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비정상회담’ 에네스 카야 “보수적일 뿐, 꽉 막히진 않았어요”[인터뷰]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OSEN=강서정 기자] 보면 외국인이지만 듣고 있으면 한국인이다. 요즘 터키에서 온 청년 에네스 카야에 대한 반응이 주로 이러하다. 한국어 구사 능력이 웬만한 한국 사람들보다도 뛰어나고 여기에 설득력까지 갖추고 있다. 에네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오전에 만난 에네스는 지난밤 늦게까지 친구들과 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사람이 피곤하면 말이 잘못 나오거나 앞뒤 맞지 않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에네스는 모든 질문에 논리정연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JTBC ‘비정상회담’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 ‘터키 유생’이라는 애칭이 생긴 것과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온 사람으로서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것, 그리고 보기보다 정이 많은 남자 에네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보수적인 것과 꽉 막힌 것에 대하여

에네스는 ‘비정상회담’에서 ‘터키 유생’이라고 불릴 만큼 성향이 보수적이다. 토론 주제가 주어졌을 때 11명의 외국인 패널 중 에네스만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성교육이나 동거 등에 관해 토론할 때 에네스는 거의 반대하는 축에 속한다.

그러나 에네스는 보수적인 것이 꽉 막힌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또한 보수적인 것과 개방적인 것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것 또한 확실히 했다.

“보수적인 것과 개방적인 것은 분리할 수 없어요. 옛날 것이 안 좋고 나쁜 게 아니죠.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잘 살 수 있는 겁니다. 제가 너무 보수적인 게 아니라 지금 사회가 개방적이에요. 개방되면 될수록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도덕적인 부분도 개방적인 걸 받아들이면서 점점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사회가 빨리 변하고 개방적인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생각을 하면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누굴 따라서 개방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지킬 건 지키면서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었다. 에네스는 무조건 ‘아니다’, ‘반대’를 외치는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정립한 가치관과 신념을 지니고 변화를 받아들이면 옛것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에네스는 한국에 줄임말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줄임말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고 있자니 외국인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시간이었다.

“옛날에 유생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 이렇게 성장한 거예요.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요. 역사와 언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나라는 앞으로 문제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한국에 줄임말이 많이 생기는데 그건 한국어가 망가지고 있는 거예요. 한국어가 얼마나 역사가 깊고 강한 언어고 한국의 역사를 읽을 수 있는 대단한 언어인데 지금처럼 줄임말을 사용하면 20년 후에 자라는 아이들은 지금의 말을 이해 못 해요. 언어가 변화도 문화도 변하고 한국이 1,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아무 소용없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면서 변화해야 한다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온 에네스에 대하여

에네스는 6.25에 참전했던 터키에서 온 청년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3, 4위전을 치렀을 만큼 우리나라와 깊은 인연이 있는 터키에서 온 에네스는 터키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오자마자 택시기사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터키가 ‘형제의 나라’라는 것이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비정상회담’에 터키인 에네스가 출연하면서 터키가 다시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에네스는 이러한 상황이 고맙고 기쁘기만 하다.

“정말 기분이 좋아요. 방송에 나가기 전에 연예인이 되거나 내 자랑을 해야겠다는 것 보다는 터키를 알리고 싶었어요. 많은 분이 저를 보면 에네스로 보지 않고 터키사람으로 봐요. 그래서 욕먹을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터키와 한국의 관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방송에 나가서 항상 형제의 나라 터키에서 온 에네스 소개해요. 그렇게 하면 무의식적으로 습득된다고 생각해요. SNS을 통해서 ‘에네스 덕분에 터키를 알게 됐다’, ‘그리스로 여행 가려고 했는데 터키로 여행가기로 했다’, ‘터키어 배우고 싶다’는 메시지나 번역기로 한국말을 터키어로 번역해서 메시지를 보내기도 해요. 그런 걸 보면 한국 사람들이 대단한 거예요. 배려심도 깊고 감사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지고 잘못하면 안 되기 때문에 조심해요.”

에네스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로 내려가 터키인 자원봉사자들과 케밥을 준비해 실종자 가족들과 구조대원들에게 대접, 함께 슬픔을 나눴다. 그 정도로 에네스에게 한국은 가족과도 같은 곳이다.

“한국이 형제의 나라이기 때문에 돕고 싶었어요. 터키에서는 안 좋은 일은 내 원수에게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요. 그래서 진도로 내려갔죠. 가서 많이 울었어요.”



◆ 냉정해 보이지만 정 많은 남자 에네스에 대하여

‘비정상회담’에서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차가운 말투로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늘어놓는 에네스를 보고 있으면 ‘이 남자 참 냉정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보면 사람 참 좋아하고 정이 많은 사람인 걸 알 수 있다.

대부분 직업이 사람과 관련된 일이지만 특히 에네스는 현재 사업을 하고 있고 과거에는 영화에도 출연했고, 동시통역,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등 사람들과의 스킨십이 많은 일을 주로 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전 돈보다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해요. ‘돈은 못 벌어도 사람은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죠. 친구들도 항상 저보다 우선이에요.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돈은 빌려주지 못해도 몸으로 뛰어줄 수는 있어요. 친구사이에 돈이 관련되면 그 관계가 깨져요. 차라리 이 돈은 내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주는 게 나아요.”

에네스는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사람들과 만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약속은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편이다.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면 거의 바로 만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해요. 저는 ‘내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면 정말 잘해줘요.”

보수적이지만 꽉 막히지 않고 한국을 터키만큼 사랑하고 보기와는 달리 정이 많은 남자 에네스. 그리고 에네스를 방송에서 본 사람이라면 궁금한 것 하나. 무슨 질문이 들어와도 항상 여유 있는 태도로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옆집 오빠 같이 보이는데 아빠 같이 말을 해요. 자기 계발을 위해 책을 읽는 좋지만 아버지가 어렸을 때 저한테 ‘네 또래보다 어른들과 어울리는 게 큰 도움일 될 거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고1 때 고3들과 놀았어요. 또래하고도 친하지만 형들과 어울리면서 철도 빨리 든 것 같고 더 빨리 생각이 완성된 것 같아요.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서 제가 빨래, 밥을 해야 했기 때문에 살아가야 할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또한 에네스가 한국말을 잘하는 것을 뛰어넘어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억양과 어휘력이 웬만한 한국사람 못지않다는 게 참으로 신기한 점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한국에 왔을 때 말을 많이 했어요. 길거리에서든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눈이 마주치면 뭐든지 질문했어요. 얘기하면서 모르는 단어는 머릿속에 저장해놨다가 집에 가서 확인했어요. 그래서 다른 외국인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 문제점이 생기는 게 모국어를 외국어로 번역해서 말하려고 해요. 그러면 발전 속도가 느려요. 영어로 말할 때 영어로 생각해야 하는 등 자동화해야 해요.”

kangsj@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