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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우규민, 시련 통해 에이스로 올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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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세호 기자] 직업병이라는 말이 있다. 직업 특유의 병으로 명확한 대책 없이는 피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다. 치유하지 못하면 평생을 안고 간다.

프로 11년차 LG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29)은 두 가지 직업병을 경험했다. 하나는 육체적, 다른 하나는 정신적인 직업병이다. 첫 번째는 사이드암 투수 대부분이 안고 사는 허리 디스크, 두 번째는 마무리투수로서 겪는 스트레스였다. 

2003년 LG에 입단한 우규민은 빠르게 1군 투수로 성장했다. 프로 2년차부터 1군 마운드에 올랐고, 4년차인 2006시즌에는 LG의 새로운 마무리투수가 됐다. 2003시즌 이상훈 이후 무주공산이었던 마무리투수 자리에 새로운 희망이 됐다. 2007시즌에는 30세이브로 리그 정상급 투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만큼 자주 등판했고, 이전부터 갖고 있던 허리 디스크는 갈수록 악화됐다. 결국 2008시즌부터 하락세를 겪었다. 부진은 3년 동안 이어졌고, 2009년 겨울, 다소 늦은 시기에 경찰청에 입대해 군복무에 임했다.

군복무를 통해 우규민은 부활했다. 경찰청에서 선발투수로 변신에 성공했고, 지난해 LG의 새로운 토종 에이스투수로 올라섰다. 정교한 제구력과 타이밍 변화를 통한 수 싸움 등 자신 만의 방식으로 타자들을 잡아갔다. 올 시즌도 우규민은 이미 100이닝을 돌파(102⅓이닝), 시즌 6승을 거두며 선발투수로서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성공하는 과정에서 직업병도 극복했다. 선발투수로 자리하면서 마무리투수가 달고 다니는 스트레스와 이별을 고했다. 허리 디스크는 경험을 통해 안고 가는 법을 터득했다.

우규민은 “어릴 적에는 허리에 유난히 민감했다. 자기 전에는 꼭 파스를 붙였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 제발 오늘은 허리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곤 했다”며 “사실 예전에는 아파도 참으면서 던진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게 정답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프면서 던지고 나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졌고, 결국 엔트리서 제외됐다”고 허리 디스크로 받았던 고통을 회상했다.

사실 우규민은 허리 디스크로 인해 정신적 피해도 경험해야 했다. 2012년과 2013년 구단 시무식 후 열린 오래 달리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고, 규정에 따라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빠졌다. 겨울 훈련 부족이 아닌, 치유할 수 없는 허리 디스크로 인한 불합격이었다. 그럼에도 우규민은 2년 연속으로 비난 아닌 비난을 받았다. 

억울할 법도 했지만 우규민은 변명하지 않았다. 이제는 허리 디스크가 와도 이를 조절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우규민은 “통증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이 생겼다”면서 “실은 얼마 전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중에도 디스크가 왔었다. 일단 무리하지 않고 1, 2일 쉬기로 했다. 예전처럼 무리하면 통증만 심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아픈 즉시 쉰다, 그러면 금방 통증이 없어진다. 2년 전부터는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일부러 온돌침대를 쓰고 있다. 원정 갔을 때도 나는 온돌침대에서 잔다. 병규(7번)형도 온돌침대를 좋아해서 룸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MT에 온 기분도 나고 좋다”고 웃었다.

마무리투수 경험은 현재 LG의 마무리투수인 봉중근과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다. 공교롭게도 봉중근의 통산 첫 블론세이브가 우규민의 선발 등판 경기였다. 2012년 6월 22일 잠실 롯데전에서 우규민의 선발승을 봉중근이 지키지 못한 바 있다. 봉중근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판 후 부상 아닌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되기까지 했다.

봉중근은 2013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서 당시 상황에 대해 “블론세이브를 저지르고 욱한 심정에 큰 실수까지 했었다. 그래도 규민이가 가장 먼저 괜찮다고 했던 게 생각난다. 마무리투수 경험이 많다 보니까 블론세이브를 했을 때 심정을 잘 알더라”고 우규민에게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우규민은 지난 7월 30일 봉중근이 블론세이브를 했을 때도 누구보다 봉중근의 심정을 잘 이해했다. 우규민은 1일 잠실 넥센전을 마친 후 “사실 블론세이브를 했을 때의 심정은 당사자만 알 수 있다. 나도 3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한 경험이 있어서 잘 안다. 잠도 잘 수 없고, 어떤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며 “시간이 좀 지나서 중근이형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려 했다. 그런데 중근이형은 역시 프로더라. 조심스레 말을 붙이려고 하는데 이미 충격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오늘 세이브 기회에 중근이형이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 모습에 나도 좀 울컥했다. 그래도 다행히 (정)찬헌이가 막아줬기 때문에 중근이형의 마음도 편안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프로 입단 후 11년의 우여곡절을 통해 우규민은 베테랑이자 투수진의 리더로 성장했다. 공 하나 하나를 팀을 생각하며 던진다. 지난 2경기서 각각 7이닝 2실점,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음에도 선발승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해 “괜찮다. 정말로 선발승 욕심은 크지 않다. 팀이 승리하면 된다”며 개의치 않았다.

최근 몇 경기서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는 점을 두고도 “여름이니까 야수들의 수비 시간을 줄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빨리 승부했고, 야수들도 집중력을 유지해 역전을 해준 것 같다”며 “어차피 나는 힘으로 상대를 누르는 투수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거포가 많은 넥센에 자신감이 있다. 큰 거 한 방을 노리는 우타자들에게 완급조절을 통해 타이밍을 빼앗기가 쉽다”고 베테랑의 노련함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우규민은 자신의 선발승을 통해 팀이 한 달 만에 5위까지 올라간 것과 관련해 “지난해처럼 다시 우리에게 경기 운이 따르는 것 같다. 투수와 야수 모두 집중력이 좋은데, 그만큼 운도 오고 있다”며 “매 경기 지금처럼 즐겁게 준비하고 즐겁게 그라운드에 오르면 4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항상 팀 승리를 생각하며 4위권 진입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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