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외국인 농사, 결국 ‘절반의 성공’인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27 06: 14

가장 중요한 시기에 외국인선수 둘을 쓰지 못하게 됐다. 빼어난 활약을 펼쳐온 것은 아니지만, 컨디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팀을 이탈했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LG 트윈스의 2014시즌 외국인선수 영입은 절반의 성공에 그치게 된다.
LG 양상문 감독은 2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지난 13일 손가락 부상 재발로 1군 엔트리서 제외된 에버렛 티포드의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양 감독은 티포드를 두고 “어제부터 롱토스를 시작했다. 30일 불펜피칭을 시킬 예정인데 불펜피칭 결과를 보고 복귀 날짜를 잡으려 한다”며 빨라야 다음 주는 돼야 티포드를 1군 무대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양 감독은 좌타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에 대해 “전에 다쳤던 골반이 다시 안 좋아졌다. 아예 넉넉히 휴식을 줘서 완전히 회복된 후 올릴 계획이다”고 스나이더의 첫 번째 엔트리 제외 소식도 알렸다.
이로써 LG는 4위 사수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에서 외국인선수 셋 중 코리 리오단 한 명만 출장시킨다. LG는 이번 주 두산 SK 롯데와 맞붙는데 세 팀 모두 4위 경쟁 상대다. 최근 3연승으로 4위에 자리하고 있고, 경쟁팀들과 비교하면 투수력과 팀 분위기에서 우위에 있으나, 한 두 경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흐름은 변할 수 있다. 티포드는 다음 주 넥센 두산 한화전 중 한 경기 선발 등판할 수도 있으나, 스나이더는 26일자로 엔트리서 빠졌기 때문에 9월 4일까지는 1군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앞으로 대부분의 경기를 잠실구장에서 치르는데 LG는 스나이더의 장점인 넓은 수비 범위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사실 LG는 올해 초 외국인선수진을 구상할 때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3년 동안 맹활약한 레다메스 리즈와 재계약에 성공, 새로 영입한 리오단·조쉬벨과 함께 2014시즌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리즈가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무릎 부상 사실을 알렸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중도하차하며 계약이 파기됐다. 리그 최고 이닝이터이자 탈삼진 머신이 허무하게 팀을 떠난 것이다. 그러면서 LG의 2014시즌 마운드 구상도 완전히 흔들리고 말았다.
결국 LG는 리즈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모험을 걸었다. 메이저리그 구단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관찰하고, 개막 전후로 메이저리그 진입에 실패한 투수를 노리기로 했다. 낯선 방식이지만, 당시 LG 상황에선 더 나은 방법이 없었다. 이 과정을 통해 영입한 이가 캔자스시티 좌투수 티포드였고, 티포드는 4월12일 잠실 NC전서 데뷔전을 치렀다.
약 2주 늦게 시즌을 시작한 티포드지만, 처음에는 얼마든지 리즈의 공백을 메워줄 것 같았다. 좌투수로서 145km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졌고, 좀처럼 한국무대에선 볼 수 없는 예리한 각도를 형성하는 커브도 구사했다. 컷패스트볼과 체인지업도 자유롭게 섞으며 한 달 동안 6경기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2.08로 활약했다. 무엇보다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으며 시원시원하게 아웃카운트를 잡아가는 모습이 리즈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티포드는 어느 순간 적극성을 잃었고 볼카운트 싸움을 지나치게 길게 가져가며 자멸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잘 나옴에도 너무 많이 변화구를 섞거나, 좌타자 상대로 스리쿼터를 던지고 난 후 제구력이 흔들리며 볼넷을 남발했다. 심지어 4이닝 연속으로 선두타자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적도 있었다. 순식간에 평균자책점은 치솟았고, 어깨와 손가락 부상까지 당해 8월 한 달 동안 단 한 번만 선발 등판했다. 티포드는 지난 12일 SK전까지 18경기 94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 6패 평균자책점 5.13을 기록 중이다.
조쉬벨도 첫 달은 굉장했다. 지난해 부상 경력이 있어 우려 속에 LG 유니폼을 입었으나 4월까지 24경기서 타율 3할1푼3리 OPS 0.997 8홈런 20타점으로 괴력을 발휘했다. 3루 수비도 뛰어났고, 잠실구장 담장을 훌쩍 넘기는 파워로 한 때 홈런 부문 리그 선두에 자리하기도 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몸쪽 변화구에 대처하지 못했고 느린 뱃스피드로 패스트볼에도 약점을 드러내면서 5월 1일부터 7월 2일 퇴출 전까지 타율 2할3푼4리 OPS 0.624 2홈런 19타점으로 수직 하락했다. 당초 LG는 2군 훈련을 통해 조쉬벨이 약점을 극복하게 만들려고 했다. 이 때 외국인타자 영입 리스트에 있던 스나이더가 텍사스에서 방출, FA 신분이 됐다. LG는 조쉬벨을 포기하고 스나이더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스나이더 역시 맹활약을 기대케 했다. 중견수로서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를 자랑했고, 조쉬벨보다 빠른 배트스피드와 간결한 테이크백으로도 장타력을 발휘했다. 7월 8일 데뷔전부터 24일 광주 KIA전까지 8경기서 타율 3할2푼1리 OPS .930 7타점을 기록, 조쉬벨에게 받은 실망감이 스나이더로 치유되는 듯했다.
그런데 부상이 스나이더의 발목을 잡았다. 24일 경기서 헤드샷을 맞았고, 7월 28일 잠실 롯데전에선 송구 중 골반과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며 경기 초반부터 교체됐다. 8월 7일 NC전부터 다시 선발 출장했으나 배트스피드는 갈수록 느려졌고, 컨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스나이더는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1군 엔트리서 제외되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LG는 올해 외국인선수 다섯 명이 거쳐 갔으나 리오단 한 명만 건진 셈이다. 가장 몸값이 적고, 메이저리그 경력도 전무한 리오단이지만, 올 시즌 22경기 139⅓이닝을 소화하며 7승 9패 평균자책점 3.75로 LG의 1선발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평균자책점(5위)을 비롯해 이닝(7위)과 WHIP(1.17, 1위) 퀄리티스타트(15회, 1위) 부문에서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두각을 드러내며 신데렐라맨이 되고 있다.
물론 티포드와 스나이더가 복귀 후 대반전에 성공할 수도 있다. 둘 다 메이저리그에서 주목 받았던 유망주고,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반등 여지는 남아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분명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LG의 외국인선수 영입이 절반의 성공에 그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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