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가 털어놓은 논란 심경, 강동원, 그리고 연기 [일문일답]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8.25 14: 29

배우 송혜교가 최근 탈세 논란과 관련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좋은 작품에 피해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열일곱에 아이를 낳은 부모와 열일곱을 앞두고 80세의 외모를 가진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극 중 밝고 씩씩하지만 언제 세상을 떠날 지 모를 아들로 인해 두근두근한 인생을 살아가는 미라 역을 열연한 송혜교는 인터뷰를 통해 주연 배우로서 영화에 갖는 책임감, 30대 여배우로서의 고민, 상대 배우 강동원과의 호흡 등의 얘기를 풀어놓았다.
◇ 다음은 송혜교와의 일문일답

- 영화 '오늘' 이후 3년여만의 스크린 복귀다.
△ 요즘 저로 인해 시끄러운데, 저의 불찰로 큰 실수를 저질러서 너무 죄송하다. 그래도 이렇게 기자님들과 직접 만나 얘기하고 실망하신 많은 대중 분들께 사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이렇게 자리를 가졌다. 사실 인터뷰하는 게 맞는지 고민도 많이 했다. 겁도 나고 잘 모르겠더라. 해명이나 변명의 자리로 비춰지지는 않을까란 생각도 들고. 영화에 도움이 되는 건가란 생각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잘 안 나오더라도 도와주신 분들께 여쭤봤더니 처음부터 약속한 건 지키는 게 최대한 피해를 막는 거라 말씀해주시더라. 숨는 거 보다는 쓴소리나 충고를 직접 듣는 게 좋은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다. 다시한 번 너무나 죄송하다. 저의 무지에서 비롯된 바보같은 행동에 너무 많이 실망하셨을 텐데 죄송하단 말씀 전하고 싶다.
- 인터넷 댓글은 요즘 보나?
△ 댓글은 처음에는 봤다. 일단은 거기에 대해 할 말이 없다. 내가 무지에서 생겨난 일인데 이렇든 저렇든 간에 저의 불찰로 시작된 일이기에 그런 말씀 하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 잘못한 부분이고 거기에 대해서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 배역을 선택한 이유는? 
△ 일단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컸다. 오랜 동안 감독님의 팬이라 작업 함께 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읽어봤는데 신파의 느낌보다는 중간 중간 웃으면서 울 수 있는 요소가 마음에 들었다. 마음 아프긴 하지만 한국에서 잘 볼 수 없는 소재라 신선했다. 그런 부분이 마음 아프면서도 많은 관객이 좋아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뻔히 알 수 있는 영화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고급스러운 신파를 기대 했다.
- 엄마 연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 그런 생각은 많이 안 했다. 모성애에 치중하기 보다는 지금 제 또래 엄마의 편안함, 철 없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 이제 기혼자나 엄마 역할이 점차 들어올텐데?
△ 저도 이제 30대 중반을 향해 가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 다시 교복을 입었다
△ 교복을 꽤 많이 입었는데, 전작에서 입었을 때는 무안하다는 생각을 안해봤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난히 못 보겠더라. 스태프들이 안 봤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현장가는데 무안했다. 이상하게 의식이 되더라. 조명 감독님들이 너무나 신경을 많이 써주신 것 같다. 하하. 
 
- 전작 '오늘'도 그렇고 여배우로서 연기자로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열정이 보이는데? 
△ 계획을 짜고 연기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워낙 명량하고 쾌활한 이미지로 인식이 돼 있으니까 그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피하려고 피한 건 아닌데, 그런 인식이 마음 속에 있는 것 같다. 관심 가는 분야도 인디 영화, 유럽 영화 등이고, 시나리오도 그런 선택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그런 쪽으로  '오늘'도 했고 미국 인디영화도 했다. 계획된 것은 아니다.
- 30대에 접어들며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 나이먹어서도 항상 지금도 어렵다, 연기는. 다만 20대 때는 막 즐기면서 하지 않았다. 해야 돼서 한 게 많았는데 30대에 접어들며 연기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어려운 신, 어려운 감정도 예전에는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저걸 어떻게 잘 끝내서 감정을 더 붙여서 해 볼까' 이런 생각이 들고 해내면 뿌듯함이 들고 너무 행복하다. 그런 것들을 좀 더 즐기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 저절로 조금 바뀌지 않았을까.
- 함께 주연으로 나선 강동원에게 의지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 강동원 씨는 영화도 많이 찍었고, 흥행 파워도 있는 배우라 의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감독님도 흥행작도 많고 영화사도 그렇고 팀들이 너무 완벽하다. 의지하는 부분이 많고 감사한 부분도 많다. (강동원 씨가 인터뷰를 통해 송혜교 씨와 주로 일 얘기만 나눈다고 했는데?) 강동원 씨와는 스타일리스트도 같고 사무실도 같지만 영화 취향이 너무 달라서 주로 일 얘기를 나눈다. 맛집 얘기를 많이 하더라. 그래서 감독님과 강동원 씨가 맛집을 많이 다녔다. 그 분들이랑 같이 먹다보면 살이 많이 찔 것이다. 전 그렇게 먹다가는 키도 작은데..하하.
- 강동원 덕분에 본인의 키를 대중이 정확히 알게 됐다.
△원래 내 키보다 작아보인다고 하더라. 데뷔한지가 17년이 돼서 내내 그 얘기를 듣고 있어서 아무렇지 않다. 그런데 굳이 거기서 그 얘길 왜 했는지 모르겠다(웃음).
- 영화 속 'X발공주'가 별명인데, 욕하는 분량이 많지는 않더라.
△12세 관람가라 그것도 위험하다고 하더라. 20대 때는 욕을 전혀 안 했다. 30대 접어들면서 아줌마 같은 기질이 생기기도 하고 주변 언니들이 많이 가르쳐줬다. (강동원이 욕하는 연기를 가르쳐주기도 했나?) 강동원도 욕을 잘 안 하는 사람 같다. 그런데 본인은 잘 가르쳐줬다고 만족스러워 하시는 것 같다. 웃음.
- 강동원은 본인과의 열애설에 대해 굴욕이라고 표현했는데?
△강동원 씨가 바르셀로나 가기 전에 이틀간 파리에서 화보 촬영을 하고 갔다. 만나기로 한 곳에서 첫 날 중국 분, 한국 들이 많더라. 사진이 찍히는 줄은 몰랐다. 바로 뒤에서 사진이 찍혔더라. 중국 한 팬분께서 뒤에서 찍으셨는데 강동원 씨는 못 알아보셨나보다. 알고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기사를 보고 알았다. 그걸로 인해 일이 커지긴 했는데, 스캔들보다 본인을 못 알아보신 거에 더 상심하신 것 같다(웃음). 미안하다.
- 직접 연기하면서 가장 와닿은 장면은?
△미라 부분은 미라가 애기를 업고 쇼윈도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마음이 짠했고, 대수(강동원) 부분은 희한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탄 불판을 갈아주는 장면이다. 자기도 운동부 선수였는데 운동부원들을 바라보는 장면. 아들 아름(조성목)이가 마지막에 서하에게 편지를 보내는 장면도 찡했다.
- 미라와 본인과의 싱크로율은?
△난 어렸을 때는 소심했다. 있는 둥 없는 둥한 아이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TV에 나와서 사람들이 알았지 있나없나한 아이였다. 데뷔하고 나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 털털해졌다. 되게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다. 17살 때 미라와 17살 때 송혜교는 반대다.
- 아역 조성목은 어땠나?
△ 조성목은 애늙은이다. 현장에서 나랑 동원 오빠가 더 철이 없었다. 매일 분장을 5시간씩 했는데,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고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기자회견 때 봤는데 얼굴이 더 예뻐졌더라.
- 영화 속에서 화장을 거의 안했는데? 여배우로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텐데
△ 피부 톤만 맞추고 자다 깨고 현장가면 부은 게 바로 나타나서 감독님이 좋아하셨다. 하하. CF나 화보 촬영은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작품에서는 예뻐 보여야지, 그런 생각이 없다. 또 캐릭터 자체가 외적으로 보여야 하는 작품이 아니기에 되려 더 편했다. 모니터도 잘 안 했다. 되려 나중에 보면서 강동원 씨랑 둘 다 붓게 나와 서로 진상같다고 그럴 때도 있었고. 다른 곳에서 예쁘게 보일 곳은 많다.
-강동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강동원 씨는 굉장히 디테일하고 여성스럽고, 오히려 나는 남성스럽다. 현장에서는 그래서 둘이 바뀌었다고 많이 하더라. 영화 '러브 포 세일' 때 만나서 알고 지낸 지가 4년인데, 남자 형제같다. 되게 편하다. 지금 정말 친한 친구다. 많이 도와주고 힘도 돼 주고 고마운 친구인 것 같다. 미안하기도 하고.
-부모 역할 하니까 가정을 이루고 싶단 생각이 안 드나?
△오히려 20대 때 가정을 이루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는 연기, 작품 욕심이 더 생긴 것 같다. 가정에 대해서는 생각이 줄어들고. 내 처신도 똑바로 못하고 있는데 누굴 챙겨주나, 이런 생각도 들고.
- 충무로는 여배우 기근이면서 여배우가 할 역할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본인의 생각은? 
△그런 것 같다. 다양하지가 않은 것 같다. 남자배우들 보면 장르도 다양하고 캐릭터도 많지 않나. 여자 분들 한테는 캐릭터 한계가 있는 것 같고, 장르폭이 좁은 것 같고, 그런 게 많이 아쉽다. 그러다보니 좋은 한 작품에 대해 경쟁이 치열한 것 같고.
-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역할은?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장르적으로는 안 해봤던 스릴러나 캐릭터가 돋보이는 센 캐릭터, 기존에 하지 않았던 것에 관심이 많다. 악역도 해보고 싶다. 남자 영화에서 감초 같이 여자가 돋보일 수 있는 캐릭터도 있으면 해 보고 싶다. 훌륭한 남자 배우들과 어우러져서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여러 배우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여러 명 뭉쳐 하는 그런 현장도 궁금하다. 난 그런 작품을 유독 못했다.
- 반대로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는 뭐라고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많이 했던 게 비련의 여주인공을 많이했다. 그 부분은 워낙 많이 해서 그게 보시는 분들이 편안하게 보실 것 같다. 눈에 익어서. 나도 많이 해서 그런 부분이 편하긴 한데, 스스로 재미가 없는거다. 많이 해서. 그래서 다른 장르를 하고 싶은 게 있다.
- 흥행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
△흥행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고, 너무 좋은 팀도 만났고 상대 배우도 흥행 파워있는 배우고, 감독님도 제작사도 퍼펙트한 팀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다. 그래서 더욱 아무래도 죄송한 부분이 많다. 많이 피해드릴까봐. 제 불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데, 다른 분들이 덜 다쳤으면 좋겠다.
- 공식 사과하면서 강단있는 여인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그 모습이 영화에도 반영이 된 것 같다.
△그 자리에 서기까지 고민이 많이 됐다. 괜히 해명하는 자리로 비춰질까봐. 그게 아닌데. 그 생각도 했다. 너무 무서우니까 그냥 안보이는 게 낫지 않을까, 그게 도와주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고. 그래도 다 약속이 된 일정이고 기다려주신 분들이 계셔서 숨는 것 보단 만나서 조금이나마 사죄드리고 말씀드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나?
△오랜만에 따뜻한 가족영화가 나온 것 같다. 저도 그런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최근에 못 봤다. 좋은 팀이 만나서 좋은 작품 나온 것 같다. 추석에 개봉하니까. 가족이 뭉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두근두근 내인생'은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고 영화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을 만든 이재용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강동원, 송혜교, 조성목, 백일섭, 이성민, 김갑수 등이 출연한다. 12세 관람가. 9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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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두근두근 내 인생'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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