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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은 어떻게 중 장년층 관객을 극장으로 불렀나[연예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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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CGV. 매표소 창구에는 금요일 이른 저녁임에도 한국영화 '명량' 티켓을 끊으려는 40, 50대 남성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인다. 보기 드문 광경이다. 상영관 안에도 가족을 동반한 중 장년과 노년층들이 상당수다. '명량'이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천만 돌파가 거뜬하다는 40~70대를 스펀지처럼 극장가로 빨아들이기 시작한 걸까.

'명량'은 명량대첩을 치루는 이순신 장군의 고뇌에 찬 3박4일을 제대로 스크린에 옮겨 담았다.  40대 이후 세대들은 어려서부터 귀에 박히고 눈에 꽂히도록 듣고 보고 자란 바로 그 성웅 이순신의 이야기다. 세월호 참사 등 어수선한 시국과 침체된 경제, 그리고 불안한 미래로 밤잠 못이루는 지금의 중 장년들에게 앞만 보고 달리던 과거 성장기의 뜨거운 열정을 되새길만한 소재인 것이다.

또 지도자 부재의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절실히 바라는 바로 그 위인, 이순신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이들 뇌리를 맴돌았을 게 분명하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사는 이들 중 장년층이 조용히 밀물처럼 들어차면서 '명량'은 대다수 영화관계자들의 예상을 깨고 지난 달 30일 개봉 첫 날부터 관객 봇물이 터진 것이다.

현재 '명량'의 흥행 기세는 하늘을 뚫을 듯 드높다. 초대형 태풍의 기세로 각종 국내 흥행기록을 싹쓸이하고 있다. 지난 달 31일 오후 1시30분, 개봉 38여시간만에 역대 최단기간 기록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다음 날 70만명을 모았다. "'명량'이 터졌다"는 탄성이 충무로 일대를 뒤덮기 시작한 순간이다.

그리고 '명량'은 1일 하루 동안 무려 86만6618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 227만6935명을 기록하는 이순신 장군의 무서운 힘을 과시했다. 이런 기세라면 개봉 첫 주말에 벌써 400만 관객을 넘어 500만에 육박하는 흥행 신기록을 세울 것이란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명량'이 천만 관객을 넘어서려면 입소문이 가장 큰 관건이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의 이번 대작은 이야기 구성이나 CG의 만듦새, 배우들의 연기 등 흥행 3요소에서 흠 잡을 게 거의 없다. 백의종군을 끝내고 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 장군의 고뇌를 묘사하는 영화 초반 40여분이 일부 젊은 관객들에게 '지루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중 장년층에게는 오히려 영화 중반 이후 홀로 싸우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바라보며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드는 도입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또 이순신 전기와 난중일기를 교과서 대하듯 자주 접한 중장년층에게 영화 '명량'의 스토리는 별다른 설명이나 사족없이 감정이입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명량'은 과거 어느 한국영화에서도 구경할 수 없었던 해상 전투 신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지난 1978년 김진규 주연의 '난중일기'를 학생 단체관람으로 봤던 중 장년층들 입장에서는 한국사회와 한국영화의 발전상을 되새길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도 이 영화의 미덕인 셈이다.

'명량'의 대성공으로 충무로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위인, 이순신의 파워를 실감했을 게 분명하다. 슈퍼맨, 배트맨,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 수많은 할리우드의 수퍼 히어로들이 몰려와도 거뜬히 상대해내는 이땅의 영웅이 누구인지를 천하에 밝힌 영화가 바로 '명량'일 게다.
[엔터테인먼트 국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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