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명량'에 발목 잡힌 ‘군도’, 단축된 유통기한 어쩌나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영화 ‘해무'까지 완성본이 공개되면서 올 여름 국산 대작 영화 네 편의 봉인이 모두 풀렸다. 지난 23일 첫 테이프를 끊은 하정우 강동원 주연 ‘군도’부터 1주일 간격으로 ‘명량’과 ‘해적’ ‘해무’가 차례대로 간판을 바꿔달며 본격적으로 쫓고 쫓기는 흥행 레이스가 펼쳐지게 됐다.

 30일까지 380만 명을 동원한 ‘군도’를 시작으로 개봉일인 30일 하루에만 68만 명을 동원한 ‘명량’의 대박 징후가 포착되자, 극장가에선 “올 여름 장이 제대로 서는 분위기”라며 반색하고 있다. 세월호 여파로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멀티플렉스들이 최소 2000만 박스가 보장된 여름 대목을 맞아 매출과 영업이익 반전을 노리며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쇼박스의 ‘군도’에 이어 CJ엔터테인먼트의 ‘명량’까지 흥행 조짐을 보이자 다음 타석에 들어설 ‘해적’ ‘해무’ 팀은 매 시각 두 영화의 관객 집계 상황을 파악하며 상대팀 전력 분석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작년 8월 ‘더 테러 라이브’로 어느 때보다 흐뭇한 여름을 보냈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시사 후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고 있는 ‘해적’ 프로모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미디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개봉 전 부산에서 3000석 대규모 야외 시사회를 개최하는 등 황금어장을 앞둔 그물 손질에 한창이다.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지만 ‘해무’ 역시 봉준호 제작 타이틀을 앞세워 다크호스가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앞선 세 편의 영화가 모두 순제작비 100억 원을 상회하는 대작들인데 이에 뒤질세라 ‘해무’도 순제작비 72억 원, P&A 비용 28억 원을 각각 책정해 총제 100억짜리로 내부정비를 마쳤다. 고깃배와 여자를 지키기 위한 선장과 막내 선원의 사투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외형적인 사이즈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NEW의 의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제 관심은 누가 올 여름 극장가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냐다. 관점과 취향에 따라 의견이 갈리지만 대체로 많은 영화 전문가들은 ‘명량’이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한국판 영웅 이야기인데다 요즘 사회 분위기와도 매치되는 면이 있고 무엇보다 승부처가 될 스크린 싸움에서도 계열사 CGV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상대 타자 대신 자신의 볼카운트와 고독하게 싸우는 김한민의 뚝심 있는 연출도 흥행 견인차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편, 손예진 주연 ‘해적’이 의외의 복병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부쩍 늘고 있다. 애초 낮은 기대치 탓에 악전고투가 예상됐지만, 기대 이상으로 웃음 코드가 잘 버무려졌고 가족 코미디로 추천할 만 하다는 호평 덕분이다. 아닌 게 아니라 ‘손예진 김남길 보러 왔다가 유해진 보면서 쓰러졌다’는 네티즌 평이 나올 만큼 유해진의 기여도가 상당했다. 여기에 한강 이남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는 롯데시네마의 저인망 협력 플레이도 ‘해적’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승부처는 ‘군도’의 롱런 여부, 유통 기한이다. 최단 기간 역대 스코어 기록 경신은 나름 의미 있는 지표이긴 하지만, 매년 스크린 수와 관람객의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그다지 호들갑 떨 일 없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오리온 계열 쇼박스는 메가박스 매각 후 CJ, 롯데에 비해 확연히 불리한 조건을 맞았지만 유명 감독 계약과 지능적인 개봉일 전략으로 여러 번 경쟁사의 허를 찔러왔다.

 쇼박스는 이번에도 ‘군도’를 일찌감치 개봉시키며 소기의 1차 목적을 달성했고 현재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극명하게 갈리는 호불호와 좀처럼 오를 기미를 안 보이는 6점대 평점이 갈 길 바쁜 ‘군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슴 뛰는 민란을 기대했다가 김치 웨스턴과 ‘엘라스틴’ 강동원에 당황한 적잖은 관객들이 ‘낚였다’며 1점 콩알탄 세례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30일 전날에 비해 관객수가 무려 30%나 급감했는데 여차하면 최종 관객 550만 명 남짓에 그쳐 손익분기점도 못 맞출 수 있다는 괴담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엔 한 주 차이로 개봉한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각각 1145만, 848만 명을 동원하며 그해 여름 시장을 나눠 먹었다. 당시 함께 개봉한 ‘차우’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 ‘4교시 추리영역’ ‘불신지옥’ 등이 본의 아니게 두 랜드마크 영화의 병풍으로 전락했다. 태엽을 더 감아 보면 2003년 12월과 이듬해 2월, 각각 ‘실미도’(1108만 명)와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 명)가 개봉했다. 그 즈음 두 영화를 피해가느라 대적할 경쟁작이 별로 없었고, 두 대작의 개봉 간격도 한 달 이상 벌어져 이례적으로 한 시즌에 1000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올 수 있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극장가 제로섬 게임에서 ‘군도’가 얼마나 자력으로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bskim0129@gmail.com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