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KBL 규정변화...성공하기 위한 키포인트는?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8.19 07: 05

프로농구가 흥행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외국선수제도, 드래프트, 경기규칙 등 프로농구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규정에 대한 변화를 논의했다. 그 결과 외국선수 신장제한 재도입, 드래프트 방식 변화, FIBA룰 도입이 확정됐다.
▲ 다시 도입되는 외국선수 장단신제

1997년 출범당시 프로농구는 장신 203.2Cm이하 단신 190.5cm이하의 조건으로 외국선수 두 명을 보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장훈이 데뷔하면서 1998-1999시즌 장신 205.7cm이하 단신 193.5cm이하로 규정이 완화됐다.
2000-2001시즌에는 장단신 제도가 폐지되고 두 선수의 신장합산이 도입됐다. 두 외국 선수의 신장 합계는 398.78cm 초과할 수 없고 한 선수의 신장은 208.28cm로 제한됐다. 이는 2004-2005시즌에 두 외국 선수 신장의 합계는 400cm, 한 선수의 신장은 208cm로 다시 바뀌었다. 그리고 2008년 221cm의 하승진이 데뷔하면서 외국선수 신장제한은 폐지됐다.
이번에 KBL은 장단신제 재도입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했지만 구체적인 신장제한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장단신제의 취지는 제랄드 워커, 토니 매디슨 등 신장은 작아도 화려한 테크닉으로 코트를 수놓았던 외국선수들을 다시 뽑자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가드들의 경쟁력을 도모하자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이 제도가 효과를 보려면 단신선수의 신장을 185cm이하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이럴 경우 외국선수 선발 경향은 빅맨+가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애런 헤인즈처럼 득점력과 높이를 두루 갖춘 2미터 내외의 득점형 포워드들은 더 이상 한국에서 뛰기 힘들다는 것이다. KBL은 판을 갈아엎기 위해 모든 외국선수들이 다음 시즌 종료 후 소속팀과 재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유로리그 경력선수의 선발제한을 폐지했다. 이로써 더욱 다양한 경력의 선수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게 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 차등확률의 드래프트, 고의패배 막을 수 있을까
2012-2013시즌 프로농구는 고의 패배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다.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소위 ‘빅3’ 신인을 잡기 위해 일부러 패하는 팀이 있다는 것. 특정팀 때문에 프로농구 전체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파문이 커지자 한선교 전 KBL 총재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챔프전 1,2위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8개 팀이 1순위 선수를 뽑을 확률을 1/N로 동일하게 바꾸도록 드래프트 제도를 전면 수정했다. 문제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제도가 2014년부터 적용되면서 고의패배 의혹이 있는 팀에게 처벌을 내리는 효과도 없었다. 약한 팀에게 좋은 선수를 먼저 수급해 전력균형을 맞춘다는 드래프트의 취지에 근본적으로 역행하는 시스템이었다.
결국 KBL은 1년 만에 다시 제도를 수정하게 됐다. 동일 확률로 1~4순위까지 추첨을 한 뒤 나머지 4개팀은 정규리그 성적 상위 팀부터 하위 팀 순으로 10%, 20%, 30%, 40%의 확률을 부여해 5~8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고의패배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설치한 셈이다. 이는 2015년 국내/외국선수 드래프트부터 시행키로 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서 1순위가 확실한 고려대 이승현은 여전히 모비스와 LG를 제외한 8개 팀에 동일한 확률로 갈 수 있다. 이승현이 강팀으로 갈 경우 파문이 예상된다. 어쨌든 KBL이 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 FIBA룰 도입, 심판역량에 달렸다
프로농구는 2014-2015시즌부터 FIBA 경기규칙을 기준으로 제정하기로 했다. 세부사항은 차기 이사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FIBA룰을 적용하면 프로농구 선수들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지나치게 파울콜이 잦고 몸싸움이 약하다는 프로농구의 부작용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이미 수십 년간 프로농구 파울콜 적용에 익숙해진 프로심판들이 하루아침에 FIBA룰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FIBA룰을 도입하더라도 적용하는 심판들이 전처럼 KBL기준의 파울콜을 불 경우 도입취지에 의미가 없다. 심판들을 다시 교육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런데 시즌 개막을 불과 두 달 남겨둔 상황에서 갑자기 FIBA룰을 도입하겠다는 제도변화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KBL이 늦게나마 흥행을 위해 자신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개혁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농구팬들은 KBL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제도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 효과를 거두길 바라고 있다. 아울러 더 이상의 잦은 제도&규칙변화 없이 리그가 꾸준히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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