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최용수, 폭염에도 4만6000여명 관중들의 환호성 유도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7.30 20: 58

손흥민(22, 레버쿠젠)의 활약과 최용수 FC 서울 감독의 약속이 폭염에 지친 관중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난 만큼 기량도 크게 늘었다. 2년 전 함부르크 소속으로 피스컵에 출전했던 손흥민이 레버쿠젠 이적 후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다. 손흥민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서울과 친선경기에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공격 진영을 마음껏 누볐다. 풀타임을 뛴 손흥민의 활약 속에 레버쿠젠은 서울을 2-0으로 물리치고, 7월 친선경기서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새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유난히 높은 기온과 습도로 인해 서울에 폭염이 찾아왔다.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도 마찬가지. 경기가 시작된 저녁 7시에도 30도를 크게 웃돈 까닭에 경기장을 찾은 4만 6722명의 관중들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즐거움에 가득찬 환호성을 내질렀다. 손흥민과 레버쿠젠, 서울의 경기력에 만족을 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는 친선경기였지만 레버쿠젠과 서울은 치열함 속에 실제 리그 경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손흥민의 빠른 돌파와 날카로운 침투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데 충분했다.

손흥민의 활약은 이유가 있었다. 경기 전날 최용수 서울 감독은 "손흥민을 가급적이면 집중적으로 견제를 하고 싶지는 않다. 손흥민이 내일 경기서 마음껏 보여줬으면 한다. 그것이 팬들을 위한 길이다. 우리의 철통 같은 수비에 막히면 팬들의 관심은 물론 본인의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풀어줄 것이다"며 손흥민을 견제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서울은 탄탄한 수비는 선보였지만, 최용수 감독의 약속대로 손흥민을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집중 견제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손흥민이 무조건 활약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장점을 확실하게 살릴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손흥민은 빠른 발을 앞세운 돌파에 이은 문전 침투는 물론 중원에서 공을 잡은 이후 빠르게 전진 패스를 시도해 동료의 슈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전반 6분 카림 벨라라비의 박스 오른쪽 슈팅을 비롯해 전반 9분 문전으로의 위협적인 크로스는 모두 손흥민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또한 전반 20분과 전반 29분에는 아크 오른쪽과 왼쪽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서울의 골문을 직접 노려보기도 했다.
로저 슈미트 레버쿠젠 감독도 최용수 감독만큼 손흥민에 대한 배려를 했다. 후반전에도 교체하지 않고 활약할 시간을 충분히 준 것.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 경기 전날의 입국, 그리고 친선경기라는 특수성으로 하프타임에 많은 선수를 교체했지만, 손흥민은 교체하지 않고 더 많은 시간을 뛰게 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손흥민은 후반 2분 아크 왼쪽에서의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고, 후반 29분에는 절묘한 패스로 슈테판 키슬링의 슈팅을 이끌어 내 관중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손흥민의 화끈한 득점포를 바라던 관중들로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득점이 없다는 것은 옥의 티에 불과했다. 티가 있더라도 옥은 역시 옥이었다. 활발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레버쿠젠이 2골을 연속으로 터트릴 수 있게 힘을 보탠 손흥민의 활약상을 지켜본 관중들은 경기 내내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폭염 속에서도 끊임없이 열띤 응원을 펼쳤다.
sportsher@osen.co.kr
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