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우·류한수, “태극마크? 보상보다 명예”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8.15 14: 05

“태극마크는 보상보다 명예가 우선이다.”
한국레슬링의 ‘진짜 사나이’ 김현우(26, 삼성생명, 75kg급)와 류한수(26, 삼성생명, 66kg급)가 말하는 국가대표와 태극마크란 무엇일까.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을 36일 앞둔 지난 14일 태릉선수촌을 찾아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레슬링 대표팀을 들여다봤다.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줄기가 줄줄 흐르는 무더운 여름. 레슬링 선수들은 죽을 고비를 맛본다는 ‘사점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10분이 채 흐르기 전에 매트가 땀에 흠뻑 젖었다. 초콜릿 복근을 자랑하는 터미네이터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선수들은 서로를 붙잡고 매트에 꽂았다. 훈련 중 탈진해 쓰러지는 선수도 나왔다. 하지만 으레 있는 일이라는 듯 안한봉 감독은 개의치 않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오전 훈련을 마친 ‘세계랭킹 1위’ 김현우와 류한수를 만났다. 
OSEN: 훈련을 지켜보기도 힘들더라고요. 아픈 곳은 없어요?
류한수(이하 류): 온몸이 만신창이죠. 안 아프면 열심히 안한 거잖아요? 이렇게 하는데 식스팩이 안 나오면 그게 잘못한 거죠. 하하. 
(훈련장 벽에 붙어 있는 ‘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OSEN: 아시안게임 개막이 36일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훈련은 잘 되고 있나요?
김현우(이하 김): 아직까지 체력위주로 훈련하고 있어요. 경기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훈련이 너무 힘들고 지옥 같아서 걱정이 되죠. 다음 주까지 체력훈련을 합니다. 요즘에 상대선수 영상을 핸드폰에 넣어서 수시로 봐요. 감독님이 우리만 강해지면 된다고 하세요. 아무리 강한 상대도 지치면 장사 없거든요. 체력을 길러서 상대를 깨부수라고 하십니다.
OSEN: 레슬링대표팀은 태릉선수촌에서도 훈련이 힘들기로 정평이 나 있잖아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류: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 6시에 운동장에 나와 에어로빅을 해요. 트랙을 돌면 7시 반이 넘어요. 10시 반에 다시 나와서 12시까지 오전훈련을 합니다. 점심 먹고 쉬고 3시 반부터 훈련하고 5시 넘어서 마쳐요. 저녁 먹고 다시 8시 30분부터 야간 개인기술훈련이 이어집니다. 쉴 틈이 없죠.
OSEN: 이렇게 빡빡하게 살다보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 같아요. 금욕생활을 하고 있잖아요?
김: 전 무조건 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요.
류: 저는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여자친구와 외국여행을 가고 싶어요. 조용한데 가서 며칠 푹 쉬다 오고 싶죠.
OSEN: 사실 두 선수는 세계랭킹 1위다 보니 주변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것을 너무 당연시하잖아요? 그래서 더 부담이 될 것 같은데요?
김: 신경 안 써요. 전에는 ‘금메달 못 따면 어쩌나’ 부담이 됐죠. 이제는 못 따도 내가 속상한 거잖아요? 남이 말하는 것은 신경 안 써요. 최선을 다했는데 금메달을 못 따면 괜찮아요.
류: 저도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갑니다. 그래서 SNS도 안 해요.
OSEN: 사실 다른 인기프로스포츠의 경우 레슬링보다 운동량이 훨씬 적은데 금전적 보상은 더 크잖아요. 대체 태극마크가 무슨 의미일까요?
류: 보상보다 명예죠. 저희들은 태극마크에 대한 명예를 더 바라보고 운동합니다.
김: 어렸을 때부터 태극마크를 위해 운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선수가 너무 돈을  바라면 안 되잖아요?
(레슬링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은 웬만한 프로구기종목 선수들의 연봉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명예였다.)
OSEN: 류한수 선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고 췄던 말춤이 기억에 남는데요. 이번에도 생각한 세리머니가 있어요?
김: (류)한수 형이 씨스타 ‘터치 마이 바디’춤을 잘춰요. 연습하고 있습니다. 하하. 저는 런던올림픽 금메달 땄을 때처럼 태극기를 두르고 관중들에게 절을 하고 싶어요.
OSEN: 끝으로 OSEN 독자들과 국민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류: 투지가 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국민들이 힘이 나시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 런던 올림픽 때 국민들의 성원으로 금메달을 땄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이번에도 많은 관심 바랍니다.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은 전체급 석권이 목표입니다. 선수들이 다들 열심히 하고 있어요. 많이 응원해주시면 메달도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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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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