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의 존재감, '에이스란 이런 것'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8.29 06: 28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3)가 또 한 번의 투혼으로 팀의 4강 경쟁에 힘을 보탰다.
니퍼트는 지난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과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8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6-5 승리 속에 니퍼트는 시즌 11승(7패)째를 거뒀다. 이전 등판에서 123개의 공을 던진 니퍼트는 이날 감기몸살 증세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평소와 같은 피칭을 이어갔다.
삼성을 상대로 계속해서 승리를 쌓아 나간 덕분인지 니퍼트는 두려움 없이 타자들을 상대해 나갔다. 컨디션의 영향으로 구속은 평소보다 느렸지만 피하지 않는 승부로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몸에 맞는 볼만 하나 있었을 뿐이었다. 이날 승리로 니퍼트의 삼성전 성적은 18경기 13승 1패, 평균자책점 2.37이 됐다.

또한 두산에서 통산 49번째 승리를 이룬 니퍼트는 팀 선배인 맷 랜들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고 활동하며 세운 한 팀 외국인 투수 통산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1승을 추가하면 외국인 선수 최초로 한 팀에서 50승을 달성한 선수가 된다. 통산 40승인 앤디 밴헤켄(넥센 히어로즈)을 제외하면 당분간 도전할 선수도 없는 기록이다.
2011년부터 두산에서 뛴 니퍼트는 4년간 꾸준한 성적을 낸 에이스다. 매년 평균자책점이 상승하고 있지만, 두 자릿수 승리는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시즌 초 부진했으나 후반기 분발하며 평균자책점도 3점대(3.95)로 떨어뜨렸다. 똑같이 49승을 해낸 랜들은 다니엘 리오스에 이은 2선발이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니퍼트는 4년 내내 에이스로 활동하고 있어 존재감도 그 누구보다 크다.
니퍼트의 존재감이 큰 것은 무엇보다 희생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니퍼트는 전날 경기에서 피칭을 마친 뒤 송일수 감독의 허락을 얻어 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무는 완벽히 수행했다. 이번 시즌 중에 외국인 선수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투수조 미팅을 소집하기도 했던 니퍼트는 이미 국내 베테랑 선수와 같은 몫을 해주고 있다.
구속 감소가 눈에 띌 정도로 니퍼트는 분명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150km을 쉽게 상회하던 포심 패스트볼의 최고구속도 149km였다. 그럼에도 팀을 위해 104구를 던졌다. 니퍼트는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 생각보다 많이 던지지 못했는데, 그 부분이 아쉽다. 내 기록보다는 팀 성적이 중요하다. 팀이 이겨 만족한다”고 말했을 만큼 팀을 소중히 여긴다.
아직 두산의 4강 진입 여부는 불확실하다. 두산은 4위 LG에 2경기 뒤진 6위다. 그리고 LG를 의식하지 않더라도 4강 경쟁은 여전히 험난하다. 그러나 마음가짐까지 최고인 에이스 니퍼트가 버틴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요소다. 니퍼트가 있어 두산의 4강 경쟁은 아직 끝났다고 말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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