을러서 하지 않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어려서부터 습관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현국 감독은 “운동시간이 길어야 하루에 4시간이다. 웜업시간 등을 빼면 실제로 공 잡는 시간은 두 시간 밖에 안 된다. 나머지 시간은 본인들이 노력을 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새벽에도 (개인운동을) 하라고 하는데 하는 선수와 안하는 선수가 있다. 하는 선수들의 발전 속도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서 돌풍을 일으킨 김민구도 개인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였다.

한국농구는 초등학생 때부터 이기는 농구를 강조한다. 지도자들도 키 큰 선수를 뽑아 지역방어와 패턴연습을 먼저 시키고 있다. 과거보다 선수들의 신장은 좋아졌지만, 개인기는 떨어진 이유다. 신장에 의존하는 농구를 하니 우리보다 더 큰 선수를 만나면 지는 것이 당연하다. 신장의 한계를 허물 수 있는 체격과 개인기를 갖추지 못했다.

얌존은 고교시절 평균 36점씩 넣었던 득점기계였다. 하지만 작년에 무릎을 다쳐 1년을 쉬었다고 한다. 심리학을 전공한다는 그는 “내가 다쳐봐서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안다. 졸업 후에 스포츠 심리학자를 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운동도 잘하고 똑 부러지게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모습이 당차보였다.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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