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5이닝 2실점 류제국 에이스라 칭한 이유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7.25 06: 53

기록상 나빴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도 하지 못했고, 선발승에도 실패했다. 투구수 109개 5이닝 4피안타 6사사구 4탈삼진 2실점(1자책). 숫자만 놓고 보면, 에이스다운 투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LG 양상문 감독은 선발투수 류제국을 승리 수훈갑으로 꼽았다. 양 감독은 24일 광주 KIA전서 6-2로 승리한 후 “류제국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실점을 막아내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다. 팀이 이기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류제국을 칭찬했다. 6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신재웅, 8회초 쐐기 스리런포를 터뜨린 이병규(7번)를 이야기함에 앞서 류제국부터 치켜세웠다.
기록에서 드러나듯 이날 류제국은 100%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었다. 패스트볼의 구위는 나쁘지 않았으나, 체인지업 외에는 마음대로 제구되는 구종이 없었다. 체인지업은 정교한 패스트볼과 짝을 이뤄야 진가가 드러난다. 그런데 류제국은 좀처럼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가지 못했고,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던질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양 감독이 류제국을 언급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컸다. 첫 번째는 류제국이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상대에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반복된 수비 실책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정신력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LG 야수진은 수비에서 전혀 류제국을 돕지 못했다. 1회초 스나이더의 2타점 2루타로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으나 1회말부터 수비 실책으로 허무하게 실점하는 모습이 나왔다. 정성훈이 신종길의 평범한 1루 땅볼을 한 번에 포구하지 못했고, 1루 백업에 들어간 류제국을 향한 송구도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 허무하게 신종길이 살아나간 가운데 LG는 1사 만루서 안치홍의 2루 땅볼에 신종길이 홈을 밟아 1점을 허용했다. 류제국의 승리투수 요건이 날아간 5회말 실점도 수비 실책이 원인이었다. 2루수 손주인이 느린 송구로 5-4-3 더블플레이에 실패했고, 결국 나지완이 홈으로 들어와 2-2가 됐다.
따지고 보면 류제국이 실점위기서 상대에게 안타를 맞은 경우는 없었다. 내야 땅볼이 필요하면 내야 땅볼을 유도했고, 삼진이 필요하면 삼진을 잡았다. 사사구 6개가 옥의 티지만, 수비 실책이 없었다면 6회까지는 책임질 수 있는 페이스였다. 보통의 투수라면,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는 순간이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류제국은 버텼고, 끝까지 상대에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사실 류제국은 최근 험난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가장 좋았을 때였던 2005년의 투구 밸런스를 찾기 위해 다이어트를 감행 중이다. 시즌 중 다이어트가 독이 될 수도 있으나 류제국은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이 지겠다며 단호한 모습이다. 동료들은 이러한 류제국을 보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주장 이진영은 24일 경기를 앞두고 “제국이를 일 년 넘게 보면서 느끼는 건데 확실히 스케일이 큰 선수다. 생각 자체가 넓고 깊다. 자신만의 색깔이 있고 한 번 결심한 것은 끝까지 지키는 스타일이다”며 “실은 전날 경기 후 제국이에게 숙소 근처 치킨집에 가자고 했는데 역시나 단칼에 거절하더라. 그래서 치킨은 (백)창수와 (정)찬헌이와 함께 먹었다”고 웃었다. 
류제국의 후반기 목표는 단 하나, 오직 ‘팀 승리’다. 류제국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이었던 지난 19일 “전반기에는 야수들이 실책했던 것을 생각했고, 타자들이 점수를 못 뽑은 장면들이 머릿속에 맴돌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내 역할만 잘하자, 나만 잘하면 팀도 잘 될 것이다’고 생각하니 더 집중됐고, 다른 쪽에 시선이 가지 않았다”며 “내가 잘 던져도 팀이 지면 의미 없다. 팀이 이겨야 한다. 내 선발승보다 팀 승리에 집중하며 던질 것이다”고 다짐했다.
결국 류제국은 후반기 첫 등판부터 자신의 다짐을 실천했다. 선발승은 올리지 못했지만, 자신의 컨디션 난조와 야수진의 수비 불안 속에서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LG는 KIA를 꺾고 후반기 첫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양 감독의 눈에는 류제국의 이러한 단호함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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