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착시 효과? 이순신 장군 신드롬의 명과 암[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8.13 09: 35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명량'이 세운 기록들을 보면 경이적이다. 벌써 4900만 대한민국 국민 다섯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지난 달 30일 막을 올린 이 영화를 봤다. '째깍 째깍' 초침 소리와 함께 누적 관객수는 지금도 빠른 속도로 계속 늘고 있다.
최단시간에 천만관객을 돌파한 '명량'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가 갖고 있는 역대 최다관객(1362만) 기록도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명량'은 12일 하루 동안 44만2806명을 동원, 개봉 14일만에 모두 1175만명 관객을 모았다. 요즘  유행어대로 '어마무시'한 흥행 속도이고 괴력이다.
첫 날부터 그랬다.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 68만을 기록했다. 첫 주 주말에는 하루 125만명이 '명량' 상영관 문턱을 넘었다. 웬만한 한국영화들의 최종 스코어를 단 하루에 채운 것이다.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바로 다음 주 월요일에 98만명이 들었다. 여름 휴가철이라고는 해도 공휴일 아닌 평일이었고, 1년내내 관객수가 가장 적다는 월요일에 벌어진 쾌거다. 당연히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러니 100만부터 1100만까지, 11회의 최단기간 OO백만 돌파 기록을 세운 건 그리 놀랍지도 않다. 지금 흥행 기세로 과연 언제까지 얼만큼 달릴 지에 온통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이순신 장군의 신드롬이기에 존경심과 애정이 더하는 중이다.
'명량' 착시 효과는 이런 배경 아래서 시작됐다. 영화 관계자들에게 1일 125만명 관객의 의미는 이중성을 갖기 때문이다. 한 쪽은 로또 복권이 당첨된 듯한 꿈과 행운의 숫자지만 다른 한 쪽으로는 속된 말로 '넘사벽' 기록으로 다가온다. '명량'이 한국 영화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연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 기록의 가파름에는 두려움 넘어 공포를 느낄 정도다.
당장 올 여름 1주일 간격으로 연속 개봉한 한국영화 빅4에 대한 평가에서 '명량' 착시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명량'보다 한 주 먼저 개봉한 '군도'는 지난 달 23일 하루 55만명으로 그 때까지의 개봉일 최다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7일 만에 파죽지세로 350만 관객을 동원한 '군도'는 '명량'의 등장으로 관객이 급감했고 '군도' 배급사 쇼박스는 순식간에 잔칫집에서 초상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군도'의 이날 현재 누적 관객수는 476만명. 손익분기점 500만에 거의 근접했다. 최근 활성화된 IP TV등의 부가판권을 감안하면 손해볼 성적은 아니다. 경탄할 수준이던 초반 기세가 '명량'에 눌려 갑자기 꺾인데다, 자꾸 '명량'과 비교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군도'는 흥행에 실패한 듯한 착시 현상이 벌어졌을 뿐이다. 수백억 원 제작비를 쏟아붓고 겨우 100~200만 관객 동원에 그쳤던 한국영화 대작들도 수두룩하다. '명량'과 떼어놓고 봤을 때 '군도'는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빅4' 대결이 벌어진 여름 극장가에서 선전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
 
160억원 제작비의 코미디 블록버스터 '해적'도 그렇다.  '해적'은 12일 전국 25만7659명 관객으로 개봉일 이후 줄곧 '명량'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는 중이다. 개봉 6일만에 누적관객수는 벌써 232만명. '명량'이 아니었다면 분명 대단한 흥행이라고 반향이 컸을 스코어임에도 분위기는 조용하다. 주말 하루 125만, 평일 하루 98만이 '해적' 코앞 '명량'에서 터졌으니 그냥 입 다물 밖에. 
개봉 6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해적'은 한국영화 역대 흥행 4위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 2일, 올 설 극장가를 휘어잡았던 '수상한 그녀'보다 3일 빠른 기록을 세운데다 예매율과 매출액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중인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셈. '명량'의 기록들이 주는 경외심의 깊이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앞서 '해적'과 '명량'의 1일관객은 하루 더블 스코어 이상 벌어졌었다. 지난 10일 '해적'이 47만 명일 때 '명량' 102만명, 11일 '해적' 26만명일 때 '명량' 53만명 등의 간극이다. 그 차가 12일에는 '명량' 44만 대 '해적' 26만으로 좁혀졌다. 이런 수치들을 종합해 보면 '해적'도 좁은 한국 영화시장에서 '빅4'가 파이를 나눠먹어야 되는 여름 대격돌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는 중이다. 재밌고 웃기는 영화로 입소문을 타고 있어서 롱런 가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주 개봉할 봉준호 제작의 '해무'는 시사회 이후 스릴러 장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인 작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팬들 사이에 기대치가 높다. 특히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JYJ 박유천이 뛰어난 연기력으로 객석을 장악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런 '해무'가 가장 경계하는 건 바로 '명량'으로 인한 착시 현상이다. 개봉 일 98만, 하루 125만 관객 동원의 기록 앞에 서면 어느 누구인들 작아지지 않을 것인가! 광화문에 우뚝 선 이순신 장군의 위엄이 진정 이런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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