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김응룡 퇴진, 김성근 복귀설로 본 야구판의 ‘3김(金)’ 시대, 종언(終焉)? 연장?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4.08.27 11: 03

2012년 10월 8일, 김응룡(74)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전격적으로 한화 이글스의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다는 소식을 들은 야구인들의 반응은, 뭉뚱그리자면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천하의 김응룡’일지라도 무너진 팀을 재건하기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 근거였다.
반면 한화 감독을 역임했던 김인식(67)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5:5 승부라고 본다.”면서 “잘 되면 ‘역시 김응룡’이라는 소리를 듣겠지만 못되면 ‘그럼 그렇지, 그 동안 좋은 선수로 구성된 팀에서만 성적을 낸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도 있다.”는 약간 비관적인 관측을 했다. 아울러 김인식 위원장은 계약기간이 2년이어서 전력을 다질 시간적인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당장 2013년에 승부를 걸어야한다고 조언했다. 
‘풍부한 실전 경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한국시리즈 10차례 우승의 실적, 강력한 카리스마.’ 흔히 ‘김응룡’이라는 지도자를 설명할 때 으레 따라다니는 수식어였다. 안타깝게도, 그의 열정과는 상관없이 김응룡 감독의 지도자 복귀는 단언컨대 실패작이었다.

물론 한화가 2014년 후반기에 보여주고 있는 힘은 앞날을 희망적이게 만들고는 있지만, 한화 구단이 ‘지도자 김응룡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길 것 같지 않다’는 데에서, 다시 말하자면 안타까운 것이다.
지난 2004년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던 김응룡. 그의 퇴진을 앞질러 기정사실화해서 말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지는 모르겠으나 긴 시간의 공백 뒤에 그가 부닥친 야구 환경은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벅찼고, 달랐다고 봐야겠다. 
요즘 야구 판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성적이 나쁜, 이를테면 4위 안에 들지 못한 팀들 가운데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들의 후임 자리를 놓고 자천타천의 야구인들이 그야말로 호시탐탐, 구단의 연락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로 계약이 끝나는 김응룡 감독의 한화를 비롯해 선동렬 감독의 KIA 타이거즈, 이만수 감독의 SK 와이번스, 김시진 감독의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 1년째에 불과한 두산 베어스까지 모두 5개 구단의 사령탑 자리가 흔들거리고 있다.
그 자리를 둘러싸고 하마평이 난무하고 소문도 무성하다. 일부 구단은 어떤 유명 인사와 접촉을 했고, 심지어는 이미 계약도 마쳤다는 그럴싸한 풍문도 떠돌고 있다. 아직 4강 싸움이 끝나지 않은 마당에 이런 뜬소문은 자칫 팀 전력의 누수를 가속화 시키고 결속력을 와해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감독들의 처지를 더욱 곤경에 빠트릴 수 있다.
소문의 핵은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 김성근(72) 감독이다. 여러 구단의 관계자들과 구단 코칭스태프는 김성근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지도력을 갈망하는 일부 구단의 팬들은 구단 누리집 등에 ‘김성근을 데려오라’는 성화를 부리고 있다. 신기한 현상이다. 김성근의 지도력은 SK 구단에서 확실한 검증을 마친 터여서 하위권 팀들의 팀 재건에 솔깃한 재료임에는 틀림없다. 무너진 팀들은 전력 진단과 처방, 치료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성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구단들이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아직 시즌이 두 달도 더 남았는데 특정 인사가 특정 구단의 후임 감독으로 실명 거론되는 것은 한국프로야구사에서도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구체적으로 KIA나 롯데, 한화 구단을 대상으로 그의 이름이 나돌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KIA 감독 내정설은 얼핏 봐서 구체적이다. KIA 그룹 고위 관계자가 김성근에 대한 평판을 언론인 등 주위에 물었다는 얘기가 있다. 게다가 김성근 감독이 최근 전남 함평에서 열렸던 2군 경기 때 KIA 구단의 한 관계자를 불러 ‘앞으로 내가 감독이 되면 팀을 이렇게 꾸려가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전언도 있었다. 그 말이 씨가 됐는지, 그의 KIA 감독설이 야구 판에 파다하게 번져 있다.
정작 KIA 구단은 그 소리를 듣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선동렬 감독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구단은 김성근 감독의 ‘동분서주’에 대해 ‘자가발전’으로 일축했다. 롯데나 한화 구단은 김성근 접촉설 또는 접근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한화 구단 주변에선 ‘할아버지가 가신 뒤에 영감님을 부를 일이 있나’라며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고, 실제 지도자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프로야구단이 감독을 선임하는 절차는 구단 프런트가 검토한 후 그룹 고위층에 배수, 3배수로 올려 낙점을 받는 식이다. 거꾸로 그룹에서 특정인을 지명해 낙하산 낙점을 하는 구단도 있다. 물론 현장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모기업이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식일 수 있다. 대신 잘못되면 현장이 책임을 져야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김응룡, 김성근, 김인식, 이른바 ‘야구 판의 3김(金)’은 큰 어른이자 일가를 이룬 ‘대가(大家)’이다. 야구계의 ‘멘토’로도 훌륭한 시각을 가진 분들이다. 
프로야구 판을 주름잡았던 명지도자들인 이들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프로야구 출범 이후 1990~200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비록 나이 일흔 안팎의 노장이 됐지만 김응룡 감독의 사례로 보듯 야구에 대한 열정도 여전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현장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않고 있다. ‘3김’은 프로야구 감독으로서의 승수도 김응룡 1560승(2014년 8월 26일 현재), 김성근 1234승, 김인식 980승으로 나란히 1~3위를 점하고 있다. 그들이 끼친 영향도 크다. 
김인식 기술위원장 같은 이는 개인통산 1000승을 채우지 못하고 현장에서 물러난 데 대해 아직도 사석에선 진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의 선 굵은 야구 운영 스타일을 그리워하는 축들도 많다.
김응룡 감독의 퇴진을 마지막으로 과연 ‘3김 시대’가 막을 내릴지, 아니면 김성근 또는 건강을 회복한 김인식의 현장 복귀가 가능할 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것인가.’ 작업의 특성상 겉으로 드러내기 어렵지만 여러 구단들이 물밑 모색이 한창인 것은 분명하다. 소문이 낭설로 판명될 지, 아니면 사실로 드러날 지는 4강 싸움이 끝날 무렵이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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