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 강동원, '별그대'로만 머물지 않는 이유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7.20 10: 12

[OSEN=윤가이의 실은 말야] 스크린의 절반은 배경이고 반은 강동원이다. 찰랑찰랑 장발을 풀어헤친 강동원이 적개심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또는 관객들)를 노려보는 모습이 떠오른 찰나, 곳곳에서 터져 나온 탄식이다. '웬만한 여자보다 더 예뻐. 어떡하나!'
슬프도록 아름다운 남자가 여기 있다. 군 전역 후 정식(?) 상업 영화로는 첫 인사를 하는 강동원이다. 영화 속 역할 때문 만일까. 아니 어쩌면 실제 저렇게 처연한 사연을 갖고 있는 외계인일 것만 같은 비현실적 외모다. 그렇다면 단지 비주얼만일까. 강동원은 고운 얼굴 선과 더불어 몸짓으로 그리는 황홀한 선, 그리고 굵은 선의 악역 연기로 관객을 홀린다. '군도'(감독 윤종빈) 속 조윤 역은 강동원을 만나 꽤 타당한 악역으로 태어났다.
23일 개봉하는 '군도'는 흔히 일컫는 멀티 캐스팅 영화다. 윤종빈 감독과 벌써 수 차례 호흡을 맞추고 있는 톱 배우 하정우를 비롯해 이성민 이경영 조진웅 마동석 김성균 정만식 김해숙 윤지혜 등등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 중에도 도적 무리에 홀로 맞서는 유일 악역 조윤 역의 강동원은 마치 17대 1 영웅담 속 히어로마냥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코믹과 비장미를 두루 오가는 돌무치(도치) 역의 하정우에 비해 조윤 강동원은 내내 진지하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비주얼과 액션, 그리고 연기에 이르기까지 두루 확연한 선을 긋는 느낌. 강동원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군도'를 보는 이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포인트로 남는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군 전역 후 각종 CF와 단편 영화에 출연해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었지만 배우의 진면목을 보는 건 오랜만이라 더 반갑다. 커피 광고 속 달달 매력남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연기에 몸 바친 배우의 모습을 만나는 것이 더 큰 쾌감 아닐까. 강동원은 실제로 칼을 간듯 영화 속에서 날렵한 몸놀림으로 장검을 휘두르며 날아다닌다. 누더기로 연명하는 군도 무리와 달리 홀로 고운 색감의 비단 옷을 여러 벌 갈아입는 조윤은 강동원의 우월한 몸매와 마치 무용을 보는 듯 착각을 부르는 액션에 의해 홀로 이방인인양 보인다.
하지만 어릴 적 서자로 자란 아픔과 인정받지 못했던 설움이 들어찬 조윤의 내면은 또 격한 공감을 부른다. 조윤이 비단 '별에서 온 그대'로만 끝나지 않는 이유다. 강동원은 우수와 독기를 오가는 악인의 외롭고도 처절한 감정을 무리 없이 표현해냈다. 신비주의에 몰두하는 이미지 장사 스타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 자연스러운 연기로 확인할 수 있다.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을 담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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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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