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사전 접촉, 야구판 양심 지킬 수 있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03 13: 01

규정은 규정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이를 지켜야 그 규정을 만든 조직이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한 구성원이라도 엇박자를 낼 경우 규정과 그 조직의 신뢰성이 깨진다. 프리에이전트(FA) 선수에 대한 사전접촉을 철저하게 준수하기로 의결한 프로야구 9개 구단이 올해에는 양심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오전 11시 KBO 5층 회의실에서 2014년도 제6차 실행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9개 구단 단장들은 추석연휴 경기편성을 논의하는 동시에 FA 선수 사전접촉금지에 관련된 합의를 내놨다. 실행위원회는 FA 선수를 사전 접촉하는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 강화한 규약 제 162조 1항(선수계약 교섭기간)과 169조(FA계약 위반처분)에 규정된 FA 선수 사전접촉 금지조항을 철저히 준수하기로 다시 한 번 뜻을 모았다.
이제 시즌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고 FA 시장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시의는 비교적 적절했다는 평가다. 다만 제도 자체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 당초 일부 구단을 중심으로 “무용지물이 된 FA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을 없애자”라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사전접촉 정황이 빈번한 상황에서 차라리 자유경쟁을 하자는 논리였다. 그러나 제도적 개선은 없었고 결국 또 한 번 각 구단의 ‘양심’에 기대는 결론이 나왔다.

최근 FA시장은 사전접촉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어떤 선수가 FA 협상 시작 전부터 특정 구단과 접촉했고 구단은 일찌감치 거액을 제시해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야구계에서는 “어떤 구단과 어떤 선수가 접촉했다더라”, “어떤 구단이 얼마를 제시했다더라”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소문에 불과한 경우도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법”이라는 옛 속담이 통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원 소속구단은 협상 테이블 한 번 제대로 차려보지 못하고 선수를 뺏기며 허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규정대로 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야구계에서는 특정 구단의 문제가 아닌, 모든 팀들이 FA 협상 과정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협상기간 무용론이 대두된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도 많은 선수들이 FA로 풀리고 굵직한 거물급 선수들도 있다. 다시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역시 불법의 달콤한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기가 온다. 뒷말이 무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그러나 누구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서로 폭탄을 던질 경우 ‘공멸’이라는 시나리오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과연 10개 구단이 최소한의 양심을 지킬 수 있을까. 올 겨울을 보는 또 하나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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