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기 버틴 e스포츠, ‘다시’ 뜬다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4.08.21 09: 08

지난 16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롤챔스’ 결승전이 유료관중 5000명과 5000명의 팬들이 몰리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과거 2004년과 2005년 부산 광안리 10만 관중이 몰린 시절의 감동이 재현되면서 이제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하나의 문화 e스포츠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e스포츠는 지난 1990년대 말 PC방 열풍, 게임 및 전자 산업의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 한때 잠시 침체기를 맞았지만 다양한 종목들이 e스포츠에 도전하고 있는 2014년 지금, 다시 e스포츠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 1999년 시작된 e스포츠

국내 e스포츠 시장은 1998년 출시된 게임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인기를 끌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e스포츠는 임요환, 홍진호 등 스타플레이어를 양산해내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2008년 스타크래프트1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후속 e스포츠용 콘텐츠 양산에 실패하며 점차 침체기를 맞게 되었다.
그 이후 국내 e스포츠 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9년 스타크래프트 일변도에서 e스포츠 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국산 종목 ‘스페셜 포스 리그’가 출범했으나 무리한 종목 전환, 프로모션 실패, 개발사 드래곤플라이의 무리한 업데이트가 겹치면서 2012년 종료됐다.
2010년엔 프로게이머들의 승부조작 스캔들이 밝혀졌고, 같은 해 스타크래프트2 출시와 함께 새로운 리그가 출범했지만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스스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팬들은 두 곳으로 나뉘었고, 그 인기는 스타크래프트1에 미치지 못했다.
2011년엔 온게임넷과 함께 양대 e스포츠 방송사였던 MBC게임이 폐지되는 등 국내 e스포츠 시장은 오랫동안 암흑기를 견뎌내야만 했다.
▲ 국내 e스포츠 업계는 변화 중
국내 e스포츠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된 건 2011년 말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이하 LOL)’가 출시된 후부터다. 5대5 게임이 가능했던 LOL은 e스포츠 초창기 성공을 이끌어냈던 스타1 시절 이상의 열광적인 팬덤을 형성하면서 빠르게 전성기를 맞았다.
국내에서는 온게임넷 LOL챔피언스(이하 롤챔스)가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시장 점유율을 40% 가까이 끌어올렸다. 롤챔스는 결승전 전체 관람석 유료화에 성공하며 e스포츠의 오랜 숙원이었던 수익성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모바일 게임의 성장과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다양한 국내 업체들이 리그를 개설하거나 새로 e스포츠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들을 하며 e스포츠의 활황을 이끌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의 장르적 한계를 깨고 e스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e스포츠 시장은 스페셜포스, 서든어택과 같은 총싸움 게임(FPS) 게임과 스타크래프트 같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게임(RTS)이 대부분이었다.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소울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라는 장르적 한계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열린 비무제:임진록을 통해 총 6500여 명의 관중을 모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평소 e스포츠 관중의 대부분이 남성인 반면 비무제는 여성 관객의 비율이 35%에 달해 남녀 모두가 즐길 수 있음을 확인했다.
넥슨은 서울시 서초구에 ‘넥슨 아레나’라는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만들어 e스포츠의 활성화에 앞서고 있다. 이곳에서는 도타2, 피파온라인3와 같은 외산 게임뿐 아니라 던전앤파이터, 사이퍼즈 등과 같은 자사 게임의 리그도 열린다. e스포츠 업계에서 처음으로 넥슨은 지난 11일 개막한 ‘액션 토너먼트 던전앤파이터&사이퍼즈 2014 서머’에 전 좌석 유료화를 도입했다. 넥슨의 이러한 전략은 초반 경기의 전 좌석 매진되는 성과를 이끌어내며 e스포츠의 수익성을 인증했다.
▲ 올 하반기 e스포츠 시장에 ‘새로운 별’이 뜬다!
올 하반기는 다양한 e스포츠 대회들로 인해 뜨거워질 전망이다.
먼저 엔씨소프트가 ‘천하제일비무 프리시즌(pre-season)’을 시작한다. 프리시즌은 하반기 시작하는 블소 e-Sports 정규리그의 사전 준비 기간이다. 9월 3일까지 2주간 진행한다. 이용자는 이 기간에 변화된 비무 시스템을 체험한다. ▶그 동안의 시즌랭킹이 초기화되고 ▶다전제(3전 2선승제) ▶동등한 능력치로 대결하는 표준 능력치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를 ‘블레이드&소울 월드 챔피언십’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6월 비무제:임진록 대회 당시 배재현 부사장은 “올해 하반기엔 e스포츠 리그를 출범하고 각국 대표가 참가하는 월드 챔피언십도 진행한다”고 밝혀 국내 e스포츠 시장의 활성화를 예고했다.
세계적 대회인 라이엇게임즈의 2014 롤드컵은 최초로 미국이 아닌 서울의 상암경기장에서 열린다. 대규모 리그뿐 아니라 아마추어 e스포츠 리그도 활발히 진행된다. 오는 9월 11일엔 프로와 아마추어가 함께 겨루는 2014KeSPA컵이 열린다. 프로게이머만 게임과 e스포츠를 즐기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남녀노소 불구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e스포츠가 또 한번 새롭게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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