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비정상회담, 각국 대표를 소개합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9.04 06: 18

이제까지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전면에 내세운 TV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 JTBC에서 방영되는 '비정상회담'은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고정 출연하는 각국 대표들은 이미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실히 굳혔고 유명인사가 됐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한국어에 능하다는 점. 특히 터키 출신인 에네스 카야는 억양이나 어조까지 한국인과 판박이고 미국 대표 타일러 러쉬는 한국어는 기본에 한국 역사에 조예가 무척 깊다. 한국을 잘 이해하는 외국인들이 바라본 우리 사회를 재치 있게 그려낸 것이 프로그램의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프로야구에도 '비정상회담' 출연자들 못지않은 '비정상'들이 다수 있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이제까지 숱한 선수들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다. '비정상회담'은 G11, 즉 11개국을 표방하는데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 간 선수들의 국적은 모두 12개국이다. 역시 미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멕시코, 호주, 캐나다, 쿠바, 일본, 네덜란드, 파나마, 러시아 등 각지에서 한국을 찾았다.

미국, 도미니카 공화국 등 다양한 선수들이 있었던 국가의 대표 한 명을 선발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성적과 한국문화 적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선수를 뽑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쿠바와 파나마, 러시아 출신 선수는 단 한명 뿐이라 자동으로 대표로 선발됐다. 
▲ 미국 : 제이 데이비스(한화)
미국 출신 선수들은 너무 많기 때문에 선수 면면도 각양각색이었다. 한국음식에 완벽하게 적응한 선수가 있는 반면, 아예 입도 못댄 선수도 적지 않다. 식성만 따지자면 지금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코치 가운데 한 명으로 거듭난 미키 캘러웨이(현대)는 동태찌개 마니아였다. 한국어 배우기에 몰두해 야구보다 언어습득 능력에 훨씬 더 큰 재능을 보여줬던 라이언 사도스키(롯데)와 같은 선수가 있었고, 인종차별주의자 였던 케빈 호지스(삼성)도 있었다. 선수은퇴 후 아예 한국에 정착한 맷 랜들(두산)은 또 어떤가.
이들 가운데 대표 한 명을 굳이 꼽자면 제이 데이비스다. 일단 성적에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한화에서만 7년을 뛰며 숱한 기록을 남겼다. 한국무대 통산성적은 타율 3할1푼4리 979안타 167홈런 591타점 108도루. 역대 타율 4위에 외국인타자 최다안타도 그의 몫이다. 공격과 수비, 주루 모두 능했던 5툴 플레이어인데다가 적응능력도 뛰어났다. 별명이 라면을 즐겨 먹어 '신남연'이었는데,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라면의 맛을 구분할 정도였다고 한다.
▲도미니카 공화국 : 훌리오 프랑코(삼성)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선수들은 대표를 꼽기 쉽지 않았다. 일단 성적만 놓고 본다면 펠릭스 호세(롯데)가 있다.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했던 호세지만 그라운드의 악동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도 작년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 부산 시민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또 한자리에 앉아서 보리굴비 37마리를 해치운 헨리 소사(KIA-넥센)의 식성도 알아준다. 그래도 역시 대표로 뽑힐만한 선수는 프랑코다. 메이저리그 통산 2586안타, 만 48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현역으로 뛸 정도로 자기관리가 투철했던 선수다. 한국에서는 2000년 딱 한해만 뛰었지만, 철저한 몸관리로 모범이 돼 한국 프로야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삼계탕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한국에서 머물렀던 6개월 동안 삼계탕만 수백 그릇을 먹은 건 유명한 일화. 2007년 뉴욕 메츠에서 박찬호를 만나서도 '삼계탕 먹자'고 졸랐다 한다.
- 멕시코 : 카림 가르시아(롯데-한화)
이견의 여지가 없이 가르시아가 대표로 선발될 것으로 보인다. 화끈한 타격과 팬서비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르시아는 지금까지도 SNS를 통해 한국 사랑을 전할 정도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서도 한인식당을 찾아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걸 즐긴다. 한국만큼 매운 음식이 발달한 멕시코 출신이기에 대부분의 음식에는 거부감이 없었던 가르시아. 비록 한국어는 능숙하게 구사하지는 못했어도 동료들과 간단한 단어로 대화는 가능한 정도였다. 멕시코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여전히 한국을 잊지 못하고 돌아가기를 희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 로베르토 페타지니(LG)
올해 롯데 팬들에게 기쁨과 실망을 동시에 안겨 준 루이스 히메네스가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시즌 초반에는 롯데를 구해줄 메시아와 같은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아무래도 대표로 내세우기는 조금 부족하다. 대신 베네수엘라는 페타지니라는 걸출한 선수가 있다.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페타지니는 2008년 LG에 입단, 2년 동안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두산전 끝내기 만루포는 페타지니하면 떠오르는 장면. 아직도 LG 팬들은 페타지니를 잊지 못한다.
▲호주 : 크리스 옥스프링(LG-롯데)
호주하면 떠오르는 인물, 바로 샘 해밍턴이다. 비록 '비정상회담' 호주대표는 다니엘에게 넘겨줬지만 해밍턴은 '호주형'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숙한 방송인이다. 그리고 그와 동갑내기인 동향출신 야구선수가 있으니 바로 옥스프링이다. 2007년과 2008년 LG에서 활약했던 옥스프링은 수술 후 호주로 돌아가 은행원으로 일하며 호주 프로리그에도 참가했다. 그리고 작년 WBC 활약을 발판삼아 롯데와 계약, 2년째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일본 : 카도쿠라 켄(SK-삼성)
이제까지 한국야구를 거쳐간 일본선수(재일동포 제외)는 모두 5명. 이들 중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둔 다카츠 신고(히어로즈)와 카도쿠라였다. 야구선수로서 위상은 다카츠가 더 높지만, 한국대표라고 할 만한 선수는 카도쿠라다. 2011년 시즌이 끝난 뒤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2013년 삼성 인스트럭터, 그리고 올해 삼성 2군 코치 등을 역임하며 한국을 떠나지 않고 있다. 
▲ 캐나다 : 마이크 존스(KIA), 쿠바 : 프란시슬리 부에노(한화), 네덜란드 : 릭 밴덴헐크(삼성), 파나마 : 레닌 피코타(한화), 러시아 : 빅터 콜(두산), 푸에르토리코 : 카를로스 바에르가(삼성)
나머지 국가들은 출신 선수가 많지 않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KBO 선수는 카를로스 바에르가를 비롯한 4명이 전부였고 네덜란드는 릭 밴덴헐크와 헨슬리 뮬렌(SK)이 유일했다. 캐나다 출신은 동명이인 마이크 존스가 전부였다. 그리고 나머지 국가는 출신선수가 한 명 뿐이라 경쟁없이 대표로 선발되는 게 가능하다. 이들 중 최고의 '지한파'는 바로 밴덴헐크. 한글을 통해 SNS로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아내 애나는 대구지역 문화센터에서 한글을 따로 배웠고 지금은 한국어로 일상생활을 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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