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 김주성, 가장 열심히 뛰는 이유는?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7.28 07: 10

백전노장 김주성(35, 동부)이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27일 방이동 LG전자 체육관에서 벌어진 대만 대표팀과의 비공식 2차 평가전에서 103-70으로 이겼다. 한국은 대만에게 기분 좋은 2연속 대승을 거뒀다.
경기 전 김주성은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그럴 만 했다. 태극마크만 17년째다. 프로농구서 외국선수와 격전을 치르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여름에는 늘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 그것이 지난 12년 동안 김주성의 삶이었다.

그런데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김주성은 팔팔한 대학생 이종현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자신의 마크맨만 수비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 가드가 조금만 안일한 패스를 한다싶으면 달려 나가서 공을 뺏었다. 김주성의 수비범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공격에서는 노련함이 빛났다. 상대 수비의 움직임 전체를 읽으면서 허를 찌르는 패스가 예술이었다. 마치 김주성이 포인트가드를 보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루즈볼에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까지 선보였다. 김주성은 문태종과 엉켜 넘어지는가 하면, 한국득점 후 곧바로 상대를 압박해 다시 2점을 얻어냈다. 김주성이 3연속 수비를 성공시킨 한국은 3쿼터에 승기를 잡았다. 김주성은 4쿼터 막판 대만 선수의 파울에 얼굴을 얻어맞고 부상을 입기도 했다.
백전노장의 솔선수범은 잠자던 팀을 깨웠다. 그 전까지 설렁설렁 뛰던 이종현이 갑자기 퀸시 데이비스와 강력한 몸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말년병장도 열심히 뛰는데 이등병이 걸어 다닐 수 없는 노릇이었다. 김종규는 종료직전 화끈한 덩크슛을 꽂아 넣어 부상을 입은 큰 형님을 위로했다.
경기 후 유재학 감독은 “(김)주성이가 뉴질랜드에서 자기가 뱉는 말이 있어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김주성은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 “후배들이 너무 편하게 농구를 한다”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바 있다.
김주성의 투혼이 후배들에게 자극이 됐음은 물론이다. 유재학 감독은 “(김)종규는 열심히는 하는데 가끔 전술이해를 못한다. (이)종현이는 머리는 좋은데 몸이 안 따라 줄때가 있다. 그 때마다 잔소리를 해서 깨워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1998년 까까머리 대학생이던 김주성은 서장훈 등 큰 형님들과 그리스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았다. 김주성의 비중은 높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2미터 넘는 선수가 거의 없을 때다. 김주성을 두고 ‘키만 큰 선수를 왜 데려갔냐?’는 비판도 있었다. 한국은 5전 전패로 16개국 중 최하위를 했다. 평균 15.2점을 넣은 서장훈은 득점 6위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멤버 중 아직까지 현역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는 오직 김주성 한 명이다. 그의 풍부한 경험은 이제 후배들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돼서 한국농구에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노장의 결연한 의지가 자못 비장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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