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길거리 농구대회, 다 어디로 갔을까?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8.25 13: 01

그 여름 길거리 농구코트를 뜨겁게 달궜던 무림의 고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디다스 크레이지코트 2014’ 농구대회가 24일 오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초등부 8팀, 중등부 32팀, 고등부 64팀, 대학/일반부 32팀 총 136개 아마추어 팀들이 참가해 한 여름에 뜨겁게 코트를 달궜다.
22일부터 예선전을 치른 각 팀들은 24일 대망의 결승전에서 우승자를 가렸다. 초등부 우승팀은 드림이었다. 중등부는 목동탑, 고등부는 크라운, 대학일반부는 신드롬이 각각 패권을 거머쥐었다. 초등부(우승 100만원 상당 상품권)를 제외한 각 우승팀들에게는 200만 원, 2등에게는 100만 원 상당의 아디다스 상품권이 제공됐다.

주말을 맞아 쇼핑을 하러 나왔던 사람들은 낯선 길거리농구에 큰 흥미를 보였다. 하나둘씩 모인 관중들이 어느새 수 백 명이 됐다. 이들은 반코트로 진행되는 3 대 3 농구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만큼 길거리농구가 대중성을 잃었다는 의미였다.
농구인기가 절정이었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대형 스포츠브랜드들이 너도 나도 여름만 되면 길거리 농구대회를 개최했다. 당시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스포츠는 단연 농구였다. 농구만 좀 할 줄 알면 못 생긴 친구도 체육대회에서 영웅이 됐다. 이상민, 우지원 등 농구스타들의 인기는 아이돌을 능가했다.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스포츠브랜드들이 길거리농구를 홍보 및 마케팅 수단으로 삼은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전국에서 농구 좀 한다는 사람치고 길거리농구 한 번 나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필라 등 한 여름에 여러 대회를 거치는 것이 훈장처럼 여겨졌다. 길거리 농구에 나가려고 친구들끼리 합숙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광역시/도 단위로 펼쳐지는 치열한 지역예선을 뚫어야 서울에서 하는 본선대회에 합류할 수 있었다.
흙바닥 코트에도 골대 하나에 공이 여러 개 넘쳤다. 농구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만화 슬램덩크나 농구잡지를 읽었다. 마이클 조던이 나온 NBA농구나 손지창, 장동건의 미니시리즈 ‘마지막 승부’를 녹화해서 보고는 했다. ‘에어조던’이나 ‘샤크’ 농구화 한 번 신어보려고 어머니에게 졸랐다가 매를 맞아본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농구하는 사람은 없고 빈 골대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열기였다. 농구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길거리농구대회도 많이 죽었다. 대회도 하나둘씩 폐지됐다. 농구는 어느새 소수 매니아만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
그나마 남아있는 길거리농구대회는 물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엘리트선수 출신은 대한농구협회 선수등록 말소 후 만 3년이 지나야 아마추어대회 출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제도가 바뀌었다. 프로에서 뛰던 20대 선수가 은퇴 후 1년만 지나면 아마대회에 나온다. 이들이 일반인을 상대하는 것은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보다 쉽다. 이 때문에 프로출신 선수들을 영입해 각 대회 우승을 휩쓰는 현상금 사냥꾼들까지 등장했다. 순수하게 농구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점점 소외받고 있었다.
농구팬들의 오랜 갈증을 아디다스가 풀어줬다. 아디다스는 2012년 5년 만에 길거리 농구를 부활시켰다. 순수하게 농구를 즐기자는 취지였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2012년 5년 만에 ‘아디다스 크레이지코트’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농구대회가 부활했다. 매년 꾸준한 인기를 누리며 국내 최고의 아마추어 농구대회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며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라며, 일반 관객 분들은 현장에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함으로써 농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디다스는 대회기간 중 최준용(20, 연세대), 전태풍(34, KT), 김동욱(33, 오리온스) 등 인기 농구선수들을 초청했다. 수준 높은 농구실력을 선보이며 대회의 흥을 돋웠다. 일반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3점슛 대회, 치어리더 공연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았다.
또 현장에 아디다스 팝업스토어가 개설됐다. 아디다스가 새로 출시한 ‘크레이지라이트 부스트’ 등 최신 농구화를 직접 구경하고 신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했다. NBA 공식후원사 아디다스의 NBA제품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디다스는 처음 농구를 접한 이들이 흥미를 붙이고 나아가 직접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를 구축하려고 애를 썼다. 이는 젊은 팬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디다스는 프로농구 부산 KT와 고양 오리온스를 후원하며 프로선수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김동욱은 “6~7년 전 삼성시절부터 아디다스 농구화를 즐겨 신었다. 발이 편하다”며 기능성에 후한 점수를 줬다. 아디다스는 오는 28일 NBA 올스타 존 월을 초청해 ‘존 월 코리아투어’ 행사를 가진다. NBA농구에 관심이 많은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전망이다. 90년대 농구인기를 되살리려는 아디다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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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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