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타 4개’ 최경철, 하위타순 4번 타자 됐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7.24 13: 00

방심했다간 호되게 당한다. 타율은 2할대 초반이지만, 찬스에선 무서운 집중력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 LG 포수 최경철이 통산 첫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하위타순을 이끌고 있다.
최경철은 23일 광주 KIA전 4회초 1사 만루에서 상대투수 데니스 홀튼의 슬라이더에 좌월홈런을 폭발,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최경철은 “이전 타석에서 슬라이더에 삼진을 당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내게 슬라이더를 구사할 것이라 생각하고 슬라이더를 노렸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최경철의 이 홈런은 이날 경기 결승타였다. 이로써 최경철은 올 시즌 결승타 4개로 이병규(7번, 6개)와 이진영(5개)에 이어 박용택(4개)과 함께 팀 내 결승타 부문 공동 3위에 자리했다. 최경철이 찬스 상황이 적은 하위타순에 배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하위타순의 4번 타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타율은 2할3푼에 불과하다. 하지만 득점권에선 2할8푼8리, 만루에선 4할2푼9리로 타율이 급격히 올라간다. 정말 필요할 때 안타를 날리고 있어 안타숫자(41개) 대비 타점(29타점)의 비율도 높다. 번트 능력도 출중한데 지난 22일 경기에선 1사 만루서 절묘한 스퀴즈 번트 내야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최경철은 이처럼 만루상황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두고 “만루에서 타석에 설 때마다 ‘더 잘 하자’는 생각은 안 한다. 부담 없이 일단 타구를 외야로 보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김무관 타격코치님이 자신감을 많이 주고 계신다. 최근 타격 밸런스가 좋은 만큼, 자신 있게 휘두르고 오라고 하시는데 결과가 좋다”고 웃었다.
번트에 대해선 “번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수의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공을 두려워하지 않고 확실하게 공을 본다면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공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LG 양상문 감독 또한 최경철의 번트 능력과 관련해 “경철이가 자신은 어느 상황이든 번트에 자신 있다고 한다. 올스타전 때 번트왕 대회에 참가시킨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확실히 경기에 꾸준히 나가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흡족해했다. 
사실 누구도 최경철에게 타격에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었다. 포수로서 투수를 잘 리드하고 상대의 도루만 잡아내도, 포수난에 빠진 LG에 구세주가 됐다. 그러나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최경철은 타격에서도 한 단계 진화했고, 올 시즌 LG의 확고부동한 안방마님이 됐다. 12년에 걸친 인내가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
최경철은 프로 12년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2011년 겨울 조인성 선배가 SK로 왔을 때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정말 내 자리는 없구나’ 싶었다”며 “요즘에는 오랫동안 2군 생활을 함께 했었던 동료들이 꾸준히 격려해주고 축하해주고 있다. 경기에 많이 나가는 만큼, 공수 모두에서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땀방울 속에서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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