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후배들아, 세계무대서 부딪치고 깨져라”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8.20 06: 20

아시아농구를 호령했던 ‘컴퓨터 가드’ 이상민 삼성 감독이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후배들에게 조언을 했다.
16년 만에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남자농구 대표팀이 최종평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9일 오후 4시 진천선수촌에서 서울 삼성을 75-52로 크게 이겼다. 25일 스페인으로 출국하는 대표팀은 30일 앙골라를 상대로 스페인 농구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다.
연습경기를 위해 진천선수촌을 방문한 이상민 감독도 감회가 남달랐다. 현역시절 대한민국 부동의 야전사령관으로 코트 위를 종횡무진 누볐던 옛날 생각이 날만 했다. 이상민 감독에게 슬쩍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 대회를 물었다. 

당시 한국은 리투아니아, 미국, 브라질과 함께 죽음의 조인 C조에 속했다. 첫 판을 리투아니아에게 56-97로 대패한 한국은 브라질과 붙어 73-76으로 지며 선전했다. 미국에게는 68-88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미국은 NBA 직장폐쇄의 여파로 최고선수들이 빠지고 브래드 밀러, 드라잔 랭든 등 대학농구 또는 하부리그 선수들이 주류였다. 나이지리아와 세네갈에게 패한 한국은 5연패로 최하위인 16위에 머물렀다. 평균 15.2점을 넣은 서장훈은 득점랭킹 6위에 올랐다.
이 감독은 “98년에 다 졌지만 브라질과 3점 차로 시소게임을 했다. 94년 토론토 대회도 잘했다. 호주를 상대로 선전했다. 당시 한국팀을 보고 ‘이렇게 슛 잘 넣는 팀은 처음 본다’는 말도 나왔다. 허재 형이 잘해서 토론토 랩터스에 입단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추억에 젖었다.
과거 한국 가드진은 세계무대서도 기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포워드-센터의 높이 차가 워낙 컸다. 이상민 감독은 “크로아티아랑 해봤는데 211cm짜리 토니 쿠코치가 가드를 보더라. 외곽슛도 좋았다. 아무래도 힘과 높이는 어쩔 수 없었다. 그 때 (전)희철이와 (현)주엽이가 엄청 고생을 했다. 상대센터 팔꿈치에도 많이 얻어맞았다. 우리는 키가 작아 슈팅이 느리면 아예 쏴보지도 못했다. (문)경은이 형을 빼면 슛하기도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상민 감독 등 농구대잔치 세대만 하더라도 한국농구는 세계무대에 밥 먹듯 출전했다. 하지만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뒤 세계무대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선배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무엇일까.
이 감독은 “우리 때는 프로도 없었다. 요즘 선수들은 위축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힘들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배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죽지 말고 세계무대서 부딪치고 깨져보면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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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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