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동주 파동’ 뒤에 도사리고 있는 것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4.08.11 13: 10

김동주(38. 두산 베어스)와 최희섭(35. KIA 타이거즈), 조인성(39. 한화 이글스)은 한때 야구 판을 주름잡던 힘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팀 내 입지가 오그라들어 소속 구단이나 감독과 불화를 빚었거나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다. 하나같이 소속 팀에 트레이드를 요구했던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셋 가운데 조인성은 ‘아주 다행스럽게도’ 트레이드를 통해 SK 와이번스에서 한화로 이적,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말을 얻었다. 그 자신의 말대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포수 자리가 취약했던 한화 구단에서 선임 포수로 안방지기 노릇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반면 김동주와 최희섭은 여전히 경기 출장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동주와 최희섭이 ‘전락’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내부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한 탓이라는 견해가 있다. 실력으로 존재의 가치를 입증해야하는 프로 선수가 경쟁자를 압도한다면, 감독이 그를 기용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프로야구 세계도 예외 없이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 그래서 은퇴를 저만치 앞두고 있는 베테랑 선수와 감독 간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관계가 형성 될 수밖에 없다.

트레이드 요구로 불거졌던 ‘김동주 파동’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 파동의 뒤에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고액선수 연봉 감액 조항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의 ‘야구선수계약서’ 제 31조 ‘계약경신’ 조항에 따르면 ‘연봉 2억 원 이상의 1군 등록 선수가 1군 등록이 말소 되었을 경우 1일당 연봉의 1/300의 50%를 감액한다.’고 돼 있다. 이를테면, 김동주의 올해 연봉은 6억 원인데 부상 따위의 ‘공상(公傷)’이 아닌 자신의 귀책사유로 1군에서 한 게임도 뒤지 못한다면 그의 연봉은 쉽게 반 토막이 난다. 게다가 억대 연봉자로서 상당한 세금도 물어야 한다. 
그래서 ‘김동주 파동’을 단순하게 팀 내부 갈등으로만 바라 볼 수 없는 것이다. 프로야구 고액 연봉 선수의 감액 건은 현재 프로야구선수협회와 KBO 간에 물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규약 조항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올 시즌이 끝나면 어떤 형태로는 KBO와 선수협간의 쟁점이 될 소지가 많다. 두산 구단은 고액선수 감액 조항을 철저하게, 원칙대로 지키는 구단이다. 따라서 1군에 올라올 가능성의 희박한 김동주는 많은 연봉 감액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고액연봉(2억 원 이상) 선수의 감액조항은 지난 2004년에 신설됐다. 이른바 ‘FA 먹튀’ 선수들에게 학을 뗀 구단들의 요구를 KBO가 받아들인 것이다. 구단들로선 거액의 몸값을 받은 선수들의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그런 안전장치라고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선수협 쪽은 연봉의 평가가 선수의 한 해 활동을 종합 평가해 매기는 것인데 시즌 도중 1군에 등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삭감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성적이 저조하다면 이듬 해 연봉에 반영, 감액하면 된다는 뜻이다. 이 조항으로 인해 선수들이 이중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당하는 선수 쪽에서 보자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겠지만 구단으로선 고액 연봉선수의 태업을 막을 장치로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조항이기도 하다.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선수를 일부러 1군에서 안 쓰고 2군에 묶어둔다면, 인권 침해 소지 있는가”하는 질문에 대해 “선수기용에 대한 부분은 외부 시각으로만 보기 어렵다. 선수에게 고의로 불이익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면 저촉 대상이 될 확률이 많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설사 선수가 ‘뛸 자신이 있는데 풀어주지도 않고 억울하다. 선수생활을 의미 없게 만든다’는 주장은 그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외부적으로는 논란이 될 수 있겠지만 규약으로는 논란이 될 소지가 없다는 게 정 부장의 해석이다. 선수의 기량은 감독이 판단할 문제인데 선수가 고의 경기력을 발휘 하지 않는, 즉 태업 때문에 ‘감액조항’이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정 부장은 “김동주의 경우 특별한 부상이 아닌데도 장기간 2군에서 머물러 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면 기량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로 인한 팀 내 ‘차별’을 증명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문제는 규약 문제가 아니어서 KBO가 제한할 수 없다”고 풀이했다. 선수 당사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KBO는 선수협 쪽의 ‘이중 불이익’ 주장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 아래 시즌 후 ‘조심스러운 접근’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구단들은 이 감액조항에 대해 완강하다.
예전에 규약으로는 허락되지 않았던 FA 다년 계약을 ‘울며 겨자 먹기’로 해주고 나면 ‘놀고  먹는(구단 표현)’ 선수가 숱하게 생겨나 끌탕을 했던 구단들의 쓰린 경험이 감액조항에 대한 손질을 용인할 지는 의문이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고액연봉 감액조항은) 구단으로선 ‘먹튀’가 하도 많아 안전장치 때문에 만들어 진 것이다. 부상이 아닌 사유로 2군에 내려가면 감액 선수로선 당연히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안전장치도 없이 선수가 퍼져버리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현실론을 강조했다.
김동주 파동의 속은 그래서 그리 간단하지 않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김동주를 기용할 생각이 없다. 팬들의 압력에도 요지부동이다. 송일수 감독은 김동주를 쓰고 싶지 않은, 더 냉정히 말하면 쓸 수 없는 카드로 보고 있다.  현 구도로 가는 것이 최상이라는 생각인 듯하다. 
송 감독이 매스컴을 향해 에둘러 “한 개인을 보지 말고 두산 전체를 봐 달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사실 팀 성적이 좋았다면 ‘김동주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팀 성적이 4강권을 벗어나자 팬들의 비난과 김동주 기용 성화가 빗발쳤다. 김동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배경이다. ‘팬심’을 무시할 수 없는 두산 구단 수뇌부가 김동주 기용 문제를 놓고 감독과 협의를 갖긴 했지만  ‘팀 운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한 감독에게 더 이상 ‘용훼’할 수 없었다는 전언도 있었다. 물론 선수기용이야 당연히 감독 권한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뛰고 싶은데 기회를 원천 봉쇄당한’ 선수가 불만을 구단 외부로 표출할 수밖에 없는 심정도 이해할 만하다는 소리도 있다.
김동주 파동은 봉합됐고, 잠복했다. 두산 구단은 시즌 후 당사자와 만나 해법을 찾을 작정이지만 뾰족한 해법을 못 찾아 뒤로 미루어 둔 것으로 봐야겠다.
김승영 두산 사장은 “규약, 원칙에 따라 연봉 문제는 적용한다. 저희는 다른 선수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김동주 문제는) 꼭 연봉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 복합적이다. 시즌 후에 결론을 내겠다. 상황에 따라 본인하고 시즌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 얘기해 보겠다. 풀어준다거나 은퇴를 결정할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정리했다. 
김동주 파동의 해법은 두 갈래다. 선수가 전격 은퇴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구단이 선수생활 연장의 의욕을 꺾지 않고 조건 없이 풀어주느냐이다. 그 과정에서 두산 구단이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이 대승적인 태도일 수 있겠다. 
필요와 외면 사이의 거리는 멀다. 김동주를 흔히 ‘두목 곰’이라고 부르는 것은 두산구단으로선 불편한 표현이겠다. 김동주가 두산 팀 내에서 ‘리더의 노릇을 했느냐’는 객관적 판단 필요한 부분이다. 구단의 속사정을 일반인들은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프로야구 판에서 의리? 그런 것은 없다. 효용성이 떨어지면 가차 없이 내치는 게 프로세계의 속성이다. 무엇보다 감독이 살아야 한다. 당연하지만, 성적이 나쁘면 프로야구 지도자들에게 내일은 없다. 은퇴를 저만치 바라보고 있는, 쓸모가 별로 없어진 노장 선수들과 감독은 그래서 갈등과 긴장관계일 수밖에 없다. 효과적인 세대교체의 접점에서 노장과 감독은 부딪치게 마련이다. 자칫 잘못하면 파열음을 내게 된다. ‘공신(功臣)’을 어떻게 예우해주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의 일이다.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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