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송혜교 빛나게 한 강동원의 반사판 연기 앙상블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8.29 07: 22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사람 심장이 뛰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두렵거나 혹은 설레거나. 예체능 커플 대수(강동원)와 미라(송혜교)는 선천성 희귀병을 앓는 아들 때문에 하루도 심장 편할 날이 없는 부부다. 자식 뺨에 작은 상처만 나도 가슴이 철렁하는 게 부모인데 하물며 노화가 급속히 진행중인 이제 겨우 열여섯 먹은 아들과 영원한 작별을 준비해야 하다니.
 영화는 작정하고 울릴 수 있는 장면에서도 좀처럼 손쉬운 경로를 선택하지 않는다. 물 붓고 3분이면 되는 편의점 인스턴트 북엇국 대신 다시마와 멸치를 손질해 정성껏 국물을 우려내는 방식이다. 감정이 비등점을 통과할 때마저 꾹꾹 누르며 표현하고, 카메라도 요란스럽게 치고 빠지지 않으며 서서히 그러나 한결 깊숙하게 관객의 폐부와 정서를 건드린다. 그래서 눈물은 나지만 손수건까진 필요 없는, 울림의 진폭이 큰 드라마가 채워진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싱그러운 연둣빛 여름 선녀와 나무꾼처럼 운명적이었다. 수업을 땡땡이 치고 연못에서 혼자 멱 감던 태권도 선수 대수와 숲에서 벌떼 공격에 쫓겨 혼비백산 못에 뛰어든 가수 지망생 미라. 한 눈에 반한 둘은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강행하며 인위적 고아가 되고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아픈 아들을 얻게 된다.

이 모든 게 잠시나마 태아를 원망했던 자신 때문이라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미라는 16년간 아름이를 씩씩하게 키우고, 대수 역시 택시와 경호 알바를 뛰며 부지런히 아들 병원비를 보탠다. 우연히 다큐 프로에 아름이 사연이 소개되면서 후원이 답지하지만, 중풍과 심혈관 질환 등 병세는 날로 악화되고 불길한 그림자를 접한 아름이는 퇴원과 오래 전부터 소원인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골룸이냐’는 악플에도 굳은 살 박힌 사춘기 아름이에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삶의 희망인 동병상련 소녀가 나타나는 것도 그 즈음이다. 아름이와 소녀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감정을 키워가지만 소녀의 정체를 알게 된 대수는 분노하고, 더 이상 자식에게 해줄 게 없는 부모는 힘든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강동원과 비슷한 분량과 역할임에도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가장 지름이 큰 동그라미의 주인공은 단연 송혜교다. 연기로는 지금껏 한 번도 실망을 주지 않았던 그녀가 전작 ‘오늘’에 이어 다시 한 번 자신의 문턱을 넘어섰다는 생각이다. 질투를 부르는 외모와 끊이지 않는 스캔들, 구설 탓에 풍부한 감성과 연기 실력이 가려졌지만 이재용 감독을 만나 대표작을 빚어냈다는 인상이다.
많은 이들의 호평을 끌어낸 국밥집 장면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종로 보신각으로 향하는 택시에서의 절제된 감정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름이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려는 이 장면에서 기계적인 연기가 아닌 실제 엄마가 된 것 같은 그녀의 진심 담긴 모성이 잘 전달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철분 영양제를 우연히 본 아들과 나누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대화와 아름이가 부모를 주인공으로 쓴 멜로 소설을 대신 읽어주는 장면도 혼자 보기 아까웠다.
이렇게 송혜교의 연기가 빛날 수 있었던 건 나무 보다 숲을 볼 줄 알게 된 상대 배우 강동원이 반사판 역할을 확실히 해줬기 때문이다. 겉으론 걸 그룹에 열광하고 아들 치킨과 게임기나 탐내는 철없는 아빠지만, 알고 보면 이 모든 게 조만간 세상을 떠나게 될 아들과 좀 더 같은 높이에서 눈을 맞추고 싶어 한 ‘무릎앉아’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사’ ‘스캔들’ ‘여배우들’로 유명한 이재용 감독은 욕망과 치정 멜로라는 전공에서 벗어나 수채화 같은 휴먼 드라마에도 재능이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름이를 연기한 조성목의 후시 녹음이 썩 매끄럽지 않았고, 카메오로 출연한 태티서도 잔잔한 영화 흐름에 잘 녹아드는 게스트는 아니었다. CJ 추석 영화로 12세 관람가다. 9월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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