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1위’ 이재원, 김주찬 이름 지운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7.21 06: 27

평소 같았으면 경쟁자가 없는 독보적 타격 1위다. 이재원(26, SK)의 전반기가 그랬다. 그런데 김주찬(33, KIA)의 맹추격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이재원은 별다른 동요가 없다. 초심을 마음 속에 담아두며 자신의 할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타이틀은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이재원은 놀라운 전반기를 보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SK의 라인업에서 주전 선수가 아니었던 이재원은 대타로 시작해 전반기를 3할9푼4리의 타율로 마쳤다. 몰아치기 한 번이면 ‘꿈의 타율’이라는 4할에 다시 재진입할 수 있는 거리다. 타격 재능은 원래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전반기 내내 이런 성적을 유지할지는 아무도 상상을 못했다. 스스로도 믿기 힘들다고 웃을 정도다.
맹활약을 등에 업고 첫 올스타 출전의 영예까지 안은 이재원은 이제 타격왕을 향한 후반기 레이스를 시작한다. 3할8푼9리를 기록하고 있는 김주찬과의 흥미로운 레이스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기도 하다. 김주찬은 10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페이스를 과시한 끝에 규정타석에 진입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1위가 바뀌는 불꽃 튀는 경쟁도 그려볼 만한 시나리오다.

생애 첫 타격왕 타이틀, 그리고 4할이라는 상징적 고지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만큼 욕심이 날 법도 한데 경쟁자까지 생겼다. 어깨와 방망이에 힘이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러나 이재원은 이에 대한 생각을 접기로 했다. 이재원은 타격왕에 대한 질문에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대뜸 먼저 “팀 성적이 좋아야 기분이 날 텐데 그렇지가 못하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부상 악몽에 시달린 SK는 성적이 쭉쭉 떨어진 끝에 전반기를 8위로 마쳤다. 이재원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SK 왕조를 벤치에서 경험했던 이재원은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팀 성적이 좋으면 많은 것이 따라온다고 말한다. 팀 성적이 좋아야 올해 자신의 성적도 빛이 날 수 있다고 덧붙인다. 개인 성적에 대해서는 굳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다.
김주찬과의 경쟁구도에 대해서도 의식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재원은 “(김)주찬이형이 워낙 잘 친다. 대단하다”라고 혀를 내두르면서 “신경이 아예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그러나 이내 “욕심을 내지 않겠다. 부상 없이 꾸준히 활약하는 것이 후반기 목표다”라면서 개인 타이틀 유무보다는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가는 데 더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지만 이재원은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원은 항상 “원래 올 시즌 목표는 규정타석 진입과 3할 타율이었다. 이미 초과 달성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하다”라는 말을 한다. 이 초심을 간직한 채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르다보니 전반기를 좋은 성적으로 마쳤다. 이재원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 이런 선순환의 연장이다. 최고 시즌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이재원의 최종 성적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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