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전 후유증’ SK 불펜, 관리 묘수 찾아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7.26 09: 29

총력전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남은 것이 없을 위기다. 성적은 성적대로 좋지 않고, 선수들의 몸은 몸대로 피곤하다. 후유증 기미가 나타난 SK 불펜의 적절한 관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당장 후반기 막판 기적을 만들어내려면 이 부분부터 묘수를 찾아야 한다.
SK 필승조의 핵심 요원이었던 박정배는 25일 문학 넥센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어깨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박정배는 올스타 휴식기 동안 회복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그 정도는 당초 기대치에 못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이나 오랜 재활을 필요로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재활군에서 어깨 상태를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정해진 복귀 일정은 없다. 상태에 따라 1군 복귀가 결정된다.
핵심 불펜 요원의 두 번째 이탈이다. SK는 이미 마무리 박희수가 왼 어깨 염증 탓에 지난 6월 1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 달 넘게 빠져 있다. 가벼운 캐치볼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1군 복귀 전 거쳐야 할 2군 등판 일정은 아직이다. 선발 요원이었던 로스 울프를 마무리로 돌려 급한 불을 끌 구상을 세웠으나 그 앞에서 힘이 되어야 할 박정배의 이탈로 다시 구상이 꼬였다.

결과적으로 총력전 후유증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SK 불펜의 핵심 요원들은 올 시즌 많은 경기에 나섰다. 박정배(43경기)를 비롯, 진해수(50경기) 전유수(42경기) 윤길현(38경기) 네 명의 총 경기수를 합치면 무려 173경기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온다. 투수의 몸은 분필과도 같다고 했다. 잦은 등판은 필연적으로 부상이나 구위 저하에 대한 위험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 이기는 경기는 물론 지는 경기에서도 동점 내지 역전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경기가 적지 않았다. 1승이 급한 SK 벤치의 선택은 대개 총력전이었다. 불펜의 선수들도 “그런 상황에서 등판하는 것은 이해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희생을 했으면 따라왔어야 했을 결과가 좋지 못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다. 안팎에서 “차라리 멀리 봤으면 좀 더 나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지나간 일에 대한 결과물은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진해수를 비롯한 선수들은 “힘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으나 알게 모르게 피로가 누적된 것만은 확실하다. 남은 선수들마저 부상을 당하거나 구위가 더 떨어질 경우 SK의 마운드 전력과 악재상 대반격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벤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투와 휴식에 대한 부분은 이미 변화가 있었다. 진해수는 올 시즌 3일 연투가 6번, 박정배는 4번, 윤길현은 2번이었다. 보통 다른 팀들은 이틀 연투를 한 투수들은 아예 경기 명단에서 지운다. 그러나 시즌 초반 SK는 그렇지 않았다. 이틀 연속 던져도 일단 대기였다. 마운드에 오른 비율은 적어도 대기 자체가 피로도를 가중시킬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은 이틀 연투 이후에는 대기를 하지 않는다. 늦은 감은 있지만 선수들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너진 필승조와 추격조의 개념을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평가다. SK는 후반기 막판까지 총력전을 벌어야 할 처지다. 4위 롯데에 6.5경기나 뒤져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반기처럼 불펜 총력전은 쉽지 않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에서만 필승조를 선별적으로 쓰는 것도 체력과 구위를 보전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팀 앞에 놓인 유일한 선택지일 수도 있다.
새로운 선수들의 등용도 후일을 위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허건엽 이상백 등은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이기는 경기에서 당장 쓰기는 어렵겠지만 지는 경기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핵심 요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게 할 필요도 있다. 장기적인 전략과도 맞닿아있는 부분이다. 과연 SK 벤치는 어떤 묘수를 갖고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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