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1번 타자’ 정성훈, 제2의 전성기 열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8.30 10: 40

제2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 트윈스 내야수 정성훈(34)이 올 시즌 대변신에 성공하며 최고의 시즌을 만들고 있다. 이미 OPS 커리어 하이(.933)를 찍고 있는 가운데 통산 최다 득점도 유력하다. 신 개념 1번 타자로서 LG의 후반기 신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정성훈은 3루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이동했다. 3루수로서 태극마크까지 달았던 정성훈이지만, 팀을 위해 미련 없이 1루수 미트를 잡았다. LG 유지현 수비코치는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지난 시즌이 끝나고 성훈이가 포지션을 바꾸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팀으로선 성훈이의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1루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성훈이가 먼저 이야기를 해줘 고마웠다”며 정성훈의 1루 전향 배경을 밝힌 바 있다. 
1루수가 3루수보다 부담은 덜하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특히 프로 14년 대부분을 3루수로 뛰었던 정성훈에게 있어선 또 하나의 도전이다. 송구 부담은 줄었어도, 여전히 강습타수에 신경 써야 하고 1루 주자 견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포수 다음으로 공을 많이 받는 자리가 1루수다. 작전이 많은 한국프로야구에서 1루수의 수비력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럼에도 정성훈은 시즌이 흐를수록 안정적으로 1루를 지켜내고 있다. 특히 3루수 경험을 살려 강습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곤 한다. 29일 SK전에서도 한동민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처리했다. 1루수로서 가장 중요한 포구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9개 구단 주전 1루수 중 최고참이지만, OPS에서 박병호 테임즈 최준석 김태균의 뒤를 쫓고 있다.
정성훈은 수비뿐이 아닌 타순에도 변화를 줬다. 커리어 최초로 1번 타자로 꾸준히 출장하며 LG의 새로운 리드오프가 됐다. 그리고 정성훈은 1번 타자로서 타율 3할3푼7리 OPS 1.048(장타율 .627+출루율 0.421)을 찍고 있다. 정성훈은 “1번 타자로 나서면 컨택과 출루에 중점을 두면 되니까 클린업보다 부담이 덜하고 마음이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LG 양상문 감독도 “성훈이가 1번 타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성훈이가 1번 타자로 나서면서 하위타선에서 상위타선으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그만큼 빅이닝이 많이 나온다”고 웃었다. 실제로 LG는 정성훈이 1번 타자로 전향한 이후 빅이닝이 부쩍 늘었다. 7월31일 대구 삼성전부터 정성훈은 리드오프가 됐고, 정성훈은 8월에만 홈런포 6개를 쏘아 올렸다. 8월 2경기가 남은 가운데 이미 13타점 22득점으로 괴력을 발휘 중이다.      
정성훈은 매년 타율과 출루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을 두고 “경험이 쌓이면서 타석에서 여유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실투를 놓치지 않는 원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칠 수 있는 공만 치겠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데 결과가 좋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 15년차지만, 8월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 홈런 5개를 더한다면 한 시즌 최다 홈런인 17개 돌파도 가능하다.
포지션과 타순 변화 외에도 정성훈의 올 시즌은 다사다난했다. 주루 플레이 중 송구에 머리를 맞았고, 홈 쇄도 중 포수와 충돌로 무릎 부상을 당했다. 그러면서 경기 중 앰뷸런스를 타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아찔한 부상 속에서도 정성훈은 투혼을 발휘, LG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살신성인하고 있다. LG와 두 번째 FA 계약을 채결했던 2012년 11월 “LG 팬들께 받았던 성원을 성적으로 돌려드리고 싶다. 이대로  LG를 떠나서 도망자가 되기는 싫다”고 했던 다짐을 실천 중이다.  
한편 정성훈은 2009년 LG 입단 후 타율 2할9푼9리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추세라면, LG 트윈스 3할 타자가 될 확률이 높다. 좀 더 세밀하게 LG 입단 이전과 이후 성적을 비교하면, LG 입단 후가 더 뛰어나다. LG 입단 이전인 1999시즌부터 2008시즌까지 타율 2할8푼6리 OPS .793(출루율 0.375 장타율 .418)를 기록한 반면, 2009시즌 LG 유니폼을 입고나서 29일까지 타율 2할9푼9리 OPS .826(출루율 0.388 장타율 .438)을 찍고 있다. 훗날 정성훈은 LG 프랜차이즈 최고의 내야수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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