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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이닝 1위' 윤규진, 시대 거스르는 롱클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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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는 시대를 거치며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초창기 완투형 투수들이 즐비했지만 이제는 선발·중간·마무리로 보직이 구분돼 있다. 그런데 여기 시대를 거스르는 투수가 있으니 바로 한화 우완 강속구 투수 윤규진(30)이다.

윤규진은 지난 25일 대전 KIA전에서 7-3으로 리드한 7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4점차에서 이닝 시작 상황이라 세이브 요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윤규진은 7회부터 9회까지 3이닝을 혼자 책임지며 '3이닝 요건'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시즌 6세이브째로 1군 복귀 이후 첫 세이브였다.

6월말 어깨 염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7월 중순 복귀한 윤규진은 이날 최고의 투구를 했다. 140km대 후반의 강속구와 절묘한 각도에서 떨어지는 포크볼로 3이닝 동안 안타 하나만 주며 탈삼진 4개. 3이닝 투구수는 36개에 불과했다. 속전속결 투구로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뻥 뚫리게 했다.

경기 후 윤규진은 "처음 올라갈 때부터 내가 끝까지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정민철 투수코치님이 의사를 물었고, 팔 상태가 괜찮은 만큼 더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규진은 올해 2+이닝 투구가 12경기인데 3+이닝만 4번이다. 지난 5월1일 대전 롯데전에는 4이닝 세이브를 거둔 바 있었다.

시즌 성적은 30경기 4승6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4.08.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투구 이닝이다. 총 53이닝으로 순수 구원으로 던진 투수 중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한다. 어깨 염증으로 1군 엔트리에 열흘 넘게 빠져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윤규진의 이닝은 2000년대 초반까지 있었던 2~3이닝 마무리투수 '롱클로저'를 연상시킨다.

윤규진은 "올해 목표는 부상없이 한 시즌을 던지는 것이다. 지난달 말에 어깨가 안 좋아 1군 엔트리에서 열흘 넘게 빠져있었는데 그게 아쉽다. 내가 몸 관리를 잘 못했다"며 "서산에 가서 치료와 러닝·웨이트 훈련으로 금방 나아졌다. 이제는 스스로도 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47경기도 부상없이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

윤규진의 이닝 소화력이 더욱 돋보이는 건 그가 강속구 투수라는 데 있다. 강약조절보다는 강강으로 정면승부하는 스타일이다. 키킹 동작에서 약간의 멈춤 동작이 있는데 체중을 끝까지 뒤에 잡아 두고 던진다. 그는 "체중이 빨리 넘어가는 걸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체중이 앞으로 빨리 쏠리면 제구도 안 되고, 구위도 안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긴 이닝을 던지면서도 이 폼을 꾸준한 밸런스에서 유지하는 일관성이 생긴 것이다.

윤규진은 "팀이 안 좋을 때에는 (박)정진이형부터 선수들이 알아서 미리 나와 훈련량을 많이 가져간다. 날이 덥지만 러닝이나 웨이트를 줄이는 건 없다. 꾸준히 하기 위해선 스케쥴대로 훈련을 잘 소화해야 한다"며 "나도 이제 중고참이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윤규진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도 수치화할 수 없는 것도 헌신과 노력에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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