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급상승' LG, 원동력은 '과감함'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02 05: 59

LG가 불과 일주일 만에 세 계단을 뛰어 올라 5위가 됐다. 최하위 탈출에만 두 달을 소비했으나, 지난 7월 26일 7위에서 6위로 올랐고, 8월 1일에는 두산을 제쳐 5위까지 왔다. 이제 LG는 4강 진입에 계단 하나 만을 남겨둔 상태다. 
원인은 많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안정적으로 돌아가며 실점이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타자들은 경기 마지막까지 역전을 바라본다. 외국인타자 교체에 따른 야수진 변화가 있었으나, 손주인이 3루에 안착하며 수비는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이병규(9번)가 두 달 가량 빠져있고, 몇몇 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꾸준히 선발 출장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수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한 여름 무더위를 극복 중이다.   
이 모든 것에는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과감함’이 깔려 있다. 공격에선 과감하게 작전을 걸고 수비에선 과감한 시프트를 펼친다. 불펜진 운용 역시 과감하다. 결정적 순간에도 폭 넓게 불펜진을 돌린다. 과감함 속에서 승리를 쌓았고 결과적으로 리그에서 가장 필승조가 많은 불펜진이 만들어졌다.

▲ 단독 도루·히트 앤드 런...실패해도 뛴다
LG는 고질병은 장타력이다. 한 시즌 홈런 20개 이상을 칠 수 있는 거포가 없다. 반대로 타율 3할을 보장하는 정교한 타자들이 많다. ‘적토마’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베테랑 4인방이 있고 올 시즌에는 ‘빅뱅’ 이병규(7번)와 손주인도 꾸준히 3할 이상을 치고 있다.
그만큼 작전이 많이 나온다. 루상에 주자가 있을 경우, 히트 앤드 런으로 베이스 하나를 더 점유하는 식으로 득점력을 높인다. 상대 배터리의 틈을 파고드는 도루로 자주 시행한다. 장타력 부족을 다른 부분에서 메워가며 점수를 뽑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실패했을 때 후유증도 크다. 상대에게 작전을 읽히면 허무하게 아웃카운트를 내주게 된다. 지난 1일 잠실 넥센전에서도 LG는 세 차례나 도루에 실패했다. 4회말 무사 1루에서 히트 앤드 런에 실패하며 삼진과 도루자로 아웃카운트 두 개가 한 번에 올라갔다. 5회말에는 박경수와 황목치승이 나란히 도루에 실패, 허무하게 이닝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흔들리지 않는다. 올 시즌 도루 실패 53회(성공 84회)로 리그 최다, 후반기 10경기서 도루 성공(9회)보다 도루 실패(12회)가 많음에도 실패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경기 후 양 감독은 “도루자도 괜찮다. 이러한 모험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어차피 안타만 쳐서 이길 수는 없다고 본다”며 “(박)경수와 (황목)치승이가 1루 견제에 당했지만 뛴다는 모습 자체가 상대에 위협이 될 수 있다. ‘LG는 뛰는 팀이다’는 이미지만 심어도 성공인 것이다”고 밝혔다.
성공률이 높으면 더 없이 좋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꾸준한 작전과 도루는 여러 가지 효과를 일으킨다. 상대 배터리가 히트 앤드 런과 도루를 의식해 버리면 그만큼 바깥으로 빼는 공도 많아진다. 타자는 자연스레 유리한 볼카운트를 맞이하며 안타를 칠 확률은 올라간다. LG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373개)을 얻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 시즌 몇 차례 성공한 바 있는 홈스틸과 스퀴즈는 상대로 하여금 한 번 더 생각하고 주저하게 만든다. 상대가 주자를 신경 쓸수록 쉽게 점수를 뽑을 수 있다.
▲ 시프트·견제 성공...한 번에 흐름 가져 온다
LG는 내야와 외야 모두 상대 타자에 맞게 시프트를 건다. 상대팀 타자들의 타구 방향을 분석하고 이를 수비 진영에 적용, 안타성 타구도 아웃으로 만들고 있다. 주자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 방향을 비우면서도 병살타를 유도할 수 있도록 내야진을 조절한다. 최근 유독 정면 타구를 잡는 모습이 많이 나오는 것도 시프트 덕분이다.
투수와 야수간의 호흡도 절묘하게 맞아가고 있다. 1루 주자 뿐이 아니라 2루 주자와 3루 주자 견제도 철저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1일 넥센전 9회초에 1루 주자 유재신을 피치아웃 2루 견제로 잡은 것도 계산된 행동이었다. 타석에 있던 유한준이 번트 모션을 했으나 이는 페이크, 유재신의 2루 도루란 것을 알아차리고 2루서 유재신을 태그아웃 시켰다. 상대의 작전을 간파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고, 그대로 LG는 1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LG 유지현 수비코치는 타자는 물론, 주자들의 성향도 하나하나 기록하고 분석한다. 통계를 바탕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거기에 맞는 과감한 사인을 내고 있다. 경기 전 수비 훈련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과감한 수비로 결정적 순간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해서다.
▲ 필승조만 6명... 혹사는 없다
LG의 최대강점은 불펜진이다. 시즌 초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1일까지 불펜진 평균자책점 4.42로 리그 2위로 올라갔다. 마무리투수 봉중근을 비롯해 이동현 유원상 정찬헌 신재웅 윤지웅 등 무려 6명이 필승조를 이루고 있다.
6명 모두 리드를 지킬 능력을 갖췄다. 때문에 특정 투수의 혹사도 쉽게 피할 수 있다. 마무리투수 자리도 그렇다. 봉중근의 등판이 힘들 경우, 정찬헌이나 이동현이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를 올린다. 보통 팀들보다 필승조가 2배 많기 때문에 경기 후반에 강하다.
1일 넥센전에선 정찬헌이 봉중근을 대신해 세이브를 올렸다. 양 감독은 지난 7월 30일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봉중근에게 심리적 안정을 취할 시간을 주기 위해 정찬헌을 등판시켰고, 정찬헌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으며 시즌 3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 후 양 감독은 “찬헌이가 넥센전에 강하다. 물론 중근이를 올리려는 생각도 했지만 중근이에게 잔인한 등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며 “경기 결과가 안 좋더라도 오늘 중근이를 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다.
정찬헌은 팀 내부적으로 차기 마무리투수 감으로 꼽히고 있다. 구위와 정신력 모두 좋고, 체력이 강해 연투는 물론, 2이닝 이상도 소화할 수 있다. 최근 투구폼을 수정하면서 패스트볼과 변화구 모두 구위와 제구력이 동반 상승했다.
결국 양 감독은 마무리투수 경험은 적지만 재능이 있는 정찬헌을 올리며 봉중근의 정신적 혹사를 막았다. 물론 당장 2일부터는 세이브 상황서 봉중근이 오른다. 양 감독은 “내일부터는 봉중근이 세이브 상황서 등판할 것이다. 오늘은 후반에 팀이 역전하면서 중근이가 몸을 풀 시간도 충분치 않았다”며 봉중근이 100% 컨디션에서 세이브를 올리게 할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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