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서정환의 사자후] 감 떨어진 유재학호, 지속적인 A매치 아쉽다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OSEN=진천, 서정환 기자] 한창 날카롭게 칼을 갈아놨는데 정작 합을 맞춰볼 상대가 없다.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의 현실이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무려 16년 만에 세계무대에 나간다. 남자농구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후 12년 만에 안방에서 아시아 정상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대표팀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부분이 많다.


지난 19일 오후 진천선수촌에서 국가대표팀 결단식이 열렸다. 방열 대한농구협회장은 “100-1은 99가 아닌 0이다. 한 명이라도 실수를 하면 제로가 되는 것이 농구다. 조직력과 정확한 슈팅, 체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스페인 농구월드컵은 아시안게임을 위한 연습경기가 아니다. 초지일관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선수단에게 당부했다. 여러 인사들이 금일봉을 전달하며 대표팀을 격려했다. 하지만 대표팀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닌 A매치 상대였다.


한국은 지난 7월 12일부터 31일까지 뉴질랜드 대표팀과 5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1차전에서 몸싸움에 약점을 노출한 대표팀은 5차전에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였다. 똑같은 상대와 5번을 겨루면서 거친 상대에 대한 적응이 된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개최된 4~5차전의 경우 만원관중이 몰려 상업적 흥행에 대한 가능성도 제시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8월 들어 19일까지 자체훈련만 했다. 뉴질랜드전에서 한참 최고조에 올랐던 경기감각이 다 죽고 말았다. 20일 대표팀은 삼성과 연습경기를 했다. 뉴질랜드전에서 보여준 기민한 움직임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대표팀은 전반전을 19-26으로 뒤졌다. 후반전에서야 겨우 선수들의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대표팀은 75-52로 크게 이겼다. 하지만 내용면에서 썩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  


이상범 대표팀 코치는 “우리 선수들끼리 연습을 하면 서로 장단점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제대로 된 훈련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20일 대표팀의 자체청백전을 지켜봤다. 유재학 감독은 12명의 선수 중 10명이 5 대 5로 뛰고 2명이 돌아가며 쉬는 방식으로 계속 선수들을 돌렸다. 훈련강도도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긴장감이 A매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21일로 잡혔던 전자랜드와의 연습경기는 찰스 로드의 부상으로 취소됐다. 25일 출국하는 대표팀은 30일 앙골라와 월드컵 첫 경기를 가진다.


한국농구는 미지의 상대와 처음 만났을 때 필요 이상으로 긴장해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평소 A매치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컨디션을 찾을 만하면 이미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있어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와 똑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필리핀은 같은 기간 어떻게 훈련하고 있을까. 미국 마이애미에서 D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2주 간 전지훈련을 한 필리핀은 프랑스로 날아가 유럽의 강호 프랑스, 호주, 우크라이나와 맞붙었다. 필리핀은 스페인 현지서 바스크, 앙골라, 도미니카 공화국과 연이어 평가전을 치러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린 뒤 농구월드컵에 임한다. 거의 한 달 동안 A매치가 없다가 곧바로 경기를 뛰는 우리와는 천양지차다.


농구월드컵에 출전하는 각국은 스페인 현지서 서로 만나 실전테스트를 치른다. 세계최강이라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앙골라가 필리핀과 붙는 것도 필리핀을 ‘가상의 한국’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농구 역시 축구처럼 일찌감치 현지에 건너가 본선진출국과 A매치를 갖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다.


한 관계자는 “A매치를 비공개로 치를 경우 돈도 별로 들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치러 표를 판다면 우리 수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농구월드컵에 출전하면 전패를 하더라도 출전수당이 나온다. 그 돈으로 얼마든지 전지훈련 비용을 충당할 수도 있다. 국가대표 선수 12인 중 대학생 이종현을 제외하면 모두가 프로선수다. 국가의 명예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할 각오가 된 선수들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훈련수당 등 눈앞의 이익이 아닌 제대로 된 상대와의 연습이다.


농구월드컵에 출전하는 24개국 중 대회를 한 달 앞두고 자체훈련만 소화하다 출전하는 팀은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과연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대한농구협회와 KBL의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jasonseo34@osen.co.kr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