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야구를 하자” 최정의 다짐과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7.30 06: 04

간혹 너무 많은 것을 바라보는 것이 독이 될 때가 있다. 팀의 간판이 느끼는 책임감이지만 지나친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를 때는 좋을 것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만의 야구를 하겠다”라는 최정(27, SK)의 다짐은 긍정적일 수 있다. 최정이 잘 되어야 SK도 산다. 
최정(27, SK)은 올 시즌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부상으로 고전했다. 매년 100경기 이상을 뛰며 철인의 면모를 과시했던 최정은 허리와 어깨 통증으로 꽤 오랜 기간을 쉬었다. 지난 5월 17일 1군에서 말소됐고 그 후 7월 7일 복귀할 때까지 51일 동안 재활군 및 2군에서 머물렀다. 이 기간 중 팀 성적은 15승23패였다. 예상대로 최정의 부재는 컸다.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성적이 나올리는 없다. 올 시즌 성적은 47경기 출전에 타율 2할8푼3리, 6홈런, 43타점이다. 4년 연속 20홈런을 쳤던 최정임을 생각하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적표다. 부동의 국가대표 3루수가 아시안게임에 승선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올 시즌 최정의 상황을 이야기해준다. “야구가 안 될 때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는 평가를 받는 최정의 마음고생이야 안 봐도 뻔하다.

그런 최정은 복귀 후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13경기에서 타율 3할4푼7리, 3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최정은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똑같다”라면서 “현재 몸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최정의 가세로 SK 타선의 무게감도 좋아졌다. 부상 전보다 확실히 더 많은 볼넷을 얻어내는 등 상대 마운드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 타순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이만수 감독도 “3번은 최정”이라고 못 박았다.
2군에 가 있는 동안 몸은 물론 마음도 추스렀다는 최정이다. 최정은 “2군에 가 있는 동안 ‘자신만의 야구를 하자’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주위에서 나오는 이런 저런 말에도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라고 털어놨다. 부상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감, 부진한 팀 성적에 대한 자책감에 짓눌려 있었던 최정이 이를 벗어던지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 것이다.
이처럼 최정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짐을 많이 내려놓은 상황에서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몸 상태도 나쁘지 않은 만큼 남아 있는 기간 동안 자신의 야구를 모두 보여준다는 각오다. 최정은 “내가 잘 되어야 팀도 잘 될 수 있다. 지금은 그런 생각뿐이다”라면서 “몸은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된다. 문제가 없다”라고 이를 악물었다. 최정이 자신과 팀의 자존심을 모두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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