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접전’ 역대급 타격왕 경쟁 스타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8.02 06: 00

선거 여론조사로 따지면 오차범위 내 승부다. 그것도 양자 대결이 아닌 삼자 대결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지만 타격왕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된 모양새다.
보통 이맘때가 되면 타자 부문 개인 타이틀 수상자는 어느 정도 감이 오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부지런히 기록을 쌓아둔 선수들이 각광을 받는다. 그런데 올해 타격왕 경쟁은 점점 알 수 없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재원(26, SK) 김주찬(33, KIA) 김태균(32, 한화)이 고지전에 들어갔다. 매 경기마다 타율 1위가 바뀔 수 있는 초박빙 접전이다.
물론 타격왕 경쟁이 매번 싱겁게 끝난 것은 아니다. 사례도 있다. 2009년 박용택(LG)과 홍성흔(당시 롯데)의 접전이 대표적이다. 7월까지 박용택은 3할6푼7리, 홍성흔은 3할6푼을 쳤다. 두 선수는 끝까지 경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력한 후보자가 세 명이나 되고 무엇보다 세 후보자가 모두 3할8푼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역대 최고의 타격왕 경쟁 중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당초에는 이재원이 유력한 후보자로 떠올랐다. 4할을 넘나드는 타율로 데뷔 첫 규정타석 진입 및 타격왕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이재원의 타율이 약간 떨어지는 사이 김주찬이 멀티히트, 최단 경기 100안타 등 여러 기록들을 세우며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두 선수의 고공 비행이 요란했다면 김태균은 소리 없는 강자였다. 꾸준히 고타율을 지키더니 이제는 두 선수를 위협할 만한 위치가지 올라왔다. 앞으로의 승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6월 이후 상승세만 놓고 보면 김주찬이 가장 가파르지만 아무래도 상위타선에 위치하다보니 타율 관리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의 퇴출 이후 지명타자로 들어서는 이재원은 이제 포수라는 특정 포지션으로부터 체력을 안배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태균은 이미 타격왕을 차지한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세 선수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막판까지 가봐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는 이유다.
매 경기 바뀌는 순위도 흥미를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이야 신경이 적잖게 쓰이겠지만 팬들로서는 재미 만점이다. 당장 31일까지 타율 1위는 김주찬(.387)이었다. 이재원(.384)과 김태균(.380)이 뒤를 따랐다. 하지만 1일 한 경기 성적으로 순위표가 뒤집혔다. 2타수 2안타에 3사사구를 얻은 이재원(.388)이 4리를 끌어올려 선두로 나섰다. 4타수 1안타에 그친(?) 김주찬(.385)이 떨어진 사이 3안타를 친 김태균(.384)이 격차를 좁혔다.
민병헌(두산) 서건창(넥센)과 같은 선수들도 평소 같았으면 당당한 타격왕 후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세 선수가 워낙 높이 날고 있다. 일단 3파전으로 갈 확률이 적지 않아 보인다. 종반 초입이라는 8월의 문을 연 세 선수의 타율 차이는 기껏해야 4리. 막판 집중력, 그리고 볼넷으로 타율을 관리할 수 있느냐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하위권에 처진 팀 사정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난이도는 더 높다. 팬들의 관심도 이들의 매 타석에 집중될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