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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3D’ 정유미 “영화는 호러, 현장은 ‘로코’였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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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유진 기자] ‘파이팅 걸’ 정유미가 활기 찬 미소로 인터뷰 장소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MBC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을 촬영 중이라 피곤할 법도 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씩씩하고 유쾌한 모습은 그대로였다.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지금도 여전히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그는 지난 4월 크랭크인 영화와 드라마를 동시에 촬영하던 때를 떠올리며 “지옥 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드라마 초반에 얼굴 보시면 장난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특유의 털털함이 돋보였다.

정유미는 20일 개봉한 영화 ‘터널3D’에서 여자주인공 은주 역을 맡았다. 은주는 수줍음 많고 청순한 여대생으로 남모를 비밀을 갖고 있는 듯한 이미지의 인물. 정유미에겐 장편 영화에서 맡은 첫 번째 주연 캐릭터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소감을 물었더니 “아직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얼떨떨해요. 촬영을 마치고도 진짜 다 끝난 게 맞나 쉽고 뭔가 아쉬움이 있는 것 같아요. 여운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는데 감정이 끝났는데도 가지고 가고 그런 게 있어요. 첫 주연 작이라 부담을 느껴서인지, 기대를 해서인지 모르겠어요. 촬영하는 동안에는 혼자 끌고 가야한다는 생각보다는 또래 친구들이랑 같이 끌고 가는 느낌이 많아 하면서 부담을 느낀 건 없는데 영화 촬영이 끝나고 인터뷰도 돌고 홍보 일정도 잡히고 하니까, 내가 주연이 맞기는 맞았구나 싶어요.(웃음)”

공포 영화 여주인공을 맡은 것 역시 처음이다. 그렇다고 ‘호러퀸’이라는 이름에 도전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좋은 선배 배우들이 첫 발을 뗀 작품들 중에 호러 장르가 많아 선택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호러 영화 자체가 배우로 연기하는 데 있어 감정적 거침이 없어 연기하는데 재밌는 장르에요. 드라마나 여러 작품을 해오긴 했지만, 1차원적인 감정을 표현 하는 데는 공포가 제격인 것 같아요. 하면서 재밌을 거 같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물론 ‘호러퀸’이 된다면 좋겠지만…. 연기를 하는데 있어 재미를 줄 수 있는 그 정도 선에서 만족해요.”

‘터널3D’는 최고급 리조트로 여행을 떠난 친구들이 터널 안에 갇히면서 미스터리 한 공포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호러 영화다. 국내 최초 Full 3D 촬영을 통해 완성된 시각효과가 특색인 작품. 보통 재난 영화의 배경으로 나올만한 터널이 공포영화 속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장소로 사용됐다. 시나리오를 택한 이유 역시 그 독특함 때문이었다.

“터널이라는 소재가 참 독특했어요. 처음에 시놉시스를 받고 시나리오를 읽는데 읽는 내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죠. 공포 영화나 스릴러는 보통 일반적 공간, 현실적 공간에서 펼쳐지는 게 많은데 터널은 공간 자체에서 주는 어떤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하면서 힘들었어요. 주 촬영 장소가 터널이나 탄광이었는데 세트 분량이 많지 않았어요. 거의 그 안에서 지내다 보니 그 기운이 사람 기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다들 아침에 들어가서 하루를 보내고 나오는데, 얼굴빛이 달라져서 나와요. 환경 자체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거죠.”

터널에서의 촬영은 그의 말처럼 쉽지 않았다. 답답하고 어두운 터널에서 하루 종일 촬영을 하다보면,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물리적이고 정서적인 불편함뿐만이 아니라 실제 터널 안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져 공포 영화에 어울리는 오싹함을 주기도 했다.

“터널 안에 어떤 특정 구간에서 별다른 액션도 없고 지친 상태로 출구를 찾아 걷는 줄지어 걷는 신이 있는데 그날 그 촬영을 찍는 내내 한 번은 오디오가 녹음이 안 되고 두 세 번은 카메라 슛 버튼 누르고 촬영을 했는데 모니터를 하러 가면 리코딩이 안 된 거예요. 다시 가고, 또 가고 그렇게 세 번을 했어요. 또 위에서 뭐가 떨어지기도 하고 그 길 안에서만 신기하게 계속 뭔가 기계에 결함이 생겼어요. 스태프의 동선이 꼬이고요. 뭐가 있나 싶었어요. 기운도 이상하고 다들 그날은 힘들었어요.”

힘들었지만 젊은 배우들의 사이는 더할 수 없이 좋았다. 서로 비슷한 연배라 짧은 기간에도 서로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엔 함께 허름한 식당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낼 때가 종종 있었다고. 또 빠른 84년생인 정유미는 84년생인 연우진과 친구가 되기로 했고, 빠른 85년생인 송재림과 연우진이 친구를 하기로 해 재밌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들 성격도 너무 잘 맞고, 공간 자체가 벤에서 앉아 있거나 따로 쉬거나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서 따로 있기보다 떼거지로(?) 쉬어야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서로 성격이 안 맞으면 힘들 수 있는데 정말 모두가 다 너무 잘 맞아서 호러 영화긴 한데 현장 분위기는 ‘로코’ 아니면 코미디 같았다고 할까요? ‘남자 셋 여자 셋’ 시트콤처럼 재밌게 찍었어요. 또 다들 술도 좋아하고 털털해서 남녀배우 가릴 것 없이 즐겁게 놀았어요. 또래랑 영화 작업을 하는 게 재미있다는 걸 많이 느꼈죠.”

영화를 출연하는 중에도 ‘엄마의 정원’ 촬영이 병행됐다. 언제나 긍정적으로 일을 대하는 ‘파이팅 걸’이지만 여유 없는 일정을 소화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래도 “초인적인 힘”이 나와 모든 일들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한 번에 한 작품을 하는 쪽이었어요. 오디션을 많이 봐서 그런 지도 모르겠는데 (연기를 할 때) 제 스타일 자체가 (연기하는) 상황에 대해 이해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고, 신 하나를 가지고 수 만 가지 생각을 해요. 작은 역할부터 하게 되니까 그런 게 습관이 됐어요. 그런데 이번엔 일일드라마와 영화를 함께 하니까 아침까지 영화 찍고 낮에는 드라마를 촬영하는 식이였죠. 캐릭터도 다르고 일이 다르니까 대본이 밀려드는데 대사를 외우느라 힘들고. 100% 감정적으로 납득돼서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과정에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도 극에 달하니까 초인적인 힘 같은 게 나오던데요?”

정유미를 대중에 각인 시켰던 건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었다. 그리고 여배우 정유미가 아닌 인간 정유미의 매력이 마음껏 발산됐던 것은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다. 가상 남편이었던 가수 정준영과 자주 연락을 하진 않지만, ‘엄마의 정원’ 상대역 최태준과 정준영이 ‘베스트프렌드’라 종종 소식을 듣는다. 유독 사위 정준영을 아꼈던 정유미 어머니의 따뜻한 모습이 떠올라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는 준영이를 열심히 챙기셨죠. 촬영장에서도 정말 많이 챙기시더라고요.(웃음) 아마 엄마는 아들도 없고, 저는 저희 집에서 저 혼자거든요. 준영이가 아들 같았나 봐요. 철부지 막내  아들. 또 혼자 지내면서 방송 일하고 그런 게 얼마나 힘들지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드라마에 이어 영화와 예능까지 섭렵한 정유미는 이제 주목할 만 한 배우를 뛰어넘어 또 한 명의 믿고 맡길만한 여배우로 성장했다. 10년 전 공포영화 ‘인형사’의 조연 배우로 상업영화에 처음 출연한 그가 길다고 말하면 길 수 있는 무명의 시간을 거칠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연기자가 되고 난 후에도 흔들림 없이, 연연함 없이 갈 수 있는 이유는 어머니가 건넨 조언의 도움이 컸다. 어쩌면 언제나 건강한 ‘파이팅 걸’의 뿌리는 여기에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오디션을 보지 않고 작품을 하게 된 게 요 몇 년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되게 길었는데 그 당시에는 한 작품, 한 작품 하는데 의의를 두고 해 와서 많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죠. 또 힘들만 하면 된다고 오디션에 떨어져 기운이 빠질 때쯤엔 작품을 하게 되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요즘도 신기하고 감사해요. 저희 어머니가 오래 전부터 늘 하시는 말씀은 ‘연기자는 네 직업일 뿐’이란 말이에요. 연기를 하는 사람이지만 그게 네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요. 네 가치를 모두 연기에 걸지말라는 조언이었어요. 연예인들이 힘든 일이 많았을 때 집에서 볼 때는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제가 안 좋게 마음을 먹을까봐 불안 하셨나봐요. 그런 때 가족들이 많은 도움이 됐고, 여전히 힘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eujenej@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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