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찜찜' 한화 불펜, 정말 안정진 뿐인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8.20 06: 04

한화 불펜에는 안정진밖에 없는 것일까.
한화가 이겨도 찜찜함을 남겼다. 지난 19일 울산 롯데전에서 10-7로 승리했지만 안영명·박정진·윤규진이 다소 불안한 투구를 하며 가까스로 막았다. 경기 초반 7점차를 앞설 정도로 여유있게 승리를 가져가는가 싶었지만 마운드 불안으로 진땀 나는 승리를 거뒀다. 안영명·박정진·윤규진 모두 불안한 투구 내용을 보였다.
문제는 안영명·박정진·윤규진에 대한 의존도였다. 한화는 7-4로 쫓긴 5회 2사 만루 위기에서 좌완 김기현이 박종윤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6회부터 곧장 안영명이 투입됐다. 8-4의 4점차 리드로 김기현을 조금 더 가져갈 수 있었지만 김응룡 감독의 머릿 속에는 오로지 '안정진' 뿐이었다.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다. 안영명이 본격적으로 불펜 전환한 7월부터 한화의 '안정진' 의존도가 뚜렷해졌다. 7월 이후 한화가 치른 32경기 중 안영명은 20경기 28⅔이닝, 박정진 19경기 18이닝, 윤규진은 13경기 19⅔이닝을 소화했다. 도합 66⅓이닝. 이 기간 나머지 구원투수들이 던진 63⅔이닝을 넘어선다.
이 같은 현상은 8월 이후 더욱 극심해졌다. 한화의 8월 12경기 중 안영명이 8경기 10이닝, 박정진이 9경기 8⅓이닝, 윤규진이 7경기 19⅔이닝으로 셋이서 30이닝을 합작했다. 나머지 구원투수들은 김혁민이 2경기 4⅓이닝, 윤근영이 4경기 3⅔이닝, 김기현이 3경기 2이닝, 최영환이 2경기 2이닝, 정대훈이 2경기 1이닝밖에 못 던졌다. 이들의 총 이닝은 13이닝에 불과했다.
8월 이후 한화 불펜에서 안정진 트리오가 차지하는 이닝 비율이 69.8%에 달한다. 이기고 있는 경기, 지고 있는 경기에서도 그들이 출격한다. 리드하는 경기가 많지 않은 한화 팀 사정상 잡을 수 있는 경기에 100%를 쏟는 건 당연하지만 최근에는 2점차 이내로 뒤져도 투입된다. 김응룡 감독은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불펜을 빨리 가동하겠다"고 했는데 불펜 전체가 아닌 안정진만 집중 투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구원투수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추격 상황에서도 쓰이지 않는 그들은 크게 뒤져있는 경기에서만 투입되는 패전조로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달초 1군에서 말소된 이동걸은 아예 1군에 있는 5일 동안 공 하나 못 던지고 2군에 내려갔다. 김응룡 감독은 "쓰기가 애매했다"고 했다. 그러나 쓰는 선수만 계속 쓰는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가 가능성을 보여주기란 어렵다. 선수가 없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키워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애써 구축한 필승조가 자칫 와해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5경기에서 안영명(6.75) 박정진(9.82) 윤규진(5.14) 모두 평균자책이 높았다. 거듭된 투구에 장사 없다. 지난해 '안정진' 역할을 홀로 한 송창식의 올 시즌 고난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구위 저하로 평균자책점 7.45를 기록하고 6월 중순 2군으로 내려간 그는 최근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복귀 시기를 장담 못한다. 송창식의 아픔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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