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의 룩 패스] 감독 선임 만큼 중요한 유소년 성장 10년 계획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7.30 13: 00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부른다. 우리가 결과를 볼 수 없는 먼 미래를 준비하는 계획이라는 뜻이면서, 한 나라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기르는 정책인 만큼 눈 앞의 이익만을 쫓으면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축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육 만큼의 기간은 아니겠지만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 독일의 침체기, 그리고 성공 위한 계획
독일이 전 세계 축구의 성장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2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독일의 성장 계획이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탄탄한 유소년 시스템을 바탕으로 폭넓은 인재풀을 구축, 대표팀을 맡은 사령탑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자유롭게 기용해 월드컵 우승을 달성하게 만들었다.

이런 독일에도 침체기는 있었다. 16년 전 독일 축구는 쓴 맛을 봤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에 패배를 당해 8강에서 탈락한 독일은 2년 뒤 유로 2000에서도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또 다시 유로 2004에서 예선 탈락을 당했다. 명확한 독일 축구의 침체기였다.
독일은 깨달았다. 감독의 교체는 짧은 기간 동안에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국 경기의 결과는 그라운드서 뛰는 선수들이 만든다는 사실에 주목한 독일은 대표팀에서 뛸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했다. 물론 당시 대표팀이 아닌 미래의 대표팀에서 뛸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독일의 목표였다. 독일 축구의 10년 계획은 이렇게 시작, 유소년의 기량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의 주인공 마리오 괴체(22)를 비롯해 율리안 드락슬러(21), 안드레 슈얼레(24), 토니 크로스(24), 자미 케디라(27), 토마스 뮐러(25), 메수트 외질(26), 베네딕트 회베데스(26), 마츠 후멜스(26), 제롬 보아텡(26)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외에도 독일 대표팀의 명단에 포함된 다수의 선수들이 독일 축구의 10년 계획이 만들어낸 산물로, 독일 축구는 유로 2016과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 실패한 한국, 독일처럼 10년 뒤 내다봐야
한국 축구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을 달성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지만, 정상을 노리던 아시안컵에서 매번 고배를 들고 있다. 1960년 이후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으니, 아시아의 맹주라는 수식어는 이제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 됐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게다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두기까지 했다.
물론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에서 효과가 없던 것은 아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장한 백승호(17), 이승우(16), 장결희(16), 안준혁(15) 등이 스페인 프로구단의 유스에 발탁돼 기량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만족할 수 있는 성과는 아니다. 독일처럼 높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여럿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뿌리가 내리기 시작한 K리그 구단들의 유스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유소년 성장 시스템에 대한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선수들의 해외 리그 진출에 초점을 맞췄다. 분명 해외파 선수들이 늘어나는 것은 보기가 좋고, 한국 축구에 대한 인지도도 끌어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절대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몇몇 선수들의 기량 증가로는 세계 무대에서 결코 성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 대부분의 기량을 끌어 올려 전체 전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기술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며 신임 사령탑 선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나라의 축구에 마침표를 찍는 대표팀 감독의 선임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마침표를 찍는 대표팀 감독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재풀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매우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독일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독일을 맹신해서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보여준 장점은 확실하게 배워야 한다. 감독 교체의 효과는 길어봤자 단 기간이지만, 선수들의 육성 효과는 10년 뒤부터 장기간 나타난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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