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청춘’ 윤상·이적 삐걱거림, 섭섭하니까 절친이다 [첫방②]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8.02 07: 17

‘꽃보다 청춘’ 나영석 PD가 왜 친하고 비슷한 나이대의 아저씨 뮤지션들을 데리고 페루로 떠났는지, 첫 방송부터 명확한 기획의도를 드러냈다. 바로 여행 동지 3인방이 고된 배낭 여행을 하며 맛보고 즐기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성장 여행인 것.
아무리 친하고 편안한 사이라고 해도 여행이라는 일상을 벗어난 환경은 감정이 요동치는 법.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삐걱거린 윤상과 이적의 의사 소통 오류는 섭섭하니까 친하고, 친하기 때문에 섭섭한 우리네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
윤상, 유희열, 이적은 지난 1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을 통해 페루로 갑작스럽게 떠나는 모습을 공개했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를 통해 배낭 여행의 묘미를 잘 살려냈던 나영석 PD는 아무런 준비도 안 된 멤버들을 짐도 없이 바로 공항으로 끌고 가서 여행을 시작했다.

사전 정보 획득도, 심지어 필수 물품도 챙기지 못한 채 이들은 낯선 여행을 시작했다. 풍족하지 않은 여행 경비 속에 3인방은 숙소 찾기에 몰두했다. 특히 윤상은 화장실 사용에 예민한 부분이 있었고 이적은 그런 맏형을 배려하기 위해 싸면서도 화장실이 따로 마련돼 있는 숙소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처음 간 숙소는 화장실이 없었고, 3인방은 한참을 걸어 화장실이 있다고 알고 간 또 다른 숙소를 찾았다. 이적과 유희열이 빨리 가서 숙소를 선점하기 위해 따로 움직였다. 윤상은 동생들과 다른 길을 택해 먼저 숙소에 도착했지만, 남은 두 사람은 “상이 형이 삐친 것 아니냐”면서 걱정했다. 여행을 하며 동반자의 눈치를 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 제작진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숙소에 막상 도착하니 화장실은 없었다. 이적은 숙소 직원에게 항의를 했지만 이미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쳤고 예민해져 있었다. 결국 윤상이 방을 옮기자고 했던 이적을 탓하는 농담을 하자 이적이 울컥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다. 윤상을 배려해 좋은 숙소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이적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빈정 상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서운해 했다.
이적의 마음의 상처를 받은 듯한 표정과 윤상의 난감해 하는 표정이 교차되며 분위기는 한순간에 얼음이 됐다. 물론 윤상 역시 숙소 찾기에 지친 동생을 배려하기 위해 농담을 건넨 것이었지만 이미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물건너 간 상태였다. 사소한 의견 충돌이었다. 그리고 친구 혹은 가족과 여행을 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의사 소통 오류였다.
풍족한 경비와 몸이 편안한 여행이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고된 배낭 여행이었기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낯선 해외 여행지에서 언어 소통도 한국과 달리 원활하지 않으면 누구나 예민해지기 마련. 숙소와 여행지를 오고가는 과정 속 긴장감은 아무리 좋아하는 친구와 가족일지언정 미묘한 균열을 만들어놓기 일쑤다. 그야말로 웃자고 떠난 여행이 전쟁 같은 순간으로 변모하기는 참으로 쉽다.
물론 우정과 사랑은 이 같은 작은 갈등을 다시 봉합시키기도 하고, 자유로운 여행의 기쁨은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에게 말을 건네게 만들기도 한다. ‘꽃보다 청춘’은 첫 방송에서 이런 절친한 관계가 함께 심신이 고된 배낭 여행을 떠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고충과 갈등을 딛고 서로 더 친밀해지고 이해를 하게 되는 인생의 진리를 건드렸다.
여기에서 ‘꽃보다’ 시리즈의 따스한 서정성이 가진 힘이 발휘됐다. 단순히 화려하고 색다른 경관에 취한 여행 프로그램이 아니라 여행 속 유대 관계를 놓치지 않는 제작진의 세밀하고 통찰력 있는 시선은 ‘꽃보다’ 시리즈가 안방극장의 베스트셀러로 통하는 비결이다.
이 프로그램은 여행자들을 웃긴 요소로 포장하는 재미를 갖추고 있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언제나 따스하게 접근하며 시청자들과의 공감대를 건드리는 재주가 있다. 이적과 윤상의 작은 오해를 첫 방송부터 펼쳐놓은 것도 갈등 유발을 통해 흥미를 자극하려는 것이 아닌 여행이 만드는 관계 발전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붙드는 현명한 장치라 볼 수 있다.  
한편 ‘꽃보다 청춘’은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에 이은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완결편으로 각각 페루와 라오스로 여행을 떠난 가수 윤상, 유희열, 이적과 ‘응답하라 1994’ 주역 유연석, B1A4 바로, 손호준이 함께 한다. 나영석 PD의 진두지휘 아래 KBS 2TV ‘1박2일’ 출신 신효정 PD가 메인 연출을 맡아 tvN 이적 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외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도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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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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