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존 부활?’ 잠실구장은 LG에 손해인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15 06: 01

“펜스를 당길 수만 있다면, 한 10미터 정도 확 당겼으면 좋겠다.”
LG 양상문 감독이 4년 전 LG 홈경기서 시행됐던 X-존 부활을 원했다. 2009시즌과 2010시즌 LG는 잠실구장 홈경기 때 이동식 펜스인 X-존을 설치했었다. 중앙 125m, 좌우 100m, 펜스 높이 2.7m였던 잠실구장이 X-존으로 인해 중앙 121m, 좌우 100m, 펜스 높이 2m로 줄어들고 낮춰졌다. 투수지향적인 잠실구장에 좀 더 공격적인 요소를 가미하자는 김재박 전 감독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X-존은 2010시즌 박종훈 신임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첫 해까지 유지됐다가 2011시즌을 앞두고 사라졌다.
양 감독이 X-존 부활을 바라는 이유는 간단하다. 양 감독은 “큰 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들이 손해 보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만 해도 이병규(7번) 같은 선수는 잠실구장을 벗어난다면 30홈런 이상을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잠실구장은 스타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잘 맞은 타구가 펜스에서 잡히면 타자는 좋은 감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며 “X-존을 설치하면, 홈런이 더 잘나오게 되니까 우리 투수들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홈런만 빼면 투수들에게도 더 낫다. 빗맞은 안타는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즉, X-존 부활이 LG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시즌과 2010시즌 2년 동안 X-존에 떨어진 홈런은 103개였다. 2009년 64개, 2010년 39개의 홈런이 X-존으로 넘어갔다. 그러면서 잠실구장에는 2009년 홈런 245개, 2010년 홈런 234개로 통산 잠실구장 최다홈런 1, 2위 기록이 나왔다. 그러나 당시 LG가 X-존으로 이득을 봤는가를 두고는 물음표가 붙었다. 2년 동안 LG는 홈런 48개를 X-존으로 보냈는데, X-존 피홈런은 55개였다. 2009시즌 X-존 홈런 29개-피홈런 35개, 2010시즌 X-존 홈런 19개-피홈런 20개였다. 홈런만 놓고 보면 LG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이다. 특히 X-존은 설치 제작비에만 1억8000만원 가량이 들어갔었다. 연간 15~16회 조립 및 해체작업에 따른 비용까지 감안하면 2년간 약 2억5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소비했다.
이렇게 홈런만 놓고 보면 LG는 X-존으로 인해 경기 내외로 마이너스 요인만 키운 것 같았다. 하지만 홈 승률을 따져보면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였다. LG는 2009시즌 잠실 홈경기서 29승 35패 2무 승률 4할3푼9리를 기록했다. 반면 원정에선 25승 40패 2무로 승률이 3할7푼3리였다. 2010시즌도 그랬다. 홈에서 31승 33패 3무로 승률 4할6푼3리, 원정에선 26승 38패 2무로 승률 3할9푼4리였다.
X-존이 없어진 2011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성적을 보면 반대 양상이다. 3년 동안 LG는 홈에서 91승 104패 2무 승률 4할6푼7리를 올렸고, 원정에선 99승 94패 4무 승률 5할1푼3리를 찍었다. 특히 2012시즌에는 홈에서 25승 41패 1무 승률 3할7푼9리로 부진했으나 원정에선 32승 31패 3무 승률 5할8리로 5할 승률이상을 기록했다. 올 시즌도 홈에서 22승 28패로 승률 4할4푼인 반면, 원정에선 22승 25패 1무로 승률 4할6푼8리다. X-존이 있었을 때는 홈에서 강했으나, X-존이 사라지자 원정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X-존으로 인해 LG가 홈경기 승률을 높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수년째 LG는 장타력과 외야수비가 약점으로 꼽혀왔다. 홈런 30개 이상을 칠 수 있는 거포가 없었고,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를 모두 갖춘 외야수도 보기 힘들었다. 때문에 상대팀은 잠실구장에서 LG를 맞아 적극적으로 플레이했다. 상대 투수들을 LG 타자의 장타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상대 주자는 타구가 외야를 향하는 순간 한 베이스를 더 노렸다. 함께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의 경우 빠른 선수들을 전면배치, 공수에서 잠실구장 효과를 누리고 있으나 LG는 그렇지 못하다.
양 감독의 바람대로 X-존이 부활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LG 입장에선 홈경기 성적향상을 위해 고려해볼 사안임은 분명하다. 2015시즌 잠실구장에 다시 한 번 X-존이 설치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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