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100배 ‘꽃청춘’, 할배-누나 뛰어 넘었다 [첫방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8.02 07: 17

예컨대 할배들에게는 수십 년의 세월동안 쌓여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서로에게 맞출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나영석 PD와 작가 진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위와 힘도 있었다. 그들을 보는 시청자들의 시선 역시 공감보다는 존경에 가까웠다. 누나들의 경우 여배우들끼리만 통하는 특별함이 있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그들의 세계는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무엇보다 할배나 누나나 ‘짐꾼’이란 특별한 수행비서(?)들이 있었고, 그들은 어떤 면에서 여행의 힘겨움을 한층 덜어주는 존재들이었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연출 나영석 신효정, 이하 '꽃청춘')은 기존 시리즈의 형식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보다 본질에 가까운 배낭여행을 그려냈다. 그 결과 시청자들 사이에 형성된 것은 공감어린 시선. 절친한 친구 세 명이 함께 떠난 주머니 가벼운 여행은 언젠가 한번쯤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시청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재미를 줬다.
이날 ‘꽃청춘’ 제작진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션들을 아무것도 없는 맨몸으로 남미 한가운데 풀어놨다. 사전 모임인 줄만 알고 편한 마음으로 매니저들과 한 식당에 도착한 유희열-이적-윤상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비행기 티켓을 받아들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떠나는 날짜가 바로 사전 모임으로 만난 그 날이었기 때문.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제작진의 차를 타고 공항을 향해 가던 세 사람은 각자 가진 지갑들마저 빼앗겼고, 나영석 PD가 건네는 소정의 용돈으로만 여행을 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기본적인 속옷이나 세안도구 등도 챙기지 않은 상태였다. 이는 할배-누나들이 여행 전 꼼꼼하게 필요한 짐들을 챙겨가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고, 그 자체로 신선했다.
‘맨몸 여행’이라는 작지만 특별한 차이는 여행의 성질을 바꿨다. 도착하자마자 택시 기사로부터 바가지요금 폭탄을 맞으며 주머니는 더 가벼워졌다, 국적이 다른 10명의 사람들이 성별 관계없이 혼숙(?)을 하는 7000원짜리 숙소에 묵으며 수건 하나를 함께 나눠 써야 했다. “지금쯤 맥주 한 잔을 걸치고 쉬고 있을 줄” 알았다는 유희열의 말은 이들이 처한 현실과 너무나도 달라 꿈처럼 느껴졌다. 전쟁 같은 첫날이 지나고 세 뮤지션의 얼굴에는 그럼에도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아직까지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즐거움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친구끼리 여행을 가게 되면 한번쯤은 찾아온다는 갈등의 시간. 유희열-이적-윤상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조금 일찍 찾아왔다.
윤상은 독자적으로 화장실을 쓰는 방이 아니면 볼일을 볼 수 없었고, 두 동생은 예민한 형을 위해 돈이 조금 더 들고, 발품을 팔아야하는 수고로움을 있음에도 새 숙소를 구하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그런 숙소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현지 유스 호스텔 관리인들은 대부분 영어가 되지 않았고,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늦은 일처리로 인해 다양한 숙소를 여러 번 오가며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이적은 힘든 티를 내지 않았고, 섬세한 윤상이 행여 마음이 상하지는 않을까 배려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런 이적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윤상은 방을 자꾸 옮긴 것에 대해 윤상 탓을 하는 농담을 했고 윤상은 울컥하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적의 불편해진 감정은 저녁 식사시간까지 이어졌다. 냉랭하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세 사람은 식사를 했고, 이날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윤상은 그 동안 털어놓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두 동생에게 털어놨다. 담담하게 형의 이야기를 들었던 이적은 이후 제작진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려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처럼 '꽃청춘'의 미덕은 감성적이지만 충분히 공감되는 상황에 있었다. 부족한 재정으로라도 친한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 그곳에서의 갈등과 화해는 모두가 한번쯤은 경험해 볼만한 일들이라 공감을 자아냈다. 많은 네티즌이 "나도 저런 적이 있다", "나는 윤상에 공감한다", "나도 화를 냈을 것 같다"며 저마다 여행에서의 경험을 댓글로 달며 그 시간을 추억하고 있다. 
할배가 되기엔 시간이 필요하고, 여배우는 아무나 될 수 없는 것이지만, 청춘은 누구나가 경험했고 현재에도 소유하고 있는 시간이다. 이날 방송에서 엿본 유희열-이적-윤상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이라기 보다 함께 여행을 떠난, 여전히 청춘을 간직하고 있는 평범한 우리 주변 친구들의 모습에 가까웠다. 공감의 면에서 '꽃청춘'은 앞선 시리즈들을 뛰어 넘는 색깔을 갖고 있었고, 이는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한편 ‘꽃보다 청춘’은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에 이은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완결편으로 각각 페루와 라오스로 여행을 떠난 가수 윤상, 유희열, 이적과 ‘응답하라 1994’ 주역 유연석, B1A4 바로, 손호준이 함께 한다. 나영석 PD의 진두지휘 아래 KBS 2TV ‘1박2일’ 출신 신효정 PD가 메인 연출을 맡아 tvN 이적 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외 ‘응답하라 1994’의 신원호 PD도 가세했다.
eujenej@osen.co.kr
'꽃청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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