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이동국, 두 영웅의 끈끈했던 우정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7.26 07: 05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가 있다. 은퇴하는 박지성(33)을 바라보는 이동국(35, 전북)의 눈빛이 그랬다.
팀 K리그와 팀 박지성은 2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이하 올스타전)’ 경기서 6-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에 참여한 모두가 승자인 축제의 장이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무리한 박지성은 유쾌하게 경기를 즐겼다. 전반 27분 하석주 심판이 옐로카드를 줬을 때 박지성은 초등학생처럼 억울해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후반전 다시 그라운드에 투입된 박지성은 축구인생 마지막 골을 뽑아내며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이동국도 두 골을 뽑아내며 맹활약을 펼쳤다. 올스타전 최다 16골을 뽑아낸 이동국은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두 영웅은 경기 후 나란히 인터뷰장에 들어섰다. 박지성이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만큼 감회가 남달랐다. 박지성이 보는 이동국은 어떤 선배이자 선수였을까. 박지성은 “대표팀에 입단했을 때 (이동국은) 너무나 유명한 선수였다. 한국축구에서 가장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포지션이 스트라이커다. (이동국이) 어린 나이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도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도 K리그서 부상을 딛고 꾸준히 최정상 공격수로 활약하는 모습과 정신력은 후배들이 배워야 한다”며 이동국을 칭찬했다.
이동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박지성보다 (선수생활을) 더 오래할 줄 몰랐다. 올림픽팀에서 내가 막내였을 때 지성이가 처음 들어왔다. 공 당번을 물려주는 등 많은 추억이 있었다”며 감상에 젖었다.
박지성과 이동국은 200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서 두 선수가 함께 맹활약한 기억은 많지 않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동국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반면 박지성은 그 때부터 승승장구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는 전성기를 누리던 이동국이 통한의 부상으로 낙마했다. 두 선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나란히 출전해 첫 원정 16강 진출의 성과를 이뤘다.
박지성은 “동국이 형과 대표팀 외에 같이 못 뛴 점이 아쉽다. 오늘도 같은 팀이 아니라 아쉬웠다. 동국이 형이 경기장에서 오래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내가 고등학생 때 동국이형이 대표팀이 된 것을 봤다. 밖에서 본 모습을 더 오랫동안 보길 바란다”고 했다.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박지성의 눈가가 촉촉했다. 비교적 늦게 빛을 본 박지성에게 십대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단 이동국은 동경하는 선배일 수밖에 없었다. 까까머리 학생이었던 두 선수가 이제 30대 중반이 돼 은퇴를 바라보니 참으로 격세지감이었다.
담담하게 박지성의 말을 듣던 이동국은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박지성이란 선수가 다시 나올까 싶을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했다. 마지막 무대서 많은 분들이 축하해줬다. 축구선수로서 최고의 선수생활을 했다. 제2의 인생도 축구선수의 활약만큼 성공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
마지막 마무리는 훈훈했다. 박지성은 이동국의 조언처럼 자녀 5명을 두겠냐는 질문에 “아이를 5명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글쎄요. 웬만하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힘들 것 같다”면서 웃었다. 결혼도 선배인 유부남 이동국은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지”라며 핀잔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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